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어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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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Friday입니다.
오늘은 MBTI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벌써 지겨우실 수도 있겠네요. 우리 주위에 MBTI에 대한 말들이 너무 많잖아요?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MBTI를 명확히 알고 계실테고 더 관심 있는 분들은 자신과의 찰떡 혹은 파국 궁합인 유형도 메모해두셨을 겁니다. 관심이 없더라도 누가 물어보면 “IN 뭐였던거 같은데 잘 기억 안나” 라고 대답하실거에요. 한번쯤은 검사는 해보셨을테니까요. 보통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때 서로의 MBTI를 묻거나 추측하며 웃고 넘어가죠. 그런데 요즘 정치판에도, 취업에도 MBTI 유형을 들이미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아니 왜 4절까지 하지...? 하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지겹도록 들었던 MBTI,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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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해도 ENFP가 나오지만 가끔 ENFJ가 나오면 왜인지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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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TI는 강렬한 소망이었다
2. MBTI는 원래 직업을 위해 만들어졌다 3. MBTI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깜찍한 노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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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MBTI 열풍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길래 MBTI의 역사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교 영어과 교수인 메르베 엠레의 <성격을 팝니다>라는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몰랐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마음에 남은건 ‘MBTI에는 모녀의 집념이 깃들어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s-Type Indicator) 라고 불리는 MBTI는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Myers)가 카를 융의 <심리 유형>의 분석을 바탕으로 만든 성격유형검사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엄마 캐서린이 시작했고, 캐서린이 성장시킨, 세대를 거쳐 내려온 가업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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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에 태어난 엄마 캐서린은 매우 명민한 여성이었습니다. 학업적으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내면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개인이 인격을 갈고 닦음으로써 구원을 얻는다’고 믿었죠. 또 인간은 각자 맡은 소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하려 했습니다. 바로 ‘육아 실험’이었습니다. 캐서린은 아이들 각자가 가진 개성이 있고, 그걸 잘 살리면 그에 어울리는 특정한 인재로 키워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 자신의 딸인 이사벨에게 이를 완벽 적용하면서 주위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캐서린에게 맡기기까지 했습니다. 캐서린은 부모들에게 설문지를 돌렸습니다. ‘자녀가 침착한가요, 충동적인가요?’, ‘화를 많이 내나요, 적게 내나요?’, ‘밤에 혼자 자나요, 부모와 같이 자나요?’ 와 같은 것들이었죠. 훗날 MBTI의 기원이 된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고 믿었던 캐서린은 이사벨이 성장해 사회로 나가 결혼을 하자 다시 그 욕망의 거처를 찾습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칼 융’에 도취되어 버린 것이죠. 평소 가지고 태어난 성격을 분류해 성장시키기 좋아했던 캐서린은, 칼 융이 인간의 성격을 내향성, 외향성으로 구분하고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의 네 가지 기능으로 구분한 것에 매료되어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성격 유형 분석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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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으로 MBTI가 성문화된 것은 딸인 이사벨 덕이었는데요, 이사벨 역시 학업 이후 결혼을 했지만 늘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여자로서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언가 더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때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적재적소에 인적 자원이 배치되고, 사람들이 자신의 몫을 잘 해내야 한다는 믿음이 팽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사벨은 엄마의 가르침을 본받아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직업을 찾고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성격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사벨은 현재 MBTI와 같이 질문지를 작성하고 성격 검사 회사에도 취직했죠. 처음으로 MBTI가 쓰였던 곳은 ‘미 전략정보국’이었습니다. 국제 파워 게임에 필요한 비밀 입무에 어떤 요원들이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해서였죠. 이후 이사벨은 단순 성격유형검사 뿐 아니라 컨설팅도 맡기 시작했고 대학, 병원, 종교 시설 등 주요 기관에서 MBTI 검사를 차용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MBTI는 원래 직업 배정을 위해 만들어졌고, 실제로 미국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채용, 교육, 승진 등에 이를 반영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알고 있던 테스트가 원래 사뭇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었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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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검사가 되기까지 무엇보다 두 여성의 강한 집념이 큰 몫을 했습니다. 1875년과 1897년에 태어난 캐서린과 이사벨은 시대상 큰 꿈을 꾸지 못했고 헌신적인 아내와 어머니였지만 지적인 출구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 캐서린은 당대의 영향력 있는 학자였던 칼 융의 이론에 빠져들어 직접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몇 년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누었을 정도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알았고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이사벨 역시 수십년 동안 어머니가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백 개의 질문을 만들어 고치면서 대중적인 검사를 만들어갔죠. 그 과정에서 심리학에 대한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와 그들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그리고 실험했던 공간이 가정집이었다는 이유로 같이 일하는 연구원들한테도 끊임없이 그 진위를 의심받고 조롱당했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1897년에 태어난 이사벨이 4살 때 엄마인 캐서린이 처음 연구했고 1975년 CPP라는 회사에 계약되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8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성격검사를 향한 집념이 지금의 MBTI를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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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의 성격에 대한 집착에 책의 저자인 메르베 엠레는 그의 행동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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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압박감에 자신의 필요는 뒷전에 놓기 일쑤였던 여성들에게 자기 성찰에 이르는 길은 남의 눈을 피해 뭔가를 절충하면서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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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과 이사벨은 끊임없이 왜 나는 남들과 다를까, 내 남편과 내 아이는 왜 저런 행동을 할까 누구보다 기민하게 고민한 것이죠. 뭐든 잘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들이 다르면서 틀리지 않기에 이해하고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고, 실제로 INFP였던 캐서린과 ISTJ였던 그의 남편은 MBTI 분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MBTI는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검사입니다. 어딘가 늘 목말랐던 두 여성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들의 인생과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해주려고 노력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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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깜찍한 노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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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련의 MBTI 타령이 지겹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갈등이 많은 시대에 조금이나마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같거든요. 아, 저 사람은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ISTP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내가 특별히 이상한게 아니라 ENFP라서 잡생각이 많은 것일 수 있겠구나, 하고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MBTI로 말문을 여는 사람들이 귀엽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재밌는 안주거리나 자기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침 그 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착화된 이미지 그 이상을 더 알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취직하는 데 있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추려고 거짓으로 성격 검사를 받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성격 상 안되는구나 좌절하는 부작용도 안타까워요. 원래 MBTI가 미국 내에서 직업 배정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들, 그건 너무 지난 이야기고 이미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기 때문에 대소사를 결정하는 데 쓰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채용 관계자 분들! MBTI는 그냥 유희거리로 남겨주세요. 요즘 그게 인기라고 해서 마구 쓰시면 쫓아갈 수 없는 유행만 자꾸 빨라지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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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ce - D.A.N.C.E. - † (Official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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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Friday>의 코멘트
도망가고 싶은 요즘입니다. 책임지지 않고 맘껏 내팽겨치고 싶어요. 곧 날씨가 좋아질텐데 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드라이브나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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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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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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