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을 나누는 사람

옆에 앉은 어떤 이에게

모든 사람 사이에는 고유한 관계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가족과 친구, 상사와 후배, 이웃 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은 사이나 완벽한 타인일 수도 있겠지요. 그럼 ‘동료’라는 관계는 어떤가요? 비단 회사에서만 쓰이는 말은 아닙니다. 같은 목표나 공간, 생각 등 공통의 토대를 바탕으로 서로의 시선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바로 동료 아닐까요? 어쩌면 영영 닿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각자가 만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더 나은 부분을 북돋는 관계가 되었다는 게 특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주 가끔 야속할지라도(웃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서로를 향한 응원과 믿음으로 채워왔다는 걸 잊지 않도록 해요. 님에게도 동료가 있나요? 나의 옆에 앉은 누군가를 떠올리길 바라며 어라운드의 지난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함께 일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백합도자기’ 박혜림·봉우리, 다른 사람이었던 둘이 엇비슷해진 ‘드나스 스튜디오’ 임정현·한유원과의 대화를 지금 바로 풀어봅니다.

03.07.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같은 공간을 나누는 사람


03.21.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04.04.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보살피며 살아가요

박혜림·봉우리 — 백합도자기

커피를 내리는 남자와 흙을 어루만지는 여자는 인생의 반을 함께 보냈다. 고등학교 주고받았던 편지는 없이 쌓였고 다정한 문장을 쓰고 읽던 날들은 오늘까지 선명히 남아 있다. 서로의 취향을 말하는 동안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당연함. 우리’로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모여 오늘 사람의 공간을 빼곡히 채워간다.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최모레

집에서 일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지 않나요

혜림: 아무래도 심바가 있어서 괜찮아요(웃음). 심바를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쓰다듬고 있으면 불안하던 마음도 진정되고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심바가 어깨 사이에 기대는데 그럴 하루를 마쳤다는 안정된 마음을 느끼기도 해요.

우리: 심바도 저희가 없으면 되겠지만 저희야말로 심바에게 의지하고 있거든요.

혜림: 저는 식물도 굉장히 아끼는데 심바와 식물을 돌보면서 같은 마음을 가질 때가 있어요. 곁에 있어서 인지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변화를 서로 바라보고 돌봐주며 살아가요. 이제 저희 가족에게 너무 당연하고 소중한 일상이 됐죠.

 

이곳에서 심바와 함께 만들어 루틴도 많겠어요. 

혜림: 심바 덕에 저희가 본의 아니게 규칙적인 일상을 살고 있기도 해요. 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심바와 산책을 나가요. 심바가 실내 배변을 하지 않아서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이에요.

우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가야 해요(웃음). 날이 좋을 때는 하루에 번은 나가려 하고요. 심바가 저희를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동네 사람들이 알아봐줘서 심바 덕분에 좋은 인연들이 생기기도 했죠. 동네 주변에 성곽길이 있어서 심바가 너무 좋아하고요.

 

심바가 여러모로 이로운 역할을 하네요(웃음). 각자 작업하다가 막힐 때는 어떻게 풀어가나요?

혜림: 저는 풀기보다 피해요(웃음). 풀리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얼른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그게 전환점이 때가 있더라고요. 이런 문제 해결 방식에서도 우리 둘의 차이가 드러나요. 예를 들어 집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저는 외면하는 편인데 여기는 뭐라도 찾아서 해결하려는 성향이거든요.

우리: 문제에 접근하는 좋아해요. 완전 반대죠. 

혜림: 각종 컴퓨터 문제나 세무서 등은 알아서 해줘요. 제가 하는 부분을 채워주는데 우리 씨가 항상 져주는 편이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네요. 

우리: 보통 이런 차이가 있으면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저희는 많은 부분을 대화로 풀어가요. 정말 시간 대화를 하거든요.

혜림: 저는 감정 기복이 조금 심한 편이기도 한데, 그런 점도 알아줘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게 대화로 이해하는 시간을 지나왔죠. 이젠 서로를 기다려줘요.

우리: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괜찮아진다는 알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대화가 정답이죠.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함께 대화하며 서로를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과 공간, 식물과 심바까지요.

혜림: 어떤 힘든 일이 생겼을 서로에게 의지한다기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바라봐 주는 시선을 쌓아가는 중요한 같아요. 식물에 잎이 나는 발견하고, 기록하고, 심바를 쓰다듬으며 아픈 곳이 있는지 살피고, 물건을 정성 들여 정리하는 일들처럼요.

우리: 사소하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마음을 하고 건드리는 때가 찾아오죠.

착한 사람들의 언어

임정현·한유원 — 드나스 스튜디오

착하다는 속엔 여러 의미가 있지만 가장 처음은 뭐니 뭐니 해도 좋은 것’이라는 거다. 종종 착하다는 말이 반대의 뜻으로 오갈 때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진정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정현과 유원은 서로의 선한 모습을 바라보며 온전히 지켜주는 사람들이다. 닮은 닮지 않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공간, 속에선 기분 좋은 언어들이 오가고 있었다.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최모레

둘이서 드나스 스튜디오DNAS Studio 함께 오픈했는데 시작은 어땠나요?

유원: 드나스는 스튜디오라기보다 저희 둘이 쓰는 작업실 개념에 가까워요. 드나스’라는 이름도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 감독의 짧은 영화 <Diaries, Notes And Sketches>(1969)에서 따왔어요. 노트에 스케치하듯 창작자들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작업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죠. 작업실 공유의 목적이 강한 곳이에요.

정현:  공간을 얻게 것도 서로 작업실의 필요성을 느끼면서였어요. 마침 좋은 대출 제도를 알게 돼서 바로 건물을 알아보러 다녔죠.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바로 저희 아래에 있는 지금 공간이 떠올랐어요. 접근성이 좋은 공간은 아니지만 오는 길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오래된 공간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멋진 곳이에요. 정현씨는 원래 종로에 살았군요. 혹시 서울 토박인가요?

정현: 맞아요. 어릴 때는 가회동에 살다가 최근에 평창동으로 이사 왔어요.

 

종로의 변화를 지켜보며 자랐겠네요.

정현: 그렇죠. 서울을 떠올리면 높고 빽빽한 건물과 도시 이미지가 강한데 종로는 곳곳에 자연이 돋보여요.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도 많이 생겼고요. 아주 도시적인 것들과 자연적인 것들, 오래된 것과 새것이 묘하게 뒤섞여 공존하는 동네예요. 제가 어릴 주민들만 있는 한적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젠 외지인들이 방문하면서 조금 활발한 풍경도 생겼죠.

 

종로는 특히 정제된 매력이 있는 동네 같아요. 유원 씨는 김해가 고향이라고 들었어요. 서울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다를 같은데, 어떤가요?

유원: 처음엔 도시에 환상을 가졌어요. 서울 친구들을 마주하면 조금 긴장하던 시절도 있었고요(웃음). 서울에선 특히 문화적 풍요를 기대했는데 그것도 결국 부지런한 사람이 제대로 누릴 있다는 깨달았어요. 환경이 중요한 아니었던 거죠. 서울 안에서도 동네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도 느껴요. 일반화하려는 아니지만 서초, 마포, 종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다른 같아요.

 

그럼 종로 사람으로 정현 씨는 어떤 사람이던가요?

유원: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웃음)매우 검소하면서 차분하고 그렇지만 어딘가 채워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정현이 말고도 종로에 사는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오운더스탠드 홈페이지에서 사람이 여행하면서 찍은 영상들을 봤어요. 유원 씨가 정현 씨를 찍은 컷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시선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네요.

유원: 저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정현이가 여행을 좋아해서 따라다니게 됐어요. 사이에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기도 했고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순간을 기록하자는 마음으로 찍었던 같아요.

 

분이 서로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부분도 많을 같아요.

정현: 비슷한 경우인데, 저는 사실 영화에 관심이 많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오빠를 만나게 되면서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생겼고 과정에서 사진 작업에 참고하면 좋을 레퍼런스를 종종 얻게 됐죠. 영화 이미지가 사진 작업까지 이어지는 상상 하던 부분이었는데 작업 반경이 넓어진 느낌이 있어요.

나의 곁에 머무는 동료들에게는 온갖 응원과 믿음, 웃음을 안겨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눈꺼풀이 떠지지 않는 오전이나, 밀려드는 일로 손이 네 개라도 부족한 오후를 보내다 보면 눈을 마주 보며 한 마디 나누기도 쉽지 않죠. 지친 기색이 선연한 서로에게 조용한 응원만이 차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마음은 꺼내두지 않으면 알기 어렵기도 해요. 동료들에게 마음을 전할 틈을 만들기 어렵거나 또는 괜스레 부끄럽다면, 노래로 놓아두는 건 어떨까요? 어라운드 사람들이 나와 나의 동료에게 보내는 노래 몇 곡을 골라보았어요. 고군분투하는 매일 속 응원의 선율이 되길 바랍니다.

🎧 Playlist | 나와 나의 동료에게


    롤러코스터 힘을 내요, 미스터 김

    스텔라장 집에 가자

    chilly Shall We Dance?

    keshi LIMBO

    델리스파이스 항상 엔진을 켜둘께

    옥상달빛 산책의 미학

    카더가든 Home Sweet Home

    로이킴 살아가는 거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건강하고 긴 삶’

    《AROUND》의 별책 부록

    매거진과 곁들이기 좋을 소소한 이야기를 안겨드리는 별책 부록. 이번에는 저마다의 작업실에 남아 흐르는 흔적을 살펴본 Vol. 93 작업실에서(In Workroom)의 부록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아래 버튼을 클릭해 신간 기사를 한눈에 살펴보고, 공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모았던 어라운드 과월호 기사 속에서 나만의 작업실 취향을 발견해 보세요. 페이지 말미에는 과월호 별책 부록도 둘러볼 수 있답니다. 

    책 바깥에서 만나는 어라운드


    지난 뉴스레터를 통해, 《AROUND》를 만나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1개월 이용권을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장소들을 소개했습니다. 가뿐히 걸음 해주신 많은 분 덕에 배포된 수량이 대부분 소진되었는데요. 미처 받지 못해 아쉬운 분들은 아래 공간에 방문하세요. 이용권을 통해 2,8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맘껏 읽고, 공식 홈페이지만의 풍성한 콘텐츠와 혜택을 누릴 수 있답니다. 1개월 이용권을 받은 후에는 꼭 명시된 기간 내에 등록해 주셔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𝗣𝗹𝗮𝗰𝗲.

    땡스북스 A.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7-6

    봄기운에 만물이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을 지났습니다. 어라운드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레터를 쓸 때마다 여러분에게 지금 이 시간과 계절이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헤아리고 싶어져요. 부디 우리의 레터가 적당한 때에 우체통에 도착해 다정함이나 응원,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함을 전해주길 바랍니다. 3월 허리춤에 찾아올 다음 뉴스레터에는 어라운드 93호 속 이야기 하나를 꼽아 들려드릴게요. 그럼 다음 뉴스레터에서 만나요!

    ‘작업실에서(In Workroom)’ 주제로 한 AROUND》 93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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