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 민영님이 일하고 계신 곳이 궁금해요. 새롭게 세팅해서 다른 실천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어떤 시도나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민영 : 제가 일하는 곳은 김해시 여자단기청소년쉼터인데요. 여긴 김해시에 유일한 청소년 쉼터이며 경상남도에서 유일한 여자 청소년 단기 쉼터예요. 역사는 오래되었는데, 리모델링을 끝내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실무자들과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 제가 오게 된 거죠. 그동안의 쉼터와는 조금 다른 실천을 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규칙이 최소화된 쉼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쉼터는 아무리 노력하며 운영해도 시설이라는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거든요. 청소년 개개인의 서사나 맥락이 살아있는 만남을 충분히 가지며 지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얘기를 실무자들과 나눴어요. 쉼터를 운영하다 보니 제 뜻과는 다르게 규칙들이 계속 생겨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녁에 간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돼서 잠을 못 자는 청소년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몇 시 이후에는 간식을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이런 식으로 규칙이 계속 만들어지기 쉬워요. 그러면 청소년으로부터 건의가 들어오면 실무자들과 우리가 무얼 하려고 했었는지에 대해 다시 얘기를 하면서 바꿔 나가기도 해요. 실무자들이 청소년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불안과 염려를 표현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것이 곧 청소년의 삶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결정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고 있어요.
온 : 올해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개인활동가로도 활동하시겠다고 결심하셨는데요. 민영님과 청소년주거권의 만남이 궁금합니다. 시설 종사자로서 탈시설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민영 : 그동안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일을 하다보니 활동을 하면서 계속 만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청소년 주거권이라는 개념이 좀 낯설었어요. 우리가 주거권으로 명명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많은 청소년들이 살 곳을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떠밀려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많이 봐 왔으니 정말 중요한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쉼터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 쉼터는 집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저 애써 노력할 뿐이죠.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거기서 사는 게 뭐가 그렇게 좋겠나 싶어요. 아무리 좋은 집이어도 10명의 낯선 사람과 저도 함께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아무리 의식주를 제공해 주더라도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을 선택할 수 없는데, 이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그저 시설이 그냥 덜 불편하도록, 더 괜찮도록 노력할 뿐이죠. 물론 여러 선택지가 있다면 쉼터가 그중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쉼터는 다양한 지원체계에 연결되어 있고, 지원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종사자들이 포진되어 있으니 현재로서는 지원의 인프라가 가장 많은 곳이기는 하고요. 그런 면에서 청소년이 살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모색될 수는 있지만 여기가 진정 주거권이 실현된 공간으로 보기는 어렵죠. 그런 면에서 시설도 한계를 명확하게 인정해야 하고, 시설을 향해서도 왜 시설이 편안한 집이 될 수 없냐고 나무라지 말아야 해요.
탈시설로 가는 과정은 매우 고단하고 지난하지만, 촘촘하고 선택 가능한 대안 모색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온이 생각하는 가치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 닿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쉼터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현재 정책이 청소년의 상황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느끼잖아요. 이들의 경험이 뭉툭한 언어로 남지 않도록 좀 더 귀담아듣고 그 너머의 의미나 진위들을 잘 정리해 주면 좋겠어요. 그건 온이 잘할 거라 생각해요. 청소년 주거권 실현을 위해 실무자들과 잘 협력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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