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데미안>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유령이. 문득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는데…?
👻: 오늘은 성장하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아름답게 그려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명작 <데미안>을 소개할게령!

설 <데미안>의 1919년 초판 표지
흔들리는 영혼의 고백록 🌗
따뜻하고 신앙심 깊은 가정에서 자란 열 살 소년, 싱클레어.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든 그는 어느 날 친구들 앞에서 으스대고 싶은 마음에 도둑질을 해봤다는 거짓말을 꾸며내는데요. 불량 학생 크로머는 이를 약점 잡아 싱클레어를 협박하죠. 부모님의 올곧은 가르침 아래 순진하게만 자랐던 싱클레어는 크로머의 압박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죄책감으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요.

괴로움에 빠져있던 싱클레어 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존재가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데미안! 데미안은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인상을 가진 상급생이었어요. 그는 알 수 없는 으로 싱클레어가 크로머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죠. 데미안은 성경에 대해 과감한 해석을 내놓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한 채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비범함을 갖고 있었어요. 싱클레어는 그런 데미안을 지켜보며 신비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데미안에게 동경심을 품기 시작했죠. 이는 갈피를 못잡고 헤매던 싱클레어의 영혼을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성장의 시간을 거쳐 의젓한 대학생이 된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재회하고, 그와 함께하며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요. 그러나 곧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두 사람도 전쟁에 참여하게 되죠. 전장에서 부상당한 싱클레어의 곁에 나란히 누운 데미안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 는 말을 전하는데요. 싱클레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데미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없었지만, 싱클레어가 "나의 내면에서 데미안을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고.

👻: 싱클레어의 성장에 데미안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네령. 데미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해준 건가령?

▲ 비상하는 새의 모습, 출처: BTS의 <피 땀 눈물> M/V
선과 악, 두 개의 세계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문장, 유령이 플로터도 들어봤을 거예요. 자아를 찾아가는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조용히 전달했던 쪽지의 내용이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심오한 메시지이기도 하죠. 어미새가 품어주는 알 속은 안전하지만 새는 험난한 세상 밖으로 날아가야 하는 존재예요. ‘새’로서 밖으로 나가 날개를 펼치기 위해서는 단단한 껍질을 스스로 깨뜨려야만 하죠.

유년 시절의 싱클레어는 자신을 둘러싼 두 개의 세계 사이에서 엄청난 혼란을 느껴요. 부모님이 보살펴주는 ‘밝은 세계’도덕적이고 안락한 곳이었지만, 싱클레어는 그 둥지 바깥의 ‘어두운 세계’에도 호기심을 갖고 있었죠. 금기와 폭력으로 대표되는 그곳은 거칠고 무질서한 동시에 매우 유혹적이었거든요. 이런 악의 세계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것으로, 단순히 외면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영역이죠.

▲ 수탉의 머리를 가진 신 아브락사스
소설 <데미안>은 우리 안에 정반대되는 두 세계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선, 아니면 악’으로 단순화하는 사고방식 자체를 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회가 들이미는 도덕적 잣대나 타인의 기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스스로 고뇌해서 얻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인용구에 등장하는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을 모두 상징하는 신인데요. 데미안은 아브락사스를 언급함으로써, 삶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건강한 분별력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한 거라고.

👻: 두 세계가 언제나 완벽히 구분되는 건 아니라는 말에 공감이 가네령. 소설 <데미안>은 철학적인 메시지가 가득 담긴 작품인 것 같아령!

▲ 살바도르 달리의 <신인류의 탄생을 지켜보는 아이>(1943)
성장통을 딛고 일어나 📓
맞아요, <데미안>은 결코 가벼운 작품이 아니에요. 표면적인 줄거리만 보면 청소년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간단히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인 뒤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상징들이 가득하죠. 그럼에도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수많은 10대, 20대 청춘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는데요. 이는 인간 내면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과 섬세한 문체 덕분이었어요. 때로는 잔잔히 울렁이고, 때로는 두려움에 압도되는 마음의 미묘한 움직임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낸 거죠. 우리 모두 감수성이 극도로 풍부해지는 사춘기를 겪어보았기에 싱클레어가 겪는 성장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거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실감하는 현대인들 또한 싱클레어의 치열한 싸움을 응원하게 되죠.

이처럼 <데미안>은 한 소년이 외부 세계를 만나 방황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성장소설’이에요. 독일에서 시작되어 발달한 장르로, 교양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때의 교양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익히거나 기성사회의 질서, 규범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아요. 독일어에서 교양이라는 말의 어원은 짓다, 형성하다라는 의미가 있는 'build'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인간 스스로 갖추어야 할 모습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죠. 성장소설은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자아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서사를 갖는다고.

👻: 성장소설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나이대에 읽어도 새로운 울림을 주는 작품도 있군령! <데미안>은 어떤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인가령?

▲ 헤르만 헤세 (1877~1962)
전쟁 속에 피어난 고전 ⚔
소설 <데미안>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에 발표되었는데, 당시에는 온 세상이 허무주의*와 혼란에 빠져 있었어요. 오랜 기간 인류는 도덕과 종교의 가르침을 통해 선한 세상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어왔지만,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맹목적으로 따른 결과 전쟁의 잔인함을 마주해야 했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사람들은 그동안 믿어온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독일은 영토의 일부를 빼앗기는 등 패전의 책임을 무겁게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야 했던 독일의 청년들에게, 내면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는 이 책은 깊은 감명을 주었어요. 그래서인지 소설 <데미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병사들이 두 번째로 많이 가지고 다녔던 책으로 밝혀지기도 했다고. (👻: 1등은 성경이 차지했대령!)

*허무주의: 과거부터 인정되어 온 가치나 도덕규범, 생활양식 등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입장.

*이데올로기: 사회 집단에 있어서 사상, 행동, 생활 방법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관념이나 신조, 사상의 체계.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 이야기에는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있기도 해요. 소설 <데미안> 발표 당시에도 이미 독일 문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헤세는 기존의 명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성만으로 평가받고 싶어했죠. 그래서 본명을 감추고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해버렸다고. 이는 싱클레어의 성장담이 한편으로는 저자 본인을 투영한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암시였죠. <데미안>이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으며 이 낯선 신인작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주제의식, 문체나 완성도 등의 면에서 에밀 싱클레어는 헤르만 헤세다 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듬해 헤세는 결국 진실을 밝혔다고.

👻: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령! 헤세가 문학계에 남긴 파장이 상당히 큰 것 같은데, 그는 어떤 인물이었나령?

▲ 헤세가 그린 <몬타뇰라의 티치노 풍경>(1933)
출처: 네이버 미술캐스트
휴머니즘을 그린 작가 🕊
독일계 스위스인 작가, 헤르만 헤세. 그는 글쓰기에 두각을 드러내며 14살 때부터 시인이 되겠다고 결심해요. 엄격한 신학자 가정에서 자랐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자살을 기도하고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고. 이러한 질풍노도의 성장기는 그의 또 다른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에 잘 녹아있죠. 어린 시절의 방황, 전쟁의 고통, 아내와 자식의 불행 등으로 상처 입었던 헤세는 내면의 성찰, 그리고 평화와 치유의 가치를 글과 그림을 통해 끊임없이 표현했어요. 또, 소설 <싯다르타>를 통해 불교와 동양문화에 대한 깊은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평화주의자였던 헤세는 전쟁 포로들을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전쟁을 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극단적인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일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출판까지 금지당해, 한동안 스위스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죠. 여러 시련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헤세는 평생 동안 평화를 노래했어요. 선과 악, 삶과 죽음, 질서와 혼돈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가치를 글로 표현하고, 인간 내면에 따뜻한 빛을 밝히며 사람들을 위로했죠.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6년에 소설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데요.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작가이지만 평화와 화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거였어요. 그가 남긴 예술 작품들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 책을 읽으면서 느껴졌던 마음의 안정과 치유의 힘이 헤세 본인의 삶에서도 잘 묻어나는 것 같네령. 역시 ‘인류의 영원한 정신적 스승’다워령!
플롯 TMI 💎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 M/V

방탄소년단은 여러 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음반 앨범 콘셉트와 뮤비로 녹여내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피 땀 눈물>이란 곡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모티브*로 삼고 있죠. 대조를 이루는 흑백의 문, 날아오르는 새의 형상, 싱클레어의 또 다른 스승이었던 오르간 연주자의 이미지까지! 이처럼 영상 곳곳에는 <데미안>을 연상시키는 장치가 있는데요.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를 통해 싱클레어의 이야기를 되새겨보는건 어떨까요?

*모티브: 예술에서 표현의 동기가 되는 주제 및 중심사상

👻: 아래 영상을 클릭해 시청해보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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