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지 않나요.
혜림: 아무래도 심바가 있어서 괜찮아요(웃음). 심바를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쓰다듬고 있으면 불안하던 마음도 진정되고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심바가 꼭 제 어깨 사이에 기대는데 그럴 때 하루를 잘 마쳤다는 안정된 마음을 느끼기도 해요.
우리: 심바도 저희가 없으면 안 되겠지만 저희야말로 심바에게 의지하고 있거든요.
혜림: 저는 식물도 굉장히 아끼는데 심바와 식물을 돌보면서 같은 마음을 가질 때가 있어요. 늘 곁에 있어서 인지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변화를 서로 바라보고 돌봐주며 살아가요. 이제 저희 가족에게 너무 당연하고 소중한 일상이 됐죠.
이곳에서 심바와 함께 만들어 간 루틴도 많겠어요.
혜림: 심바 덕에 저희가 본의 아니게 규칙적인 일상을 살고 있기도 해요. 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심바와 꼭 산책을 나가요. 심바가 실내 배변을 하지 않아서 매일 꼭 반복해야 하는 일이에요.
우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꼭 나가야 해요(웃음). 날이 좋을 때는 하루에 세 번은 꼭 나가려 하고요. 심바가 저희를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동네 사람들이 알아봐줘서 심바 덕분에 좋은 인연들이 생기기도 했죠. 동네 주변에 성곽길이 있어서 심바가 너무 좋아하고요.
심바가 여러모로 이로운 역할을 하네요(웃음). 각자 작업하다가 막힐 때는 어떻게 풀어가나요?
혜림: 저는 풀기보다 피해요(웃음). 안 풀리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얼른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그게 전환점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이런 문제 해결 방식에서도 우리 둘의 차이가 드러나요. 예를 들어 집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저는 좀 외면하는 편인데 여기는 뭐라도 찾아서 해결하려는 성향이거든요.
우리: 문제에 접근하는 걸 좋아해요. 완전 반대죠.
혜림: 각종 컴퓨터 문제나 세무서 일 등은 다 알아서 해줘요. 제가 못 하는 부분을 채워주는데 우리 씨가 항상 져주는 편이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네요.
우리: 보통 이런 차이가 있으면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저희는 많은 부분을 대화로 풀어가요. 정말 긴 시간 대화를 하거든요.
혜림: 저는 감정 기복이 조금 심한 편이기도 한데, 그런 점도 잘 알아줘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게 대화로 이해하는 시간을 지나왔죠. 이젠 서로를 잘 기다려줘요.
우리: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괜찮아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 무엇보다 대화가 정답이죠. 이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함께 대화하며 서로를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과 공간, 식물과 심바까지요.
혜림: 어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서로에게 의지한다기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바라봐 주는 시선을 쌓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식물에 새 잎이 나는 걸 발견하고, 기록하고, 심바를 쓰다듬으며 아픈 곳이 있는지 살피고, 물건을 정성 들여 정리하는 일들처럼요.
우리: 사소하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마음을 툭 하고 건드리는 때가 찾아오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