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의 보수주의
회계의 보수주의란 수익은 되도록 늦게 인식하고, 비용은 되도록 일찍 인식해야 한다는 주의를 말합니다. 앞서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하면 이익이 나온다고 했습니다(수익-비용=이익). 이익은 클수록 좋은 거잖아요? 그래서 기업은 수익은 되도록 일찍 기록하고, 비용은 되도록 나중에 기록하려는 유인이 있습니다.
회계가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물건을 외상으로 팔았다고 해봅시다. 물건을 팔면 수익을 기록할 수 있겠죠? 이때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 ‘시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팔기로 약속했을 때 수익을 기록할 수도 있고, 실제로 물건을 넘겼을 때 수익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나중에 물건값을 받았을 때 수익을 기록할 수도 있겠죠. 즉 수익을 ‘언제’ 기록할 것인가에는 여러 가지 대체적인 ‘기록 가능 시점’이 있는 겁니다.
기업은 되도록 이른 시점에 수익을 기록하고 싶어 할 겁니다. 수익은 쉽게 말해 좋은 거니까 빨리 기록할수록 좋잖아요. 그래서 회계원칙은 기업이 맘대로 수익을 일찍 기록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비용은 쉽게 말하면 나쁜 거니까, 기업은 비용을 되도록 늦게 기록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까 각종 비용도 이를 기록할 수 있는 여러 대체적인 시점이 있을 것인데, 기업은 그중에서도 되도록 늦은 시점에 비용을 기록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회계원칙은 기업이 비용을 제멋대로 나중에 기록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즉 기업은 수익은 일찍 기록하고, 비용은 늦게 기록해서 당장의 이익이 크게 나오도록 하고 싶어 합니다. 회계원칙은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수익은 되도록 늦게 인식하고, 비용은 되도록 일찍 인식하는 방식을 택하도록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기업이 제멋대로 당장의 이익을 크게 만들지 못합니다.
(위의 ‘물건을 판매한 경우 언제 수익을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물건을 어떤 방식으로 팔았느냐에 따라 답이 전부 다르기 때문입니다. ‘수익’은 회계사들조차 어려워하는 주제랍니다. 우리는 초심자이니 얕게만 알아보는 선에서 만족합시다.)
□ 부채의 진짜 정의
위에서 부채는 그냥 ‘빚’이라고만 쉽게 설명했습니다. 여기서는 부채의 진짜 정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회계학에서 부채는 ‘과거 사건의 결과로 기업의 경제적 자원을 이전해야 하는 현재 의무’로 정의됩니다. 말이 어렵죠? 하나하나 풀어 설명해보겠습니다.
① 과거 사건의 결과 : 기업이 과거에 무언가 한 결과로 생긴 의무라는 겁니다. 예컨대 기업이 은행에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고 합시다. 이는 기업이 ‘과거에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기 때문에’ 갚아야 합니다.
② 기업의 경제적 자원을 이전 : 기업이 빚을 갚기 위해 무언가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로 돈이라는 경제적 자원을 줄 겁니다.
③ 현재 의무 : 빚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지금 당장 있다는 겁니다. 그러한 의무가 없거나, 미래에 생기는 의무라면 부채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충당부채도 부채이므로, 당연히 부채의 정의를 충족합니다. 우리 사례의 손해배상 충당부채도 그러합니다. 기업이 과거에 결함이 있는 제품을 팔았고(요건①), 이로 인해 돈을 배상해야 하는(요건②), 의무가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요건③).
□ 종합해보면
비록 언제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기업은 소비자에게 돈을 배상해야 하는 의무를 2022년 현재 부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23년이 아닌 2022년에 손해배상 충당부채를 기록해야 하며, 이에 대응하여 손해배상비용도 2022년에 기록해야 합니다.
손해배상비용을 2022년에 기록하는 것은 비용은 되도록 이른 시점에 기록한다는 회계의 보수주의 이념에도 부합합니다. 즉 실제 소비자에게 현금을 배상하는 시점(즉 늦은 시점)에 비용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배상할 의무가 발생한 시점(즉 이른 시점)에 비용을 미리 기록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