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없어 아무도 만들지 않던 소프트웨어를, 이제는 나 한 사람을 위해 만들 수 있습니다. 당근메일 #296 | 2026년 11월 2일 - WEEK 45 |
|
|
Raycast 를 쓰던 제가 왜 다시 Alfred 로 돌아왔을까요?
시장이 없어 아무도 만들지 않던 소프트웨어를, 이제는 나 한 사람을 위해 만들 수 있습니다.
진대연
최근 Raycast 를 쓰다가 예전에 쓰던 Alfred 로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둘 다 맥에서 단축키 하나로 검색창을 띄워 앱을 실행하거나 파일을 찾고, 여러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이런 도구를 「런처」라고 부르죠.
다시 돌아온 이유는 코드를 짜 주는 AI 도구, Claude Code 덕분입니다. 필요한 기능을 말로 설명하면 Alfred 에 붙여 쓸 수 있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경험을 하면서, 오래전 에버노트에서 일하던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
|
|
Alfred 에 fb 두 글자를 치면 제 폴더 목록이 뜨고, 고른 폴더의 AI 채팅 세션이 열립니다. |
|
|
제가 Alfred 를 떠났던 이유
Alfred 의 장점은 「워크플로」입니다. 키워드 하나와 스크립트를 이어 붙여, 내가 원하는 동작을 검색창에서 바로 부를 수 있게 해 줍니다. 스크립트는 「이걸 누르면 이렇게 해라」를 적어 둔 짧은 프로그램이고요. 다만 워크플로는 유료 기능인 Powerpack 에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스크립트를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고수들이 만들어 둔 스크립트를 열심히 찾아 쓰거나, 없으면 직접 만드느라 몇 시간씩 매달려야 했죠. 그 과정이 번거로워서 Raycast 로 넘어갔습니다.
찾는 것보다 만드는 게 빨라졌습니다
Raycast 도 좋은 도구입니다. 확장 기능이 많고, 「Script Commands」라는 기능으로 내 스크립트를 명령처럼 붙여 쓸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많은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유료 요금제가 필요합니다. AI 채팅, 클라우드 동기화, 테마, 무제한 클립보드 기록 같은 기능은 월 10달러짜리 Pro 요금제에 들어 있죠. 물론 Alfred 도 워크플로를 쓰려면 Powerpack 을 사야 하니, 어느 쪽이든 공짜는 아닙니다.
그보다 더 크게 느낀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수많은 확장 기능 가운데 나에게 딱 맞는 것을 찾는 데 드는 시간이, 요즘은 직접 만드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더라고요. 남이 만든 것을 찾아 내 방식에 맞추는 것보다, 내 방식을 설명하고 그대로 만드는 편이 빨라진 것이죠.
「workflow 도 직접 만들 수 있어?」
이번에 달라진 것은 바로 그 자리입니다. 지난 토요일 밤, 저는 Claude Code 에 「맥북 Alfred 를 최대한 잘 세팅해 줘」라고 부탁했습니다. 테마와 글꼴을 고르고, Alfred 팀이 공개한 워크플로 열 개와 네이버·파파고 같은 웹 검색 아홉 개를 넣는 데까지는 금방 끝났습니다.
그다음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workflow 도 직접 만들 수 있어?」 그리고 「예를 들면 PARA 폴더의 FolderBot 을 바로 열어 주는 기능 같은 거」라고 덧붙였죠. 그렇게 몇 번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키워드 다섯 개가 생겼습니다.
- p — 폴더 찾아가기
- st — 요즘 움직이고 있는 프로젝트와 그 상태 보기
- fb — FolderBot 에서 그 폴더의 봇 바로 열기
- td — 남은 할 일을 마감 가까운 순으로 보기
- ib — 떠오른 메모를 Inbox 에 바로 저장하기
|
|
|
Claude Code 가 만든 「PARA 볼트」 워크플로. 키워드(p·st)가 스크립트로 이어져 있습니다. |
|
|
물론 한 번에 된 것은 아닙니다. 처음 설치했을 때 p 는 잘 됐는데 fb 를 치면 구글 검색으로 빠졌습니다. 화면을 캡처해 보여 주니, Alfred 가 예전 설정을 기억하고 있어서 새 워크플로를 다시 읽혀야 한다는 원인을 찾아 고쳤습니다. 저는 Alfred 창에서 직접 써 보고 결과를 알려 주고, Claude Code 는 고치는 역할을 나눠 맡은 셈이죠. 코드를 몰라도 되는 대신, 무엇이 필요한지와 제대로 되는지는 제가 판단해야 했습니다.
FolderBot 은 왜 만들었을까요
fb 가 여는 FolderBot 은 제가 만들어 쓰는 도구입니다. 폴더 하나에 AI 봇 하나를 붙여, 폴더를 열면 그 프로젝트의 지침과 진행 상황을 아는 AI 와 바로 이어서 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시작은 지금의 IDE 였습니다. IDE 는 개발자가 코드를 쓰고 AI 와 함께 일하는 작업 도구인데, 대부분 한 번에 프로젝트 하나만 다룹니다. 그런데 저는 모든 일을 PARA 구조, 즉 프로젝트·영역·자료·보관 네 칸으로 폴더를 나눠 정리합니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담은 IDE 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저는 거의 모든 일을 AI 와 함께 하는데, 새 대화를 열 때마다 「이 프로젝트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했는지」를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옵시디언을 한 단계 진화시킨 저만의 버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디자인이 예쁜 제품으로 말이죠. |
|
|
새 대화마다 프로젝트를 다시 설명하던 일에서, 폴더를 열면 그 일을 아는 AI 가 기다리는 쪽으로. ChatGPT 생성 이미지 |
|
|
시장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던 소프트웨어
제가 에버노트 코리아에서 일하던 시절, 당시 대표였던 필 리빈(Phil Libin)이 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시장이 있는 제품만 만들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처럼 수가 적은 사람들을 위한 앱은 아무도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려면 개발자와 시간과 돈이 듭니다. 그 비용을 돌려받으려면 그 제품을 살 사람이 충분히 많아야 하죠. 사는 사람이 적으면 아무리 절실한 문제라도 만들어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비용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Alfred 에 붙인 기능은 사실 저 말고는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제 폴더 구조와 제가 만든 FolderBot 에 맞춰 만들었으니까요. 시장으로 따지면 고객이 딱 한 명인 제품입니다. 예전 같으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았을 소프트웨어인데, 이번에는 대화 몇 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먼저 이야기한 사람이 있습니다. 소설가이자 프로그래머인 로빈 슬론(Robin Sloan)은 2020년에 「앱은 집밥이 될 수 있다(An app can be a home-cooked meal)」라는 글을 썼습니다. 가족이 쓰던 메신저 앱이 2019년 가을 서비스를 접는다고 하자, 그는 회사가 만든 다른 메신저로 옮기는 대신 가족만 쓰는 메신저 「BoopSnoop」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데 일주일쯤 걸렸고, 그중 절반은 앱 서명 같은 배포 절차와 씨름하는 데 썼다고 합니다. 이 앱을 매일 쓰는 사람은 가족 네 명이고, 앞으로도 다른 사람이 쓸 일은 없다고 하죠.
그는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이고 확장 가능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풀어 주면, 집에서 하는 요리가 식당 주방의 요리와 전혀 다르듯 완전히 다른 일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프로그래밍계의 집밥 요리사라고 부르죠. 그때 로빈 슬론에게 일주일이 걸렸던 집밥을, 이제는 대화 몇 번으로 차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시장이 없어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필 리빈이 안타까워했던 그 자리가 조금씩 채워질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회사가 수많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 주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필요한 사람이 자기를 위해 직접 만들 수 있게 됐으니까요. |
|
|
많은 사람을 위한 큰 앱 옆에, 이제는 한 사람을 위한 작은 앱이 생깁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꼭 대단한 앱이 아니어도 괜찮았습니다
바이브 코딩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앱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꼭 그럴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매일 쓰면서 「이것만 되면 좋겠는데」 싶었던 기능 하나를 만드는 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저는 앱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매일 쓰던 Alfred 에 제게 필요한 기능을 붙였을 뿐입니다.
예전에는 기성복에 우리 몸을 맞춰야 했습니다. 남이 만든 앱의 방식에 내 일하는 방식을 맞춘 것이죠. 이제는 늘 입던 옷을 내 몸에 맞게 조금씩 고쳐 입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우리의 작업환경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동작 하나를 적어 보세요. 폴더를 찾아 들어가는 일이든, 같은 문장을 복사해 붙이는 일이든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 동작을 AI 에게 말로 설명해 보는 것까지가 첫걸음입니다.
참고한 글
|
|
|
함께 보면 좋은 이전 당근메일
당근메일 홈페이지가 새로워졌습니다 |
|
|
- 🧥 Raycast 에서 Alfred 로 돌아온 이유는 앱이 아니라, 딱 맞는 기능을 찾기보다 Claude Code 와 대화로 만드는 편이 빨라진 변화였습니다.
- 🏗️ 만드는 비용이 줄면 시장이 없어 만들어지지 않던 소프트웨어, 나 한 사람을 위한 앱도 만들 수 있습니다.
- ✍️ 이번 주에는 매일 반복하는 동작 하나를 적고, 그걸 AI 에게 설명해 보세요.
|
|
|
이번 주 당근메일 내용이 마음에 드셨나요? 함께 보면 좋은 친구나 동료에게 공유해주세요!
|
|
|
AI에게 "기획서 좀 찾아 줘"라고 해 보셨나요?
오늘 글에서 Alfred 에 fb 두 글자를 치면 폴더 목록이 뜨고, 고른 폴더의 AI 가 바로 열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되려면 먼저 폴더가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기획서_최종_진짜최종」과 「기획서 (1)」이 바탕화면과 다운로드 폴더에 흩어져 있으면, AI는 그중 어느 것이 지금 하는 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AI가 똑똑해질수록 정리는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하루 동안 내 노트북을 직접 정리하는 워크숍, PARA AI를 엽니다. 티아고 포르테의 PARA로 폴더를 다시 세우고, 그 폴더를 AI가 읽게 만듭니다. 예제 파일은 없습니다. 지금 어질러진 내 노트북으로 합니다.
- 📅 11월 22일(일) 오전 10시~오후 5시 (점심시간 빼고 6시간)
- 📍 을지로 하이드미플리즈 · 10명
- 🎒 하루 뒤 들고 가는 것: 정리된 내 폴더 · 나를 아는 AI · 나 없어도 도는 루틴
- 💻 코드는 한 줄도 쓰지 않습니다. 노트북과 ChatGPT 또는 Claude 유료 요금제만 준비해 주세요.
- 💳 11월 19일(목)까지 신청하면 얼리버드 10만원, 그 뒤로는 15만원 · 강의가 도움이 되지 않으셨다면 전액 환불해드립니다.
|
|
|
당근메일 오픈카톡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생산성 도구와 방법에 대한 문제를 나누고 해결하세요. (입장 비밀번호: eatfrogs) |
당근메일 커뮤니티에서 생산성에 관심있는 당근메일 구독자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세요. |
|
|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피드백이 매주 당근메일이 발행되는 큰 힘이 됩니다.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을 최대한 솔직하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더 나은 당근메일을 만들어가겠습니다.
|
|
|
|
당근메일 | newsletter@carrotletter.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