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저는 지난 주부터 소설 수업을 듣고 있어요. (한겨레 교육) 조시현 시인의 세계관 만들기 수업입니다.

수업 과제로 매주 새로운 세계관을 주제로 글을 써서 내야 하는데요. 민망하지만 오늘 레터에서는 제가 제출한 과제를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 해요.

무엇이든 처음하는 사람은 엉성할 수 밖에 없다는 위로와 용기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심지어 첫 과제는 소설을 도저히 쓸 수 없어서 에세이를 써서 제출해 버렸습니다.

어제 두 번째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5주차 수업을 다 듣고도 결국 소설을 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즐거워요. 문학 이론도 어렵고 소설도 안 써지지만,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는 감각, 살아있다는 느낌에 도파민이 아주 뿜뿜! 뿜어나오고 있거든요.
💌 오늘 나눌 이야기

[나를 키우는 기록] 서로가 서로를 떠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프리워커 주간보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아닙니까!
[댓글 게시판] 돗토리, Dinosaur, Heni, Monkey, Chipmunk 님 
세계관 글쓰기 1주차 테마 <망가진 세계>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떠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나는 결혼을 일찍한 편이다. 20대 후반에 결혼한 덕분에 내 결혼식은 친구들로 북적거렸다. 보통은 청첩장을 돌리면서 인간관계를 정리한다던데 나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다들 친구가 결혼하는 건 처음이라며 기대에 한껏 부풀어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와줬기 때문이다. 결혼 후 5년이 지나, 예상치 못한 계기로 결혼식 때 못했던 관계 정리를 하게 되었다. 버킷리스트였던 책 출간이었다.


세상에 내가 책을 내다니. 믿기지 않는 이 엄청난 사건을 온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카톡으로 출간 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했다. 축하한다고 책을 꼭 사서 보겠다고 모두에게 재깍 답장을 받을 줄 알았다. 물론 대부분의 친구들은 축하 답장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 축하 답장들 사이에 ‘읽씹’ 카톡이 듬성듬성 있었다. 서운했다. 내가 싫은가 얄미운가, 속으로 온갖 상상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알았다. 그냥 별 관심이 없는 거였다. 내게는 책을 내는 게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지나가는 소식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걸 이해하는 데 5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 5년 동안 책 출간 소식에 읽씹으로 답을 한 친구들 외에도 많은 친구들이 나를 떠나갔다. 일부는 내가 먼저 떠나기도 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뾰족한 내 한마디가 친구의 마음을 찔러서, 더 이상 만나서 할 말이 없어서, 친구의 바뀐 관심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친구가 너무 부자가 되어 버려서, 친구네 집이 망해서, 멀리 이사를 가버려서.


그때마다 나는 가슴 한 구석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왜 다들 나를 떠나가는 거지? 하루 종일 카톡을 주고받으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던 친구들이 사라진 자리는 남편과의 시간으로 채웠다. 남편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 일부는 비워두었다. 글쓰기, 독서 모임, SNS 같은 것들로 채우기도 했다.


작년 겨울, 우연한 기회로 독자와 만나 커피를 마신 일이 있었다. 서로를 향한 반가운 마음과 달리 대화가 자꾸만 겉돌았다. 이어갈 말을 찾지 못했던 우리는 한 시간 남짓의 대화를 마치고 어색하게 헤어졌다. 그냥 안전하게 책 속에나 있지 왜 현실에 등장해서 그 독자의 환상을 깨버렸을까. 후회스러웠다. 이렇게 또 한 명의 독자를 떠나보냈다.


나는 구질구질하게도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숫자로 확인하기도 한다. 매주 뉴스레터를 보낼 때마다 평균 2명이 구독을 취소한다. 구독 취소 숫자를 확인하자마자 아이디를 눌러 언제부터 구독했는지, 지금까지 몇 편의 뉴스레터를 열어보았는지, 클릭률은 몇 퍼센트인지, 하나하나 살펴본다. 그리고 왜 나를 떠났을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아무 의미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


나 역시 별 이유 없이 떠나기도 하니까. 출퇴근하며 챙겨듣던 팟캐스트를 재택 근무를 시작하며 듣지 않게 되었다. 새 영상이 업로드될 때마다 보던 유튜브 채널을 다른 재미있는 콘텐츠에 빠져있느라 한동안 보지 않기도 한다.


물론 떠나는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다. 좋아하던 작가의 북토크에서 작가의 말투나 표정에 혼자 실망해서 그의 책을 더는 읽지 않기로 결심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의 모든 면을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랬다. 어쩔 수 없는 것마저 내 맘대로 하겠다고 떼를 쓰는 어린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기대하는 말과 행동만 해주기를 바랐던 거다.


나를 떠난 친구가, 팔로우를 취소한 구독자가, 내 기대와 다르게 말하는 작가가, 내 세상을 흠짓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외딴 존재들이고 우연한 기회로 잠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 뿐이다. 영영 다시 못 만날 수도 있고 다시 만날 수도 있고 기적처럼 평생 함께할 수도 있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멀어진 것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오늘도 업무를 시작하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구독자수부터 확인했다. 누가 떠나갔을까, 누가 새로 왔을까. 이 의미없는 셈을 그만두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그때까지 나는 아마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떠난 이유를 추측하고 마음 속으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야속하다며 그를 탓할 것이다. 그래도 나아진 게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떠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는 것 아닐까.

4/15 ~ 4/21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4/15] 세계관 수업 과제 글쓰기, 노션 기록 정리 클럽 피드백 작성

[4/16] 노션 기록 정리 클럽 3회차

[4/17-19] 결혼 10주년 기념 정선 여행

[4/20] 노션 기록 정리 클럽 피드백 작성, 유튜브 대본 작성, 세계관 수업 2회차




🌊 피그마에서 미리캔버스로 다시 돌아왔다


“요즘 크리에이터들은 피그마로 카드뉴스 만든대”

“클로드로 피그마 카드뉴스 공장을 만들 수 있대”

“피그마 쓰면 이미지 파일 관리 하기도 좋다더라”


그런 이유로 미리캔버스에서 피그마로 갈아탔다. 마침 미리캔버스가 자꾸만 유료로 전환하라고 압박을 주길래 피그마로 갈아탈 타이밍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세바치에서 이비님의 피그마 수업을 듣고 이비님이 조언해 준 대로 디자인 포맷도 새로 잡았다. 새로 만든 카드뉴스 디자인은 뭔가 더 그럴싸하고 예뻐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피그마를 쓰고부터 카드뉴스 조회수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전에 올렸던 게시물들은 50~100만 조회수까지 곧잘 나와줬는데 이제는 조회수가 1만을 넘기기도 힘들어졌다. 카피 문구가 약한가, 내용이 너무 긴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하던대로 계속 성실하게 카드뉴스를 만들어 올렸다.


그러다 지난달에 뜻밖의 발견을 했다. 노션 템플릿을 업데이트하며 지금까지 성과가 좋았던 카드뉴스 수치를 노션에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던 중이었다. 조회수, 좋아요수, 댓글수, 공유수, 리포스트수, 저장수를 숫자 하나하나 옮겨 적어 보면서 깨달았다.


디자인이 예쁜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구나.


사람들이 원하는 메시지가 한 문장으로 잘 표현되어 있는지,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는지, 사진이 직관적인지, 그게 더 중요하구나.


더 그럴듯한 디자인을 만들겠다고 고민할 시간에 카피 문구를, 메시지를 고민해야 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닌데 왜 디자인 퀄리티, 디자인 기록 레퍼런스, 이런 것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까. 그래봤자 어차피 디자이너처럼 만들지도 못할 텐데.


다시 미리캔버스를 켰다. 이전에 쓰던 파일을 열고 이전에 하던 대로 사진과 문구만 바꿔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피그마처럼 섬세하게 하나하나 조정할 수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었다. 기능이 제한적이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피그마로 나만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는 욕심도 내려놓았다. 그거 만들어서 뭐하게. 이전 디자인 다시 쓰지도 않더만.


클로드 코드로 카드뉴스 만드는 것도 안 하기로 했다. 후킹하는 문장을 고민하고, 문단 배치를 조정하고, 첨부할 사진을 고르는 작업을 직접 하고 싶었다. 그 능력을 잃어버리는 게 두려웠다. 어떻게 키운 감인데.


미리캔버스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1만 조회수가 넘는 카드뉴스가 2개 나왔다.




🌊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아닙니까!


AI로 콘텐츠 초고를 다듬는 것도 그만두었다. 분명 글이 더 매끈해졌는데, 바로 그 매끈함 때문에 내 글이 숨막힌다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단님 글 읽으면 마음이 편안했는데 요즘은 읽다가 숨이 차요, 아니 숨이 막혀요.”


내 글에 담겨있던 인간스러운 엉성함이 사라져버린 거다. 내가 AI에게 주로 요청하는 초고 수정 항목은 이렇다.

  • 중언부언하는 부분이 있는지, 불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줘
  • 도입부가 독자의 시선을 빠르게 후킹하는지 검토해줘
  • 논리가 빈약하거나 비약하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줘
  • 반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짚어줘. 악플이 달릴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줘.


그렇게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을 통해, 흠 잡을 곳 없이 매끈하게 숨막히는 글이 완성되었던 거다. 내 글만의 매력이 사라졌던 거다.


망설임, 애매함, 주저함, 중언부언, 불필요한 미사여구… 인 줄 알았던 것 중 일부는 독자가 호흡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던 거다.


AI와 글쓰기를 중단하고, 한동안 내 글이 숨막혀서 읽기 어려웠다는 증언이 블로그로 뉴스레터로 유튜브로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이전의 호흡으로 돌아간 것을 보고 독자들이 그제야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AI를 쓰긴 쓸 거다. 자동화도 배울 거다. 그러나 기술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AI가 해준 조언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아야겠다. 네가 지적한 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나만의 글쓰기 스타일이 있다고 반항을 해야겠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그 ‘잘 쓴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이제 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대표는 똑똑한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그 직원을 잘 써야 한다. 그 직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충분히 위임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걸 넘겨주면 안 된다. 직원은 직원일 뿐, 이 회사의 대표는 나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그 직원이 자기 마음대로 자기 뜻대로 자기 색깔로 내 세계를 지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 직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스스로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 직원이 국제 회의에서 통역을 해준다고 한들 내가 직접 영어로 해외 파트너와 말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 직원이 나 대신 고객 응대를 해준다고 해도 내가 직접 고객을 만나 소통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기술 뒤로 숨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내 일의 주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일의 시작과 마무리는 결국 내가 해야 한다. 결정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어야 한다.





노션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쉽고 간단한 템플릿을 만들었어요.

단/계/자/아 기록 정리법을 적용한
단단이 실제로 매일 쓰는 노션을
통째로 옮겨왔습니다.

🎁 여러분을 위한 선물 🎁
계절마다 저의 독서/콘텐츠 노트를
업데이트해서 드리고 있어요.
지난주 레터를 읽고 남겨주신 댓글과 답글을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게시판에 풀버전 댓글과 답글이 있어요.

오늘 레터를 읽고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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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돗토리 님
저는 요즘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정처없이 휘둘리고 있어요. 시작이 어려운 사람인데, 이번달은 유독 시작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시작을 주저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사사로운 감정에 더 몰입하게 되고 악순환이더라구요. 단단님의 시계부 레터를 다시 읽으면서- 기계적으로 시간마다 할 일을 하는 루틴을 잡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이 채 끼어들기 전에 나와의 시간약속에 집중해보겠어요! :)

💬 단단: 나와의 시간 약속, 너무 좋은데요. 🧡 날 좋은 봄이잖아요. 나에게 다정하게 시간을 내어주는 연습을 해보아요 우리 :)


📫 Dinosaur 님
사진 색감이 너무 예쁜데 어떤 카메라로 찍으셨나요?

💬 단단: 아이폰 15로 모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어요 :)


📫 Heni 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봅니다. 저와 너무나 비슷한 커리어,마음 상태, 의식의 흐름을 갖고 계신 것 같아서 매주 레터를 진심으로 공감하며 읽습니다. 나만 이런 방황을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오늘도 얻어갑니다. 오늘 레터도 감사합니다 :)

💬 단단: Heni 님 반가워요! 항상 진심으로 공감하며 레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모두가 비슷한 굴레 안에서 비슷한 방황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자주 되새기는 문장이 있는데 Heni 님께도 전해드려요.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 보여도 우리의 원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일하는 마음』 제현주


📫 Monkey 님
이번 주 단단님의 레터로 타인의 시간을 얻는 일은 그만큼의 정직한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배우고 갑니다. 매주 수요일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몰라요. 늘 감사합니다

💬 단단: 정직한 정성, 이라는 말씀이 와닿아요. 수요일을 기다리고 기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


📫 Chipmunk 님
고민 해결 노트도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해요..! 언제 기회가 된다면 라이브로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 단단: 안그래도 오랜만에 고민 해결 노트도 콘텐츠로 풀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 주셔서 반가운걸요! 제가 작년에 고민 해결 노트를 주제로 유튜브 영상 만든 게 있어서 우선 링크 공유 드려요. 기회가 된다면 유튜브 라이브로도 풀어 보겠습니다 :) 감사해요!
광고/협업문의 : jgm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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