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의 계급이 나뉜다고?

단비다이브ㅣ 2023.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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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현대판 놀이터 신분제’ 속으로 다이브 해보려고 해요. 🐬
‘놀이터 속 계급 논리’를 둘러싼 쟁점을 생생히 담은 단비 취재노트를 준비했어요.

이젠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의 계급이 나뉜다고?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요.🤬 바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과 놀이터가 문제였어요. 아파트 내부에 있는 어린이집은 서초구에서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아도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었어요. 당연히 어린이집 아이들은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에서 놀기도 했죠.

그런데 아파트 주민 중 일부가 여기에 불만😡이 생긴 거예요.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게 마음에 안 든 거죠. 결국 여기에 불만을 가진 주민들은 입주민 대표회의에서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게 하자고 안건을 냈어요. 다행히 다른 입주민들의 반대로 이 안건은 통과되진 못했어요.🥲

아파트 놀이터를 외부인에게 개방하지 말자는 아이디어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단비뉴스>는 서울시에 있는 놀이터의 ‘실체’에 관해 취재해보았는데요. 오늘 <단비다이브>는 놀이터의 실태를 알아보고, 놀이터에 계급이 생긴 원인과 그 대안을 함께 살펴볼게요.

놀이터는 어디에 많고, 어디에 적을까? 지난해 10월 8일 오후 4시 서울 도봉구 누원어린이공원에서 열댓 명의 어린이가 놀고 있다. 출처 단비뉴스

단비의 취재노트

📌 서울시 놀이터 대부분은 아파트 놀이터?

■ 서울시 놀이터의 60%가 주택단지 놀이터

어린이 놀이터는 20개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그 중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아동복지시설, 종교시설 등에 설치된 놀이터가 있어요.🧒🎠 이런 놀이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식당이나 키즈카페 등에 설치된 놀이터도 있지만, 개수도 적고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에 제약이 많아요.🍴💰

누구나 접근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는 두 종류로 볼 수 있는데요.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 주택단지에 설치된 놀이터, 그리고 주택가 인근의 도시공원 안에 마련된 놀이터에요.🌆🏡 각각 ‘주택단지 놀이터’, ‘도시공원 놀이터’로 불러요.

서울시 전체 어린이 놀이시설 1만 317개 가운데 주택단지 놀이터는 59.9%(6179개) 이고,

도시공원 놀이터는 15.9%(1641개)이다. 출처 단비뉴스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놀이터도 ‘주택단지 놀이터’, ‘도시공원 놀이터’에요. 위의 그림을 보면 서울시 전체 놀이시설에서 주택단지 놀이터는 거의 60%를 차지해요. 아파트 놀이터가 가장 많다는 말이죠. 그다음으로 도시공원 놀이터가 약 16% 차지해요.

📌 아파트냐, 연립주택이냐에 따른 놀이터 개수 차이

서울시 법정동별 어린이 수 평균인 1846 중 절반인 924 이상이 사는 171개 동의 놀이터 인구밀도를 살펴봤다. 출처 단비뉴스

동별 분석 결과를 보면, 하나의 자치구 안에서도 놀이터 개수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하나의 자치구 안에서 놀이터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동과 낮은 동을 비교해볼게요!

📝놀이터 인구밀도📝

어린이 인구대비 놀이터 수.

놀이터 한 개당 몇 명의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지 나타낸다.

놀이터 인구밀도가 높으면 놀이터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그 반대라면 놀이터가 비교적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은평구에서 놀이터가 가장 부족한 곳은 대조동인데요. 대조동에는 1518명의 어린이가 살지만, 놀이터는 3개뿐이라고 해요. 놀이터 1개당 506명의 어린이가 논다고 볼 수 있죠.😱 반면 은평구 수색동에는 1217명의 어린이가 살아요. 놀이터는 19개가 있다고 해요. 놀이터 1개당 64명의 어린이가 노는 셈이죠. 평균치를 비교해보면, 두 지역의 격차는 8배에 가까워요.😱

은평구 대조동(왼쪽)과 은평구 수색동(오른쪽)에 있는 놀이터를 지도에 표시했다.

대조동은 연립‧다세대 주택이 많고, 수색동은 반홍산 주변으로 아파트가 많다. 출처 단비뉴스

격차의 배경에는 아파트🏢가 있어요. 수색동에 사는 전체 가구의 주택 유형을 보면, 아파트가 약 60%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 20%, 연립다세대주택 16% 순이에요. 이 동네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인 ‘수색증산뉴타운’ 사업 이후 고층 아파트와 복합 쇼핑몰이 들어섰는데요. 실제로 수색동에 있는 19개 놀이터 모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고 해요.

대조동에 사는 전체 가구의 주택 유형을 보면, 연립·다세대주택🏘️ 이 약 40%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 31%, 아파트 15% 순인데요, 대조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 다세대 주택이나 일반 주택에 사는 동네라는 걸 알 수 있죠. 이런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는 도시공원 놀이터뿐 인데요. 그조차도 1개에 불과하다고 해요.

한국부동산원은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2021년 12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11억5000만 원이라고 밝혔는데요,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5000만 원이라고 하거든요. 종합해보면 중산층 이상이 사는 지역에는 놀이터가 많고, 서민 주거 지역에는 놀이터가 적다고 볼 수 있죠.

📌 더 많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

■ 모두를 위해 새단장한 아파트 놀이터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봇들마을아파트 7단지 놀이터 전경. 출처 성남시 제공

아파트 놀이터를 리모델링해서 주변 주민들에게 개방한 사례가 있어요. 2022년 성남시에서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모였어요. 그래서 주변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조건으로, 낡은 아파트 놀이터의 리모델링 비용을 시에서 일부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죠.👨‍🔧👩‍🔧 사업 공모 결과, 삼평동 봇들마을 7단지와 운중동 산운마을 13단지 아파트 놀이터가 선정됐어요.

이후 놀이터 설계 과정에서 아동전문가와 조경전문가로 이뤄진 자문단이 참여했어요. 해당 아파트 입주 어린이를 비롯해 근처에 사는 어린이들의 의견🧒도 반영했고요. 봇들마을 7단지 아파트 놀이터는 2022년 11월 개장했고, 산운마을 13단지 아파트 놀이터 4곳 중 3곳도 2월 초 리모델링 사업을 마쳤어요. 새단장한 아파트 놀이터는 단지에 찾아오는 모든 어린이가 함께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해요.

■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어린이 놀이터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 옆 어린이꿈공원. 넓은 부지에 모래놀이터, 짚라인, 트램펄린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설치돼있다. 출처 단비뉴스

관공서 주변의 공간을 활용해 놀이터를 확보한 사례도 있어요.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의 자투리 공간을 놀이터로 바꾼다면 새로운 땅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 옆 광장에 위치한 ‘어린이꿈공원’이 대표적이에요. 2006년 성동구민회관을 리모델링 해서 공연·전시 시설로 바꿨는데, 그 옆 광장에 설치한 놀이터가 ‘어린이꿈공원’이에요.

성동구는 놀이터 설계 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행당초등학교🏫학생 21명을 만나 이용하고 싶은 놀이터와 놀이기구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해요. 어린이들의 의견을 모아, 축구장 1개 크기에 약간 못미치는 공간에 짚라인, 트램펄린, 물놀이 시설부터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 등 다양한 놀이공간을 마련했어요. 도심 속 공공 유휴지가 아이들로 붐비는 놀이터로 새로 태어난 거죠.

■ 공간을 빌려 놀이터를 만든 일본 치요다구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어린이가 뛰어놀 공간이 부족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옆 나라인 일본이에요. 🗾 일본 도쿄시 치요다구에서는 2000년대 들어 재개발과 도시화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놀이터가 줄어들었어요. 놀이터 소음에 관한 민원이 늘면서 아이들의 공놀이가 금지되고 이용 시간이 제한되기까지 했다고 해요.🥹

어린이의 야외놀이에 제약이 생기고 놀이공간이 부족해지자 치요다구와 주민은 대책 마련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이용 가능한 국유지, 도유지와 민간 유휴지를 찾아 부지를 확보했고, 공간을 빌려 일정한 시간대에 어린이가 놀 수 있는 장소로 활용했죠.⚽ 그 시간에는 놀이활동가가 놀이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어요. 그 결과 2021년 치요다구는 총 9개의 놀이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저출생 고령화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한국에서 어린이 놀이터에 관한 관심도는 낮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 땅에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즐겁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단비뉴스> 기자들은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놀이터에서 쫓겨나는 어린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부모는 없을 테니까요.

대담한 단비

단비가 기자와의 대담을 통해 관점을 듣는 시간. 이번 대담한 단비에서는 <단비뉴스> 이정민 기자가 취재한 놀이터의 계급을 담은 기사에 대해 소개하려고 해요. 아파트 놀이터와 어린이 놀이터 현장에 대해 이정민 기자가 생생한 취재담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릴게요!

Q. 처음에 아파트 놀이시설 기사를 기획하게 된 기획의도가 궁금해요.

A. 시작은 지극히 사적인 이유였어요. 4살 짜리 조카가 있는데, 오빠가 조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 때 구별로 놀이터의 질적 차이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미끄럼틀의 각도나 난간 너비 같은 위험도 부분에서요. 정말 그렇다면 기사거리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질적 차원으로 접근했어요. '서울시 소득 분포별 놀이터의 위험도 비교'를 주제로 발제했습니다. 그런데 데스킹과정에서 면적이나 질은 나중 문제고, 주택단지 놀이터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다고 하셔서 양적 차원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질적 차원에서 기사를 쓰기는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틀기 잘했다' 싶어요.

Q. 취재 전과 후를 비교해 아파트 놀이시설에 대한 변화한 인식이 있으신가요?

A. 아파트 놀이시설에 대한 인식 변화라기보단, 길거리 지나다니면서 '여기는 주택가가 많은데도 놀이터가 없군'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거 같아요 하하. 아무래도 한동안은 놀이터라는 주제에 관심이 갈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옆에 브랜드 아파트 큰 단지가 있는데, 거기에 어느 순간 '외부인 통행금지' 표지가 생겼더라고요. 버스에서 내려서 종종 그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는데, 어른인 제가 봐도 흠칫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아파트 비(非)거주 어린이 사례들이 떠올랐어요. '사유지'라는 법적 명목이 주는 힘이 차별로 이어지는 상황은 도의에 어긋나잖아요. 기사 2편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서울시 놀이터 대부분을 놀이터 인구밀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을 분류하여 취재하셨는데요, 취재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으셨나요?

A. 1편에선 데이터를 통해 실태를 보여줬고, 2편에선 법적 쟁점과 대안을 다뤘어요. 1편을 취재할 때 오직 데이터만 다루다 보니까 문제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맛이 있더라고요. 이를테면 1500명이 3개의 놀이터를 사용한다는 식으로요(은평구 대조동). 지도에 표시해보니까 더 분명하게 보였고요. 두 눈으로 확인하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느낀 걸 독자도 느낄 수 있도록 기사를 정말 잘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편을 취재할 때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 관계자로부터 1편 기사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현재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놀이터 소외지역'을 연구하고 있는데, 제 기사도 하나의 레퍼런스로 활용됐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1편 기사가 아무래도 '데이터'라는 사실에 기반한 기사다보니까 행정적으로 하나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효용성을 느끼게 했어요. 의견을 바탕으로 쓴 기사가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한 기사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Q.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파트 놀이터에서 쫓겨나는 어린이들이 여전히 많아요. 아파트 놀이터가 많아지는 것이 대안이 될지, 우리 사회에는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아파트 놀이터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닌 거 같아요. 모두가 아파트에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연립·다세대 주택을 재개발해서 모두 아파트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죠. 주거형태의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기사 2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도시공원 놀이터를 늘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 도시공원을 짓는 건 재정적으로나 부지확보 차원에서나 무리가 있어요. 서울시 '권역별 거점형 놀이터'사업처럼 기존 도시공원에 놀이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혹은, 도시공원이 아니어도 놀고 있는 공공 유휴지를 놀이터로 활용할 수도 있더라고요. 성동구 어린이꿈공원 사례처럼요. 물론 이 모든 건 자치구의 '놀이터 확보'에 관한 의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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