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에디터 E입니다. 날이 좋으니 더 모자라요. 더위 탓하고, 못하던 취미 생활도 해야 하고, 사회 생활도 해야 하거든요. 핑계 같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예전만 못해 일에 대한 몰입도도 더 떨어져서 같은 업무도 시간이 더 걸려요. 그만큼 하루가 더 모자라요. 😭 그런 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오늘도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내 시간을 알차게 쓰려면?

솔직히 [시간 관리도 영성이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는 또 누군가가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고, 휴대폰을 너무 본다고 잔소리하는 책을 썼구나 싶어서 읽기 싫었습니다. 뻔한 얘기일 거라는 편견과 함께 그 편견에 딱 들어맞는 제 삶을 돌아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네, 알아요, 안다고요. 내 모든 순간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데 써야 한다는 걸요. 휴대폰을 쥐고 유튜브 보면서 깔깔거리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요. 굳이 그걸 이 책을 읽고 상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신없는 삶에 해법이 필요하다는 간절함에 속는 셈 치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유튜브 때문이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바쁘지만 서두르지 않으신 분

마가복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하나는 “곧”(immediately)이다. 마가는 이 단어를 “40번이나” 사용한다. 바로, 예수님과 그분 제자들의 삶이 ‘바빴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움을 말해 준다.

한번은 제자들이 예수님께 하루를 마무리하자고 말하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낮이 열두 시간이 아니냐”(요 11:9). 케임브리지 성경(Cambridge Bible) 주석에서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번역한다. “사람이 실족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노동 시간이 열두 시간이 있지 않느냐? 아직 내 노동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하기 위해 온 일을 안심하고 계속해서 할 수 있다.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밤이 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오지 않았다.” 그 밤이 오자 예수님은 아버지께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내가 이루어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하였사오니”(요 17:4). 자신의 일을 마쳐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신 예수님은 엄청난 생산성으로 바삐 일하셨다.

이렇듯 예수님은 분명 쉴 새 없이 바쁘셨지만 사복음서 어디에서도 그분이 허둥지둥 서두르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케빈 드영은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바쁘셨지만 그로 인해 다급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거나 교만하거나 시기하거나 사소한 것에 정신을 팔지 않으셨다.” 그렇다면 바쁨(busyness)과 서두름(hurry)의 차이는 무엇인가? 존 오트버그의 답변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바쁨과 서두름은 천지 차이다. 바쁜 것은 외적 상태다. 몸의 상태다.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 바쁜 것이다. 현대 문화에서 바쁨은 피할 수 없다. …… 바쁨 자체는 치명적이지 않다. 서두르는 것은 내적 상태다. 영혼의 상태다. 서두르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온통 정신이 팔려, 하나님, 자기 자신, 다른 사람과 온전히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두르면 현재 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 바쁨으로 인해 우리 삶에서 하나님을 몰아내면 바쁨이 서두름으로 변한다.

그 차이가 보이는가? […] 바쁨은 일주일에 성경 공부 모임 세 곳에 참석하는 것이지만, 서두름은 그 모임 사이에서 조용히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바쁜 동시에 서두른다. 이것이 문제인 것은 예수님의 길도 아니거니와 시간을 구속할 수 있는 길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이자 작가인 달라스 윌라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시대에 서두름은 영적 삶의 큰 적이다. 우리 삶에서 서두름을 가차 없이 없애야 한다.” 예수님의 삶의 본보기에서 볼 수 있듯이 서두름은 단순히 “영적 삶의 큰 적”일 뿐 아니라 ‘의미 있는 목적으로 충만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더없이 생산적인 삶’의 큰 적이기도 하다.

조던 레이너, 『시간 관리도 영성이다 』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삶과 시간을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한 일에 써야 함을 강조합니다. 바로 예수님이 했던 것처럼요. 하지만 저는 집중력이 짧아서 언제나 ‘이거’하다가 ‘저거’도 하고, 하다가 지겨우면 다시 ‘이거’하다가 퇴근 즈음에야, “아! ‘그거’ 안 했다!”면서 허둥지둥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도 많지만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핑계로 퇴근 후엔 유튜브만 보면서 널브러져 있지요. 그러고 잠에 들면서 “오늘도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군” 하고 후회를 합니다.

반면 예수님은 언제나 바쁘셨고, “곧(immediately)” 하신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무언가를 허둥지둥 서두르셨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저자는 오트버그의 말을 빌려 서두름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라고 짚습니다. “바쁨으로 인해 우리 삶에서 하나님을 몰아”낸 상태가 서두름이라고 하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바쁜 동시에 서두른다고 지적합니다.

“어라, 나네?” 싶었어요. 내가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들만 생각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두지 않은 나머지 바쁘다 못해 서두르고 허둥지둥대고 말죠. 기독교 회사에서 일하니, 나를 성장시키는 일을 하니 나름 중요한 하나님을 위한 일 한다고 타협을 보는 제가 있었습니다.

저자가 왜 책의 첫 단계에서 하나님과의 시간을 보내라고 하고, 마지막에 서두름을 제거하라고 썼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일정 관리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산성을 늘리는 방법을 실천해도 처음부터 하나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변함없이 바쁘고 서두르기만 하는 삶으로 전락해 버릴 테니까요. 단순히 허둥지둥대는 외적 상태가 아닌 내면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으려면 “시간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이 함께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을 집중하고, 몇 분을 쉬고, 무엇부터 할 것인지 정하는 데에 이 책은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도움은 이런 시간 관리도 하나님과 함께해야 의미 있음을 다시 깨닫는 데에 있습니다. 구독자님도 저도, 바쁜 하루 속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보내보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