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틀룸 1화: 아쿠아리움과 고래 NOW - 실시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 416.9ppm - 전 세계에서 1초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1600톤 - 오늘 출근하며 본 길가의 쓰레기 개수: 13개 왜 고래는 좁은 곳에 갇혀 있을까? 고래한테 문제가 생기면, $%name%$ 룸메이트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늘의 키워드 다이지 마을 | 생추어리 | 정형행동 1.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갈까 돌고래 포획 과정과 일본 다이지 마을 일본 다이지 마을이라고 들어봤어? 2018년에 조사를 해봤더니 말야, 그때까지 우리나라 아쿠아리움에 있던 돌고래들이 대부분 그 마을 출신이더라고.
다이지 마을에선 돌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 깊숙이 철제봉을 내리고 봉에 ‘땅’ 하고 충격을 줘. 그럼 수중으로 음파가 전달되는데, 음파로 소통하는 돌고래 입장에선 이게 웬 난리냐 싶은 거지. 돌고래가 패닉 상태가 된 때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은 배로 돌고래 떼를 바닷가 한쪽으로 몰아. 그리고 살해하거나 산 채로 잡는 거고. 우리나라는 다이지 마을에서 잡은 돌고래의 10%를 사 오는 큰손이었대(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에서 수출한 354마리 중 35마리를 우리나라가 수입). 다른 나라엔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동물을 수입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는 거랑 다르게, 우리나라 법은 비교적 느슨했거든. 그래서 다른 나라 아쿠아리움에서 고래를 들이고 싶을 때, 깐깐한 법을 피하려고 우리나라를 통해서 수입해간다는 의혹도 있었어. 악명 높은 다이지 마을에서 직접 수입하면 국민들 눈치를 엄청 봐야 할 테니까, 편법을 쓴 거지. 우리나라도 2018년 ‘야생생물 보호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잔인한 방법으로 돌고래를 수입하는 걸 엄격히 금지하게 됐어. 이렇게 잡힌 돌고래는 어떻게 세계 곳곳 아쿠아리움으로 옮겨질까? 물을 가득 채운 커다란 수조에 고래를 담아 옮기면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럼 안 돼. 고래는 폐로 호흡하는 포유류라서, 물을 가득 채우면 숨을 쉴 수 없거든(고래가 헤엄칠 때 가끔 수면 위로 올라와 뿌 하잖아? 그게 호흡하는 거야). 어떻게 보면 오래 잠수를 잘하는 사람 같다고도 볼 수 있지. 그렇다고 아예 물 밖에만 있으면 피부가 마를 수 있어서 옆에서 물을 계속 뿌려주며 잘 지켜봐야 해. 또 덩치가 큰 고래는 물 안에 있을 때는 부력 덕분에 체중이 분산돼 편히 숨 쉴 수 있는데, 물 밖으로 나오면 그게 힘들어. 그래서 고래를 옮길 땐 잘 짜인 들것(사진)이 필수야.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눌리면 피부 조직이 괴사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하고. 이렇게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보통은 고래를 옮길 땐 비행기에 태워 빠르게 옮겨. 하지만 때론 트럭과 배를 번갈아 타며 30시간 넘게 이동하는 경우도 있대. 한 번은 일본에서 울산까지 32시간에 걸쳐 한 돌고래를 옮겼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돌고래는 5일 만에 숨을 거뒀고. 아쿠아리움으로 온 돌고래는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고래가 마지막으로 가는 곳은... 부검대 위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처럼 불법 포획되었다가 바다로 돌아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죽어야만 아쿠아리움에서 나갈 수 있어. 죽으면 부검을 해 사망 원인을 밝혀 보고서를 내게끔 돼 있고.
2. 모든 보호는 나쁜 걸까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생추어리 아쿠아리움이 오히려 고래를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입장도 있어. 먹이를 주고, 건강을 살펴주고, 물 관리를 깨끗하게 해주는 게 오히려 고래를 위한다는 거지. 언뜻 맞는 말 같기도 한데, 좀 더 살펴보자. $%name%$ 룸메이트도 코로나19로 집에 오래 머물러봐서 알겠지만, 너무 답답하잖아. 고래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특히 고래는 하루에 100여km까지 헤엄칠 수 있는데, 인간 기준으로 아무리 큰 아쿠아리움이라고 해도 고래 입장에선 답답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거지. 결국 고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우울증이나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해.
우리 입장에선 먹이도 주고, 깔끔한 환경에서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래 입장에선 아닐 수 있는 거지. 최근 10년 동안 돌고래 35마리가 아쿠아리움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대부분 자연에서 살 수 있는 수명보다 훨씬 짧은 생을 살았어(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30~50년으로 보는데, 아쿠아리움에 온 돌고래 대부분이 10년도 채 살지 못하고 숨을 거뒀어). 우리나라 아쿠아리움은 잡아온 돌고래끼리 번식을 시키는데, 아기 돌고래의 사망률은 더 높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아쿠아리움에 갇힌 아기 돌고래의 절반 이상(52%)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이 때문에 캐나다는 아쿠아리움에서 돌고래를 사육하거나 출산하게 하는 걸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미국 몇몇 아쿠아리움에서도 번식을 막았고. ‘생추어리’라는 단어, 들어봤어? 아쿠아리움보단 생추어리가 진짜 보호에 더 가까울지도 몰라.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래가 영원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어. 바다 생추어리, 혹은 ‘바다쉼터’라고 불러. 좁은 유리에 가두는 게 아니라, 넓은 만에 울타리를 쳐두고 자유롭게 헤엄치도록 하는 거야(영상). 보통 어릴 적 잡혀 야생에 풀어주어도 살아갈 확률이 적은 고래, 다친 고래 등이 이곳에 머물게 돼. 호주, 아이슬란드 등에는 있고 아시아에는 아직 없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바다 온도나 태풍 등 주변 환경을 따져봤을 때 어려워 보인다고 해. 앞으로 아쿠아리움이 진짜 ‘보호’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점점 바다쉼터로 모습을 바꿔야 할 거야. 2020년 여름, 상해 아쿠아리움에 있던 두 돌고래는 아이슬란드 바다쉼터로 집을 옮겼어. 미국 볼티모어 주의 국립 수족관 역시 2020년까지 해변에 바다쉼터를 만들어 옮기겠다고 약속했고. 그럼 지금은 옮겼냐고? 아니.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오르거나 허리케인 등이 심해지면 바다쉼터의 돌고래들이 오히려 위험해질 거라며 약속을 미루고 있어.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 등에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래도 고래들에게는 아쿠아리움 감금보다는 바다쉼터가 나을 거라고 본대. 🐻 동물을 ‘보호’할 수 있을까? 가끔 ‘TV 동물농장’ 보면, 다쳤던 야생동물과 사람이 친해진 모습이 나오곤 하잖아? 예를 들어, 까치가 멀리 날아가는 듯하다가 돌아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그런 장면. 보면서 훈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추어리나 바다쉼터 관점에서 보면 조금 고민해볼 점도 있대. 야생동물은 인간을 잊을 때 가장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다는 거야. 야생 곰 생추어리 ‘킬햄베어센터’를 운영하는 한 박사님은 이렇게 말했어: “방사 이후에도 저를 기억하고 반가워하는 곰이 있지만, 그건 아주 특별한 경우입니다. 대개의 곰에게는 이곳에서 갇혀있던 시간이 공포에 가까운 기억일 거예요. 그래서 전 이들이 모든 걸 잊고 다시 완벽하게 야생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저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는다고 해도요.” (김현기, 『휴머니멀』, 포르체, 2013, 224쪽) 길고양이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룸메이트도 있을 텐데, 야생동물과 가까이 지내거나 보호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name%$ 룸메이트 생각이 궁금해! 3. 바다에 머물렀더라면 고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 고래도 그들의 룸메이트와 함께 망망대해를 마음껏 누볐을 거야. 고래는 사회적인 동물이라, 서로 장난을 치고 교감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든. 서로의 목소리도 구분할 수 있고. 또 고등어나 참치류를 먹는 덩치 큰 해양 동물로서, 전체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겠지? 고래는 크기에 따라 고래와 돌고래로 나뉘는데, 덩치가 큰 고래일수록 바다에서 사라졌을 때 생태계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쳐. 고래는 바다에 사는 다른 룸메이트들에게 많은 양분이 되어주거든. 깊은 바다에 있다가 가끔 수면 위로 올라와 뿌 하고 숨 쉬는데, 이때 배설물도 나와. 거기엔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플랑크톤과 해조류가 자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바다에 머물렀더라면 죽음의 순간도 많이 달랐을 거야. 부검대에 오를 일도 없었을 테고 말이야. 죽은 고래의 몸은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 고래는 살면서 몸에 탄소를 흡수하는데 숨을 거둔 후 바다 아래로 가라앉을 때, 길동무로 탄소를 다 데리고 내려가. 고래 수가 많았던 시절 그 효과를 계산해보면, 죽은 고래들이 매년 해저로 끌고 내려간 탄소량이 매년 차량 4만~41만 대를 멈추는 효과와 비슷하다는 연구도 있어.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연구도 비슷한 얘기를 해. 고래 한 마리가 평생 흡수하는 탄소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22억 원 이상이래. 룸메이트의 죽음을 돈으로 바꿔 생각하는 게 가슴 아프지만, ‘고래를 지키자’는 게 더 이상 윤리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해. 고래가 바다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지키는 일은 탄소중립이나 그린뉴딜만큼이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야. 바다 생활을 오래한 룸메이트 얘기도 들어보자. 뉴닉 프로덕트 매니저(PM)로도 일하고 있는 루나야. 반갑게 인사해 줘! 섬에 간 지 1년이 넘었다. 하나하나 모두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바다 생물을 만났다. 흉상어, 고래상어, 매가오리, 파란꼬리가오리, 농어와 가시복... 고래상어는 키가 나보다 5배는 크고, 가장 작았던 아기 가시복은 내 엄지손가락보다 작다. 그중 내가 매일 기다린 바다생물은 노랑거북복이다. 거북복은 색종이로 접어놓은 공처럼 각이 졌는데 성격은 꼭 길고양이를 닮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몸을 항상 바위틈에 꼭꼭 숨기고 있는데 나랑 마주치면 어김없이 반쯤 숨어서 나를 빼꼼 쳐다봤다. 한 번은 스노클링을 하다가 거북복의 집을 찾았다. 거북복을 만나기 위해 숨을 배와 가슴에 가득 채운 채 서두르지 않고 수면 아래 14m로 내려갔다. 거북복의 집에서 1~2m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나와 거북복 중 누가 더 겁먹었느냐의 대결이다. 내가 숨 참는 것이 무서워서 충분히 기다리지 않으면 거북복을 볼 수 없고, 낯선 이의 방문이 싫어 거북복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만날 수 없다. 거북복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해가 질 때까지, 거북복의 집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두어 시간을 보냈다. 내가 반갑지 않은가, 하고 포기할 즈음에 노랑거북복은 집에서 20cm 정도 나와 나를 빤히 구경하고 들어갔다. 우리는 우리 사이에 바다가 있어서 만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둘 다 원하는 거리를 지킬 수 없었을 거다. 그래서 이렇게 작고 겁이 많은 거북복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파란 바다가 필요하다. 그래야 나를 만나고, 만나지 않기를 선택하고, 탐색하고, 조금 덜 번잡한 바위로 이사하면서 살 수 있을 테니까. 우리 모두 바다에서 원하는 거리를 두고 바다생물을 우연히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지난 1년,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좀 덜 귀찮게 했을 동안 제집인 바다를 드디어 제집처럼 누렸기를. 오늘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name%$ 룸메이트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와 책을 가져와봤어. 🎬 도리를 찾아서 (픽사, 2016) 인간에게 납치된 아들 ‘니모’를 찾아 떠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후속작이야. 이 영화엔 아쿠아리움에 갇힌 고래 ‘데스티니’가 나오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유리벽에 자꾸 머리를 부딪쳐. 또 영화 중간에 고래가 초음파로 소통해 탈출을 돕거나, 문어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여는 모습 등이 나오는데 이는 실제 룸메이트들의 높은 지능과 능력치를 그대로 보여준 거야!(문어는 잼이 든 유리병 뚜껑을 발로 돌려 딸 줄 아는 학습능력을 가졌어!(영상) 더 궁금하면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도 추천해.) 🎬 시스피라시 (넷플릭스, 2021) $%name%$ 룸메이트도 이미 봤을지 모르겠지만, 바다에서 온 룸메이트들의 삶과 죽음이 더 궁금하다면 한번쯤 볼 만한 작품이야. 다이지 마을 사람들이 왜 돌고래를 죽이는지, 돌고래가 안전하다는 Dolphin Safe 로고가 붙은 참치캔이 왜 모순인지, 스스로 고민하며 볼 수 있어 좋더라고. (‘시스피라시’를 이미 봤다면, ‘카우스피라시’나 ‘미션 블루’도 추천해.) 🎬&📚 휴머니멀 (MBC, 2020) ‘생추어리’라는 개념이 흥미로웠다면, 김우빈·류승룡·박신혜·유해진 배우의 생생한 얘길 들어보는 것도 좋겠어. 총 5부작으로 MBC 다큐멘터리로도 볼 수 있고, 책으로도 읽을 수 있어(김현기, 포르체, 2020). 동물을 전시하고 관람하는 동물원, 단순 오락을 위해 동물을 사냥하는 트로피 헌팅, 동물이 동물답게 살기 위한 생추어리 등을 배우들이 직접 체험한 경험이 담겨 있어.원리틀룸 동물 용어 가이드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오늘 생긴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겠어! 살처분과 사망 살처분은 ‘죽여서 처리하여 치운다’는 뜻으로, 특히 동물이 감염병에 걸렸을 때 ‘병에 걸린 동물을 죽여 없앤다’는 뜻으로 사용돼.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은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거나 치료를 하잖아? 살처분보다는 ‘안락사’ 혹은 ‘살해’라고 그 뜻을 밝혀 말하자는 흐름이 있어. 경기도에서는 구제역(FMD)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질병을 다룰 때 ‘살처분’ 대신 ‘안락사 처분’이라고 부를 거라고 밝혔어. 애완동물과 반려동물 애완동물은 ‘사랑스러워(사랑 애 愛) 구경하거나 장난치고 싶은(희롱할, 놀 완 玩)’ 존재라는 뜻이야. 1983년, 동물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가 애완동물(Pet) 대신 반려동물(Companion animals)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어. 함께 더불어 사는 개념인 ‘반려’가 더 가깝다는 거지. 물고기와 물살이 바다에 사는 생물은 인간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감각이나 고통이 없을 거라고 여겨지는데, 큰 오해야. 이들도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영상), 고통도 똑같이 느껴. 인간에게 먹히는 존재로만 한정 짓는 ‘물고기’라는 이름 대신, 이들을 ‘물에 사는 존재’로 보는 ‘물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보면 어떨까? 오늘 이야기 어땠어? $%name%$ 룸메이트 생각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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