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3가지 일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이상한 일’ 3가지를 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 UX 컨설팅을 하고 있어요. 원래 하던 일이에요. 일주일 중 월수금 3일을 쓰고 있어요. 두 번째로 대학에서 앙트러프러너십 훈련을 돕는 일을, 세 번째로 스타트업을 하고 있어요. 이 둘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월수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3일 정도를 쏟고 있어요.
하하, '이상한 일'이라니. 왜 지금과 같이 일하게 되었나요?
주 5일 일하면 병행이 어렵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마음만 있을 뿐 시간도 여유도 부족해서요. 그래서 2017년에 풀타임으로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다짐했어요. '풀타임으로 들어가지 말자. 유혹에 넘어가지 말자.'
2018년부터 3일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제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3일을 벌기 시작했어요. 사실 1년짜리 실험이었는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네요.
왜 3일-3일을 유지하고 있나요?
하고 싶은 일로 그만큼 돈을 벌 수 없어서요. 생계가 있으니까.
지금도 3가지 일을 하고 계시지만, 이전에도 매우 다양한 일을 해오셨다고 들었어요.
가장 오래 회사에 다닌 기간이 3년 반이에요. 직업도 많이 바뀌었어요. 엔지니어, 디자이너, 서비스 매니저, 퍼실리테이터, 팀 코치….
이상한 일 여러 가지를 한다니까 그저 해보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꾸는 일을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은 후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어요. how와 what은 많이 변했지만, why는 항상 동일했지요. 덕분에 이력서 쓰기가 참 골치 아파요.
이력서요?
대개 이력서는 업무 경력을 요구하잖아요? 경력만 보면 제가 한 일이 들쑥날쑥해요.
그런데 내가 왜 일을 했는지 why 중심으로 서술하면 한 줄로 꿰어져요. 20대까지는 '디자인하고 싶은 경험'을 위해 살아왔다면, 그 이후에는 '사람을 바꾸고 싶어서' 다양한 일을 해왔으니까. 저는 철칙이 있거든요.
어떤 철칙인가요?
'하는 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요. 내 일을 설명할 때 그저 돈이 되니까 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우연히 좋은 자리가 났으니까, 내가 이걸 전공했으니까, 이게 돈을 많이 주니까. 이런 이유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바라거든요. 일을 좋아해서요. 하루에 열세 시간 이상씩 일하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일과 나를 일치시키고 싶은 의지가 강해요. 저는 그 의지를 퇴화시키지 않고 발전시키기로 했어요.
그렇게 강한 욕구를 준 why는 앞서 말씀하신 '사람을 바꾸는 일'이고요.
맞아요. 그 why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온 게 아니에요. 7년이 걸렸어요. 7년간 '내가 뭘 하면 기쁠까?' 하고 끊임없이 고민했기 때문에 찾아낼 수가 있었어요.
'사람을 바꾼다'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많은 사람이 어그러진 형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교육에 있어요. 우리나라 교육이 관성을 만드는 교육이라서요. 그런데 그 관성을 깨야 스스로 생각할 수 있거든요. 스스로 생각해야 본래의 형상을 찾아갈 수 있지요.
제가 교육을 통해서 하고 싶은 건 우선 '관성을 깨는 것'이에요. 그다음에 '존재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어그러지지 않은, 본연의 형상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흔히 교육의 목표를 '성장'이라 말하는데, 정연 님이 말씀하시는 교육의 목표는 '본질'인 거 같아요.
문제는 뭐가 나아지냐는 거죠. 누구에게는 돈을 버는 게 나아지는 것일 수도 있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게 나아지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식이 많이 쌓이는 것, 명예가 많이 쌓이는 것. 모두 다르겠지요. 제가 7년 동안 이걸 고민했어요. 당시에 여러 선택권이 있었거든요. 그중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선택도 있었어요. 그런데 돈을 많이 벌어도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성취감은 방향이 확실해야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나아지기 이전에 본질을 찾아야지요. 제대로 된 방향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