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간 파주출판단지에서는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있었습니다. 저는 <어린이 일러스트 페어>에서 구근이 일러스트를 전시했습니다. 저와 부스를 같이 했던 작가는 테라리움 작가 구의정원(김윤구)이었는데요. 구의정원은 테라리움 작품 전시와 함께 테라리움 만들기 체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저는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바로 테라리움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테라리움이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열에 여덟은 작품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테라리움이다!"
"티비에서 나온 테라리움이네?!"
알고보니 최근 티비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MBC 김대호 아나운서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테라리움이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이미 테라리움 관련 상품들이 "김대호 테라리움" "나혼자 산다 비바리움"이라는 키워드로 판매를 하고 있었지요.
7~8년 전 테라리움을 만들 때만해도 그저 변방의 낯선 취미에 불과했었는데, 한 명의 방송인 덕에 핫한 취미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네요. 어찌되었든 그 이전부터 소수의 마니아들이 꾸준히 테라리움이라는 취미에 관심 갖고 많은 정보와 인프라를 공유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제가 몇 년 전 올린 테라리움 만들기 영상이 다시 인기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취미가 많은 이들이 먼저 알아봐주고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다는 것이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마침 구의정원 김윤구 작가의 <테라리움 잘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저와 함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러스트로 참여를 했고요. 다음주면 서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김윤구 작가와는 테라리움 유튜브 영상을 찍으면서 인연을 맺게 되어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월 12일부터는 한 달간 저와 구의정원이 2인전을 엽니다.
생각해보면 저에게 식물이란 언제나 '나 혼자 사는' 취미가 아닌 관계 맺기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관계망 속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사이에는 항상 식물이 놓여 있었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식물은 저에게 좋은 사람들을 불러다주는 허브가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p.s. 오랫동안 준비한 첫 전시라 설레네요. 한 달이라는 넉넉한 기간동안 열리고 있으니 주말에 파주 나들이하실 일 있으면 들러주세요. :)
아피스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