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만 만들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리셀 참사'가 재판으로 가기까지의 시간


장마가 이어진 이번 주 화요일,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에 있는 아리셀 공장에 다녀왔습니다.


6월 24일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습니다. 사고로 숨진 23명 중 18명이 중국·라오스 국적의 이주노동자였습니다. 


아리셀 대표, 공장 관계자 등 5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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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워치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저와 최윤정 기자가 번갈아서 화성시청(합동분향소),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아리셀 공장, 시민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대림동과 안산 원곡동을 다녀왔습니다. (현재 안산 분향소는 철수된 상태이고, 대림동 복지장례문화원 분향소는 7일까지 조문이 가능합니다.)


한 사건이 발생하고, 세상에 알려지고, 피해자의 가족들과 시민사회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수사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시간을 취재하는 것은 코트워치에서 처음으로 하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가끔 익숙한 풍경을 마주합니다. 장소만 옮겨왔을 뿐 기자회견장에서, 추모제에서, 장례식장에서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7월 2일, 화성시청 분향소 앞에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발언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만 만들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위험성평가 기준을 충족해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각 사업장은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대한 점검을 연 2회 이상 실시해야 합니다. 측정해야 하는 위험요인에는 기계적 요인, 화학(물질)적 요인, 직업환경 요인 등이 포함됩니다.


노사가 사업장 내 잠재적 위험요인을 자체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1) 일용직 파견 노동자들은 사실상 평가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

2) 위험요인 개선 여부에 대한 별도의 관리·감독 체계가 없다는 점에서

 

아리셀과 같은, 간접고용이 만연한 사업장에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위험성평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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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화성시청에서 매일 추모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녁 7시에 시작해 8시쯤 마무리되는 행사는 매일 비슷한 인사와 함께 끝이 납니다. 


'오늘 하루도 버티느라 고생 많으셨다, 오늘도 이제 끝이 났다'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을 소화한 유가족들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싸움과 기다림의 시간. 코트워치도 계속해서 취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레터는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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