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주가 지나가고 벌써 금요일이 되었네요. 숨 가쁘게 달려온 한 주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다들 어떤 계기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셨나요? 부끄럽지만 저의 직장생활은 말하자면 ‘회피’ 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원래는 학부 전공이었던 심리학을 계속 공부해서 학자가 되거나 상담사가 되려고 했었어요. 혹은 안정적인 직업이기도 하고 제 성향에도 잘 맞는 선생님을 하려고도 했지요. 하지만 석사 박사를 거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너무 오랜 노력과 인내를 요하는 일 같았고, 선생님이 되는 것은 노력 대비 얻는 것이 적어 보였습니다. 임용고사라는 어마어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기도 했고요.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고 각각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 보였지만 돌아보면 20대의 저는 땀 흘리며 노력하는 것 보다는 쉽게 좋은 결과만 얻고자 하는 심보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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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길을 회피하고 남은 선택지는 과연 쉬웠을까요?
이런저런 어려운 길은 모두 피하고 나니 가장 빠르게 ‘취업’을 해내는 방법으로 일반 사기업 취업이라는 길만 남은 것 같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취업 준비를 위해 경영학과 수업을 듣고 관련 자격증도 땄지만, 저는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하여 무작위로 이곳저곳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당연히 뽑아주는 곳이 없었죠. 면접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미루며 2학기 동안 고군분투 한 끝에 자동차 회사의 기획실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면접관이 실수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저도 가면 증후군인가요 하하) 그 당시의 저는 쉬운 길을 간다고 생각하고 내린 선택이었지만, 쉬운 길은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죠.
거대한 계산기가 되는 기분
처음 맡은 업무는 4만 개에 이르는 부품들을 각각 차종별로 몇 개씩 주문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업무였습니다. 부품 이름은 마치 암호처럼 보였고, 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트북을 들고 엔지니어들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안전벨트를 개발하는 엔지니어, 문짝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오디오를 개발하는 엔지니어 등 연구소에 있는 웬만한 엔지니어들은 다 만난 것 같아요. 제가 계산해 주면 엔지니어들은 구매 쪽에 그 숫자를 넘겨주고 구매는 부품 업체들과 숫자를 기반으로 계약을 맺는 일을 했죠. 분명 꼭 필요한 작업이었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거대한 계산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기계와는 인연이 없던 사람이 자동차 회사에 들어오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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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발견한 일의 즐거움
그러던 저에게도 회사에서 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날이 왔습니다. 마케팅으로 부서 이동을 해서 차량 출 전략을 짜는 일을 맡은 것이었죠.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이 차량이 전체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갖는지,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지, 어느 정도 가격에 차량을 출시하는 것이 적절한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막막함보다는 호기심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자동차 회사 다니면서 우리 회사 차량의 경쟁 차량이 어떤 차종인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지엽적인 일에만 몰두해 있었는데, 이 과제를 맡고 비로소 고개를 들어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신이 나서 한참 일하던 어느 날은, 잠깐만 더 일한다고 한게 4시간 넘게 앉아 있어서 경비 아저씨가 후레시를 비추며 집에 가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집에 가고 컴컴한 사무실에 저만 남아 있더라고요. 회사 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념비적인 날이었습니다. 마케팅 업무는 제게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그때부터는 단순히 시키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일을 넘어서 다른 업계에서는 어떻게 브랜드를 키우고 더 나아가 사업을 일구어 나가는지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잡지와 다양한 서적을 읽으면서 점점 브랜딩이라는 것에 빠져들게 되었죠.
과거에는 마케팅이란 사람들을 현혹해서 돈을 쓰게 만드는 나쁜 수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브랜딩 관점에서 바라본 마케팅은 다만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철학을 전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브랜딩은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기도 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이 사실은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는 철학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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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제가 퇴사하고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좋아하는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철학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즉,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어려움과 장애물은 마주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과거에 얻은 교훈이 있기에 저는 이제 제가 만나는 어려움을 다른 관점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과거에 심리학자나 선생님이 되기를 포기했던 이유는 어려움을 피하고 꽃길만 걷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획실에서의 경험은 겉으로 보았을 때 쉬워 보이는 길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훨씬 어려운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이렇게 정의해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비단길을 걷는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세상에 필요한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해 나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제가 선택한 길을 포기하거나 돌아가지 않으려고 해요. 얼마나 힘들건, 얼마나 좌절하건, 회피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끝까지 제가 맡은 일을 해내 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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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혹시 지금 일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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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잘 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여러분이 그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한, 반드시 극복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정주영 회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공유드리면서 뉴스레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우리는 생활하는데 있어 다 어려운 것만 있지 쉬운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난 그 어려운 것을 다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기업에도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생활에도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만약에 인간에게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실전을 치르는 군인은 아니지만 세계의 역사를 이루는 줄거리를 보았을 때 나폴레옹, 삼국지, 그리고 6.25전쟁 때의 글을 읽어 보면 가장 어려운 것은 전쟁이었습니다. 전쟁 이외에 어려운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전쟁이 왜 어렵냐면 수많은 부하와 참모와 죽어나가고 자기 생명이 촌각을 다투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에 어디 그런 일이 있습니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밤을 세워 일해도 죽어나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늘은 오늘 풀지 못한 일을 내일 다시 생각해서 풀 수 있고 오늘 진 일을 내일 다시 구상해서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난 우리의 생활에서는 전쟁만 없으면 어려운 일은 없고 세계의 무역장벽이 있다고 하더라도 발전해 나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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