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책방 대표 서선행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보름유유는 책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독자께 다양한 책과 사람 이야기를 전합니다.
가끔은 유유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보름유유 구독자 여러분?

유유에서 맥집자로 일하는 사공영입니다. 낮에는 책을 만들고 밤에는 맥주를 찾았었지요. 요즘은 무알콜맥주만 마시고 있지만요.

드디어 날씨가 풀리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저는 올겨울이 유독 길고 춥게 느껴졌어요. 그런 만큼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가 두 배로 반갑습니다. 요즘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저는 작년 연말과 올해 초에 저희 유유에서 펴낸 『하루 카피 공부』와 『하루 한자어 공부』를 조금씩 읽고 있어요. 카피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읽다 보니 우연히 그날치 아이디어 씨앗을 줍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한자어 공부는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는데 야금야금 읽다 보니 이것도 한자어야? 싶은 단어들이 눈에 쏙쏙 들어와요. 이렇게 카피, 한자어와 급 친해진 바람에 올해 연초부터 ‘카피!’ 하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 봤어?” 하는 책이 제 눈에도 띄었습니다. 어디서 만든 거지? 궁금해하다가 오늘의 인터뷰이를 만났어요.

딱 반 발자국만 앞서 가 보려고 해요
서교책방 대표 서선행

맥집자 안녕하세요,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사실 판권에서 대표님 이름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좋은 사람 도감』에서도 봤고, 『초역 부처의 말』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그리고 꽤 예전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서도 봤어요. 초면이지만 또 어떤 책들을 기획 또는 편집하셨는지부터 여쭤봐도 될까요?

서선행 말씀하신 책들을 주로 기획했고요, 최근에는 나민애 선생님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스즈키 유이 작가님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박성준 역술가의 『운명을 보는 기술』을 기획했어요. 『이은경쌤의 초등어휘일력 365』 『마음의 법칙』 같은 책들도 있고요.

우와! 소문대로 베스트셀러 전문 편집자이시네요. 그럼 여러 출판사에서 일하시다가 독립하셔서 서교책방을 시작하신 건가요?

겸업하고 있어요. 서교책방에서는 대표로, 페이지2와 포레스트북스에서는 편집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겸엄이요? 어, 저 처음 봤어요. 서교책방에서 나오는 책도 적지 않던데 그게 가능하세요? 서교책방에서는 몇 분이 일하시고, 1년에 몇 종 정도 내고 계세요?

편집자가 두 명, 마케터·제작 담당자 각 한 명. 이렇게 네 명이 일합니다. 2024년 5월에 첫 책을 냈고, 작년에 대략 10종 정도 만들었네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내신 책을 쭉 봤는데, 분야도 다양해 보였어요. 논픽션, 소설, 어린이책을 다 만들고 계신 거죠? 이렇게 다양한 분야 책을 다 잘 만드는 편집자를 만나 본 적도 정말 드물어요. 어린이책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아니면 성인단행본 만드시다가 어린이책으로 넓혀 가신 거예요?

저는 처음부터 편집자로 일하지는 않았어요. 다산북스, 바다출판사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했고, 가나출판사로 이직하면서 직무를 전환했어요. 홍보팀 출신인 만큼 편집 일만 해 오신 분들과는 조금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기는 하겠지요.

다산북스에서 일할 때 동료들끼리 “여기는 출판사가 아니라 출판 아카데미다”라는 말을 종종 했어요. 대표님이 내 주시는 숙제가 많았고, 일이 아니라 그 숙제를 하느라 야근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힘들었지만 공부가 많이 됐어요. 지나고 나니까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기회를 제공해 주셨다는 게 진심으로 감사해요. 출판사들이 보통 당장 매출 내기도 급급한데, 관련 도서를 분석해 오라는 과제를 받기도 했고 트렌드 보고서도 직접 써 보고 책을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해서 봐야 하는지 반복해서 배우고 익혔어요. 원론적으로 마케팅 공부를 시키기도 하셨고 고전 마케팅 서적도 그때 많이 읽었죠. 그게 지금 제 자산이 됐어요.

기획할 때는 제가 갖고 있는 ‘독자’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책은 대중적이지 않잖아요.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책을 사는 사람들은 많이 사죠. 그러니까 독자로서의 감각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으면, 기획자로서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대략 구상할 수 있겠더라고요.

독자에게서 멀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늘 독자가 몰리는 쪽에 머물러 있으려고 합니다. 그 감각을 유지하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책을 많이 사 보는 거예요. 제목이 좋아서 사고, 저자가 좋아서 사고, 우연히 본 카드뉴스 메시지가 좋아서도 사 보고. 일반 독자들처럼 자기 돈으로 책을 사 보는 게 중요해요. 1년에 200권 가까이 사요. 집에서 불만이 많죠.

 

그 ‘감각’이라는 게 뭔지 알고 갖는 게 어렵잖아요.

기본적으로 제가 대중적인 감성을 갖고 있기는 해요. 예전부터 제가 처음 먹어 보고 맛있다고 느낀 음식, 처음 듣고 흐름이 좋다고 느낀 음악이 유행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어렸을 때는 이게 불만이었어요. 제가 X세대인데, X세대의 가치가 ‘나는 남들과 다르다’거든요. 근데 저는 너무 ‘남들’인 거예요. 그때는 그래서 저만의 색깔을 가져 보고 싶었고, 튀는 취향이 좋아 보이기도 했지만 지나고 나니까 제게는 이게 자산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면 나의 타깃 독자도 좋아할 거야’ 하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데이터가 조금씩 쌓였고, 그래서 지금은 좀 우직하게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아, 정말 큰 장점이네요. 부럽습니다. 그런데 세 회사 일을 다 하시면서 편집 실무까지 계속하고 계신 거예요?
편집은 많이 못하죠.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하고 싶고, 할 거예요! 편집자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1년에 두 종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이책은요?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일하신 경험이 없는데,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하신 거예요?

가나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포레스트북스로 이직했는데, 거기서 『무례한 친구가 생겼어요』라는 책을 기획했어요. 그게 처음이었죠. 사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미 그림책을 만들어 보신 분들이 그림책은 시리즈로 출간해야 힘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요. 그런데 저는 전집보다는 낱권 구매를 선호하는 엄마예요. 저 같은 독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반대를 무릅쓰고 한번 해 봤죠.

그랬더니요?

5만 부 정도 판매됐고 결과가 좋았어요. 그때 그림책 공부도 시작하면서 이 분야의 매력을 알게 됐고요. 시장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린아이 보호자들이 자기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봐도 아이 그림책은 사 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깝지 않기도 하고……

아이가 깨끗하게 보지도 않을 거 같아요. 찢을 수도 있고.

맞아요.

 

그렇더라도 신기해요. 한 권 해 볼 수는 있겠지만 보통은 주력 분야라는 게 있잖아요. 이렇게까지 다양한 분야 책을 계속 다 잘 만들고 잘 파는 편집자를 적어도 저는 본 적 없어요. 대체 어떻게 일하시는 거예요? 비결이 있으시다면 오늘 꼭 듣고 가고 싶어요.

제가 운이 좀 좋은 게, 우리나라에서는 늘 제 또래가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었어요. 제가 30대 때는 30대 직장인이 가장 책을 많이 읽는다고들 했고, 40대가 되니까 온라인서점 주독자층이 40대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를 포함한 이 주요 독자들이 한 분야 책만 보진 않잖아요. 인문교양책 좋아하는 사람이 소설도 보고, 아이가 있으면 어린이책도 사죠. 저도 병렬독서하는 때가 많아요.

그래서 편집자로 직무를 전환할 때 정확하게 이야기했어요. 저는 특정 분야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고 싶지는 않고, 40대 초반 여성이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고요. 처음부터 어떤 분야 책이든 다 기획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 편집해 본다는 마음으로 일했어요. 지금 제가 일하는 회사들도 대체로 이런 방식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뿐 아니라 마케팅팀, 홍보팀도 얼마든지 기획할 수 있고요.

 

책 한 권 한 권의 스토리를 다 여쭤보고 싶어요. 특히 재작년에 나와서 올해까지 3년째 사랑받고 있는 『초역 부처의 말』을 어떻게 기획하고 홍보하셨는지 궁금해요. 설마 장원영 씨한테 책 직접 보내신 건 아니죠?

그때는 저희도 놀랐죠. 잘 될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제가 그전에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시까』를 만들었거든요. 쇼펜하우어 책은 제가 거의 4~5년 동안 품고 있었어요. 이전까지 쇼펜하우어 책이 서점에서 주목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근데 저는 쇼펜하우어 글의 정서가 정말 좋았어요. 가나출판사에서 일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획인데, 분명 우리나라 독자들한테 이 정서가 있을 거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만 있었죠. 그러다가 이직한 뒤에 기획해서 냈는데 결과가 굉장히 좋았고, 쇼펜하우어 책이 화제가 되는 걸 보신 대표님이 이어서 니체도 기획해 보자고 제안하셔서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까지 펴냈어요. 두 종이 다 잘 됐는데 이 책들을 만들면서 관련 도서를 이것저것 많이 읽어 보니 각각의 장점이 있으면서도 공통점이 보였고, 그게 불교의 정서였어요. 그전에도 제가 불교 쪽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기도 했고요. 마침 그때쯤 숏츠로도 석가모니의 말 한마디 같은 콘텐츠가 부쩍 많이 보이고 조회수가 많았어요. ‘빨리 이어야 한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동료나 직원들한테 반복해서 하는 말이 “딱 반 발자국만 앞서 가자. 한 발자국도 너무 빠르다. 반 발자국만 앞서 가야 좋은데”예요. 그 말은 결국 이런 게 보이면 누가 빨리 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예요. 그래서 이런 흐름이 보이고, 이 마음이 생긴 순간 무조건 빨리 내야 하는 거죠.
초역은 저자가 중요해요.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만이 왜곡 없이 원 메시지를 읽어 내고 현대어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 기준을 가지고 저자를 찾다 보니 코이케 류노스케가 눈에 띄었어요. 계약-번역-편집까지 빠르게 진행했고 예상대로 결과가 좋았습니다. 8만 부 정도 판매되었을 때, ‘아 예상대로다, 잘 됐다’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장원영 씨가 한마디 보태 주셨죠. 아무 생각 없이 유퀴즈 보고 있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이게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랐어요. 되게 감사했죠.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요? 저는 치매 문제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나 치매 관련 이야기를 유쾌하게 푸는 콘텐츠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 책이 더 반가웠어요. 더 놀라웠고요.
일본 광고 카피가 한국하고 많이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일본 광고 카피를 좋아하는 게 카피 자체가 한 편의 시예요. 왜 그런가 봤더니 하이코나 센류처럼 짧은 시를 많이 짓고 읽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책은 제가 일본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센류라는 장르 자체도 매력적이었어요. 위트 넘치고 멋지잖아요. 제가 또 이런 코드 좋아하거든요.

근데 자신이 없었어요. 세 줄짜리 짧은 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센류가 낯선 장르잖아요. 그래서 역시 가지고만 있다가, 판매가 잘 된 책 몇 권을 마무리 한 뒤에 회사에 제안했어요. 이 책은 분량이 작아서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판매가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책을 갖고 싶다. 회사에서 승낙했고 사부작사부작 만들었죠. 이 책은 정말 잘 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X에서 화제가 된 바람에 흐름을 탔어요.

 

그랬죠. 그런데 이건 좀 부끄럽지만, 저는 책이 흐름을 타는 지점을 파악하는 것도 어떨 때는 참 어려워요.

아, 제가 꼭 하는 게 있어요. 온라인서점 일간·월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각각의 책이 왜 그 순위에 있는지 납득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딘가에서 갑자기 슥 나타나는 책도 보이잖아요. 그런 책들은 왜 올라오는지 유심히 보고 원인을 찾아야 해요. 그 책이 왜 뜨는지를 꾸준히 기록해 두면, 그 데이터가 굉장히 큰 공부 자료가 돼요. 사람들이 어떨 때, 무엇 때문에 책을 사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니까요. 요인이 카드뉴스든, 유튜브 영상이든, 카피든 데이터를 쌓아 둬야 해요. 저도 그 데이터 쌓아 두는 폴더가 있고, 네이버 책문화 때부터 꾸준히 기록하고 있어요. ‘이 카피가 왜? 별론데?’라고 판단하기보다, 그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사람들이 이런 카피에, 이런 영상에, 이런 게시글이 마음이 움직여서 책을 사. 그걸 아는 용도로 쓰는 거예요. 모아 놓고 보고 있으면 다음 기획거리가 떠오르기도 해요.
와! 부지런하시면서 탁월하시네요. 그럼 트렌드 파악 용도로 가장 많이 보시는 건 어떤 것들이에요?

볼 수 있는 건 다 봐요. 지금은 플랫폼도 콘텐츠도 너무 많아져서 그렇게 못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콘텐츠란 콘텐츠는 다 알고 싶었어요. 방송 3사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를 전부 다 보진 못해도 어떤 내용인지,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지 꼭 알아야 했고요, 재미난 콘텐츠면 다 보고 싶었어요. 지금도 집에 있으면 웹툰도 많이 보고, 최근에는 숏츠 드라마까지 보고 있어요.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도 보통은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3사 정도만 보시는데, 저는 일본의 기노쿠니야 서점, 중국의 당당왕, 독일 서점까지 계속 봐요. 궁금해서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 이럴 때 가끔 그런 생각을 하죠. 이런 걸 보는 게 일인 이 업을 택해서 정말 좋다. 천운이구나.

마케팅에도 능하시고! 책 한 권 한 권의 주력 마케팅 기간은 어떻게 잡고 계세요?

저희는 판매가 떨어지지 않는 한 마케팅을 계속해요. 『초역 부처의 말』은 거의 1년 반 가까이 하고 있고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라는 책도 2024년 11월에 나온 책이지만 아직도 판매가 활발히 되고 있어서 꾸준히 마케팅하고 있어요.


최근에 직접 기획 또는 편집하신 책 가운데 기획도 통하고 마케팅도 통했다! 하는 책 두 권만 더 말씀해 주세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요. 괴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괴테 관련 책도 내신 김종원 선생님 덕분에 괴테에 부쩍 호감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평소처럼 일본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고 있다가 이 책을 발견했어요. 제목이 매력적이었어요. 제목만 보고 사고 싶단 마음이 들 정도로요. 상세페이지를 훑었더니 그해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었어요. 이미 수상한지 몇 개월 지난 뒤였고요. 당연히 판권이 팔렸겠지만 혹시나 하면서 문의했는데, 아직 팔리지 않았더라고요. 작가도 매력적이었어요. 2001년생이었고, 말하자면 특유의 너드미가 느껴졌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책을 오래 읽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났고요. 그래서 모셔왔죠.

한 권을 더 이야기하자면, 근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하고 K-샤머니즘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소재로 신간을 기획해 보고 싶어서 저자를 물색했어요. 그렇게 박성준 역술가 책을 내게 됐죠. 다른 분들과 달리 동양철학을 학술적으로도 공부한 분이셨어요. 가볍지 않더라고요. 반면 앞서 내신 책들은 조금 가벼운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신간을 내면서 저자 브랜딩까지 신경 썼어요. 출간 시기도 연말연초에 많이 판매될 거라 생각하고 10월 말로 맞췄고요. 그렇게 낸 책이 『운명을 보는 기술』이에요. 결과가 좋았습니다.

 

대표님이랑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대표님이 좀 빈틈없고 부지런하고 탁월하시다는 느낌도 들지만, 뭣보다 일하는 걸 즐거워하신다는 느낌이 들어요. 바쁘지만 즐겁다, 트렌드든 시장이든 빨리 변하면 그만큼 빨리 따라가야 하니까 쉽진 않지만 그렇게 빠르게 따라가 보는 게 괴롭진 않다 하는 마음으로 일하실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 편이에요. 운이 좋은 케이스죠. 덕업일치를 이뤘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렸을 때는 책에 대한 결핍도 좀 있었는데, 이렇게 책에 둘러싸여서 살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만약 다른 일을 하면서 살게 됐다면, 아마 퇴근 후나 주말에 독립출판 워크숍 같은 데 다니면서 책 만드는 취미를 가졌을 거예요.

우리 일이라는 게 3개월짜리 프로젝트를 계속하는 거잖아요? 좋아도 3개월, 힘들어도 3개월. 저는 이렇게 계속 변화하는 게 좋고, 다방면으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업을 잘 선택했다고 느낍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가능한 한 오래 일을 하는 게 지금 제 목표예요.


마지막으로 올해 내시려고 계획하고 계신 책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를 위한 책이 곧 나올 거예요. 저희 아들이 지금 딱 사춘기 절정이거든요. 지금까지는 사춘기 아이와 이렇게 지내면 좋다 하는 식의 가르침을 주는 책이 주로 나왔죠. 그런 책들은 좀 있는데, 사춘기 아이를 돌보는 엄마 마음을 헤아리는 책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기획해 봤죠. 나민애 선생님이 쓰고 계시고, 정말 솔직하게 써 주신 덕에 원고 읽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아쉬워서 안되겠어요. 책을 쓰기도 하셨잖아요. 두 권 중에 신간인 『기분을 바꾸는 왼손 필사』만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필사책은 이제 유행이라기보다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죠. 그래서 낼 만한 책을 골라 내기도 했고, 지금도 여러 출판사들이 꾸준히 내고 있는데요, 제가 작년에 인생 최초로 PT를 받아 봤어요. 이전까지는 운동이라는 걸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고요. 그랬더니 평생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근육을 쓰는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앞으로 매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될 정도로요. 그 경험에서 시작된 책이고, 왼손 필사를 해 보니 생각보다 되게 좋아서 저자를 물색했죠. 생각해 둔 저자가 제안을 거절했고, 그럼 내가 해 보자! 한 거죠. 사실 집필한 책이라기보다 기획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재미난 기획이 떠올랐는데 아무도 쓰지 않겠다고 하면 또 쓰시는 거예요? 

그렇겠죠? 지금으로서는 더 예정된 책이 없지만요. 

기대됩니다. 기획하실 책도, 쓰실 책도, 곧 나올 거라고 예고해 주신 책도요. 기다릴게요! 

3월엔 이 책 어떠신가요? 

멋지고 훌륭한 뉴스레터 The Marginalian’의 편집장 마리아 포포바의 추천으로 이 책을 발견했어요. 130년 전에 출간된 여성을 위한 자전거 타기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지요. 자전거 타는데 여성, 남성 가이드가 별도로 필요한가?
검토하다가 깜짝 놀랐어요. 130년 전의 출간의의가 불쑥불쑥 느껴졌지요. 책에 달린 오명들도 눈에 들어왔고요. 그제야 이동권은 기본권이고, 여성에게 기본권이 주어진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책을 낼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갖고 싶었어요. 공감하고 동참하고 싶었고요. 올해 여성의날에 맞춰 낸 유유 3월 신간 『여성, 자전거, 자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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