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 17
#9 책과 읽는 행위에 대하여

나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현실 도피에서 시작된 단순한 행위였다. 무수히 많은 고민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벗어날 있는 순간. 도피 속에서 해결책을 발견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많은 책을 찾기 시작했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집중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줄을 여러 읽어도 허공에 떠다니는 활자에 불과한 날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다시 책이 읽고 싶어질 때까지 쳐다보지 않았다. 그렇게 읽은 책들의 수가 차곡차곡 쌓였고 이제는 책으로 위안을 받고 책이 주는 힘을 믿는다.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할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의 격언처럼 모든 것을 경험할 없기에 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모르는 영역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고 경험할 있는 것에 감사하며 글을 읽는 모두가 책을 가까이할 있는 날들을 보내길 바란다. -J-

📃오늘의 grds paper

1. Music

2. Reading Items

4. 책벌레들과의 인터뷰

5. 걸음 코스 <책의 세계로, 파주>

6. Home Cocktail Recipe : Smoky Nail

Music

🎧 Plantasia - Mort Garson


서촌의 사진 책방 ‘이라선’에서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전자음으로 이렇게 푸릇푸릇하고 상쾌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알고 보니 Plantasia는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식물 가게 주인의 의뢰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몰입해야 하는 순간이나 책을 읽을 때, 또는 하루를 상쾌하게 열고 싶을 때 이 앨범을 들어보라. 맑은 물방울과 따뜻한 온기에 둘러싸여 쑥쑥 자라나는 초록빛 식물이 된 것만 같다.

Reading Items

책 읽는 행위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독서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아이레벨 독서대


주로 집에서 책을 읽는다면 독서대를 쓰는 것이 바른 자세에도 책에 집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 고정시켜놓고 티나 커피를 마실 있어서 더욱 좋다. 눈높이에 맞게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있는 튼튼한 나무 독서대.


📷 아이레벨

Tin Mixed Book Darts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이나 오래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북다트로 표시해 보자.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을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다트는 금속으로 되어있어 깔끔하면서 재사용할 수 있으며 빈티지한 디자인의 틴 케이스에 담겨있다.


📷 Point of View

토끼 북마크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기 위해 책갈피는 필수적. 영국을 대표하는 독서용품 브랜드 if의 책갈피이다. 토끼 말고도 유니콘, 고양이, 강아지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귀여운 인형 북마크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


📷 if

More Booooks! 북파우치


자신이 어떤 책을 읽는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싫다는 독서가들도 있다. 북파우치를 사용하면 아끼는 책을 가지고 다닐 때 손상되지 않게 보호할 수 있으면서, 비밀스러운 독서를 할 수 있다.👝

큰 책도 들어가는 넉넉한 사이즈로 촘촘한 트윌 천으로 제작된 키오스크키오스크의 북파우치. ‘read more’, ‘more books’라는 문구가 귀엽게 적혀있다.


📷 KioskKiosk

책벌레들과의 인터뷰

team grds에서 책을 좋아한다고 소문난 두 명을 초대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나눠봤습니다.
여러분의 답변도 궁금하네요!

책을 좋아하는 편인가? 많이 읽는지.

S : 책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읽었다. 고등학교 때는 거의 손을 놨다가 대학생 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C :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이런 걸 활자 중독이라고 하던데 ..



어떤 장르를 가장 좋아하나?

S : 제일 좋아하는 건 소설이다. 국내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고 SF 소설도 좋아한다. SF는 현실이긴 한데 아주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SF에서 워낙 유명한 김초엽 작가를 좋아하고, 김희선 작가의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면>도 재밌게 읽었다.


C : 소설과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국내 작가도 좋은데 해외 작가 소설도 많이 읽는 편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이랑 가즈오 이시구로,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3권 이상씩 읽은 것 같다.



그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S : 일단은 재미있으니까. 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소설은 이야기니까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C : 나와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지가 궁금하다. 공감 능력이 없다고 친구들에게 질타를 받는 편이라 책으로라도 감수성을 길러보려고 한다. 소설은 가상의 인물이고 에세이는 실제 인물이니까 그 사람의 사고방식, 생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롭다.



책을 주로 언제 읽나?

S :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이동할 때 가장 많이 읽는다. 책을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닌다.


C : 통으로 시간을 가지고 여유 있게 읽는 걸 좋아한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나서 읽거나(부작용은 졸려서 조금밖에 못 읽는 것) 주말에는 아예 리딩 타임을 가지고 읽는다. 카페에 가든 집에서 음악을 틀고 읽든.



책이 주는 유익이 뭐라고 생각하나?

S : 자아탐구에 대한 욕구가 많아서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생각으로만 하던 걸 책에서 활자로, 문장으로 적힌 걸 봤을 때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하고 위로받을 때가 있다. 주로 소설을 읽다 보니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삶을 책을 통해 경험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좁다고 느낀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사유하는 힘이 길러지는 것 같다.


C :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나도 그중 하나인데, 책을 읽으면 나의 상황이나 고민들을 일단 멈추고 책 속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도 마음도 편안하다.(e북보다 종이책을 읽는 편이다.) 하루 종일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면 쉼보다는 소진되는 느낌이 들고 피로감이 더 쌓인다. 반면 책은 고요하고 느리다. 내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중간에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스스로의 독서 목표가 있나?

S : 올해는 미니멈 50권. 그리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제목이라도 적어 두려 한다.


C : 한 달에 최소 2권씩은 읽으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희망 사항은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것.



grds paper 구독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꼽는다면?

S : 먼저 김화진 작가의 <나주에 대하여>를 추천한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고 나에 대해도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밉고 못난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들. 보면서 위로도 받고 웃긴 포인트도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SF 소설 중에서는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를 추천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고, 호흡이 짧은 단편집이라 sf문학이 익숙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기기 좋다. 장르를 불문한 신예 작가들의 수상작품집은 특히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쳐 즐겨 읽는다. 위에서 말한 김초엽 작가 역시 이 한국과학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C : 박상미의 에세이 <나의 사적인 도시>를 추천한다. 좋은 책은 나도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데, 이 책을 읽고 성숙하면서 섬세한 문체에 반해 1일 1글쓰기를 도전해 본 적이 있다.(작심삼일로 끝나버렸지만.) 뉴욕에서 오래 살았던 작가가 그곳에서의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써나가는데 미술, 문학에 대한 생각도 담겨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관심이 없었던 뉴욕에 꼭 한 번 여행을 가보고 싶어졌다.

Home Cocktail Recipe
: Smoky Nail

스모키 네일(Smoky Nail)은 러스티 네일(Rusty Nail)의 변형된 레시피로 피트 한 아일라 위스키를 사용한다. 스파이시 하면서 달고 바디가 묵직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즐겨 마시기 좋다.🛋 무엇보다 레시피가 간단하기 때문에 집에서 생각 없이 만들기 좋다. 칵테일과 책의 조합은 책임 가능한 향락과 쾌락이다.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을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읽고 있는 중인데 오랜만에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있다. 초입부 주석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에스키 사회에는 화가 난 사람이 똑바로 걸어감으로써 화를 푸는 관습이 있다. 화가 풀린 지점을 지팡이로 표시함으로써 분노의 강도나 분노가 지속된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한다” (루시 피라드, 오버레이) 


스모키 네일을 마시면서 읽은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이가 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좀 더 의미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

🥃 준비물

아일라 스카치 위스키(Islay Scotch Whisky) 45ml

드람부이(Drambuie) 30ml

앙고스트라 비터즈(Angosturra Bitters)

레몬껍질(lemon peel)

시나몬 스틱(cinnamon stick)

얼음(clear ice)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한다.

  1. 올드 패션드 잔을 준비한다.
  2. 시나몬 스틱을 태워서 뒤집힌 잔에 연기를 가둔다.
  3. 투명 얼음을 넣고 바 스푼으로 잔을 칠링 시켜주고 녹은 얼음물을 버린다.
  4. 앙고스트라 비터즈 1즙, 드람부이 30ml 그리고 아일라 스카치 위스키 45ml를 첨가하고 바 스푼으로 10번 저어준다.
  5. 가니쉬로 레몬 껍질과 시나몬 스틱을 사용한다.

걸음 코스

<책의 세계로, 파주>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책의 도시 파주로 향했습니다.
출판 단지와 헤이리 예술마을을 걸으며 차분한 분위기와 책 냄새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어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


포르투 출신의 유명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뮤지엄으로 외관의 곡면과 내부 깊숙이 들어오는 햇빛과 곳곳에 나 있는 유리창이 아름답다.


1층에는 카페가 있어 책을 열람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백색소음 가운데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공간이다. 현재 ‘2023 미메시스컬렉션전’이 진행중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표지화와 미메시스 뮤지엄 건축에 대한 이야기, 여러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3월 26일까지.

두경오리농장

경기 파주시 돌곶이길 107 1층


34년 전통의 오리고기 맛집. 오리 주물럭, 오리 로스구이, 능이 오리백숙 등 맛있는 오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메인메뉴 뿐 아니라 반찬과 특히 동치미가 맛있다. 주물럭을 다 먹고나서 볶음밥은 필수.🍚 깔끔하고 건강한 맛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GUVS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140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GUVS. ‘Goldmine Unlimited’(보물을 한계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뉴욕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의 대표가 한국에서 빈티지 열풍이 불기 전부터 시작해온 빈티지 숍이다.


Knoll, Herman Miller처럼 유명한 가구뿐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 멋스러운 가구들도 있어 박물관 같기도 하다. 포스터, 바이닐 등도 취급하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기를.🏠 월, 화 휴무이며 평일에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사색하고 책들을 보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흐름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버지니아 울프

grds paper는 3주에 한 번씩 발행되며 좋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탐구하고 일상 속에서 받는 작은 영감들을 공유합니다. 이번 뉴스레터가 재미있으셨다면 주위에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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