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37 I 2021.11.04
“용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었다.”  

철학자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는 홀로코스트 같은 범죄는 용서가 불가능하다고 했어. ‘회복 불가능’ 상태에 놓인 희생자들을 위해, 가해자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지. 일본군 ‘위안부’ 가해자, 민간인 학살 가해자가 용서를 얻어서 평안에 이르는 모습. 벗도 상상이 잘 안 되지?

그런데 또 다른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장켈레비치 주장을 보고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용서해야 용서’라는 아포리아(aporia, 그리스어야. 서로 모순되는 결론이 나와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떠올려. 누구나 쉽게 용서할 수 있는 것을 용서하는 것은 용서가 아니라는 거, 이것도 말이 되네?😅

데리다가 찾은 용서의 핵심은 ‘시간성’이야. 정지된 시점으로 생각하면, 용서는 불가능.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역사 속에서는 가능해. 용서라는 게 단번에 뙇! 이뤄지는 게 아니라, 화해를 목적으로 꾸준히 시도되면서 역사를 쌓아가야 한다는 뜻. 팀휘클리 3호(접니다🙋)는 데리다 주장을 읽으면서, 용서란 건 어쩌면, 나무의 나이테, 얇디얇은 크레이프를 겹겹이 쌓아 만드는 케이크 같은 걸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어.

역사적 용서와 화해는, ‘진실을 위한 싸움’과 연결돼. 100% 완벽하진 않더라도, 역사적 기록들이 '충분히 쌓였다'고 생각한 어떤 ‘진실’들도 계속해서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이야. 홀로코스트 부정, 일본 우익의 식민지배 역사 왜곡, 5·18 민주화운동 왜곡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지.

데리다는 진실을 위한 싸움이 “늘 다시 시작해야 하는 끝없는 과제”라고 했어. “끊임없이, 필요할 때마다 담론과 증거와 증언의 환기, 기억 작업과 훈련, 자료의 타협 없는 논증”으로 대항하며 진실의 생산에 기여해야 한다는 거야.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발언, 결정, 언론 보도 등을 보면서, 3호는 이런 데리다의 주장을 떠올렸어.

한국 언론은 언론학자, 언론운동가들로부터 ‘죽은 자에게 관대한 문화 탓에, 부고 기사도 고인의 과오는 축소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어. 언론이 고인에 대한 예우를 과하게 지키면서, 동시대 시민과 독자에 대한 예우, 그리고 역사에 대한 예우를 간과한 건 아닐까. 전 대통령 노태우의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고민을 하긴 했을까? 팀휘클리가 한겨레 보도 방향을 결정하는 이들에게 한 번 물어봤어.🙋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  노태우씨 죽음을 둘러싼 ‘기억의 정치’
  2. 안 읽으면 손해다: 김포 장릉의 ‘아파트 병풍’을 어찌할꼬 外

💬 물어보기 전에_노태우 연대기

💬 노태우씨와 5·18의 관계

📌1980년 전후
노태우씨는 1979년 12·12 쿠데타 직후 수도경비사령관에 임명됐어. 1980년 5월17일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비상계엄 전국확대와 군부의 정치 개입 필요성 강조했다고. 5월21일 시민을 향한 총격, 사살에 정당성을 주는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이 결정된 회의에도 참석했어.
1980년 8월에는 전두환씨 뒤를 이어 보안사령관에 취임해. 희생자 유족 사찰과 분열유도 계획을 추진했다고.

📌1988년 대통령 취임 뒤
대통령 재임 시절 ‘5공 청산’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고 1988년 11월 5공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지. 당시 5공 청문회, 광주 청문회를 통해 신군부의 광주학살 만행, 비자금 모금, 언론통폐합 등 ‘5공 비리’를 상당 부분 드러내는 성과도 냈어. 하지만 5·18 당시 발포책임자를 밝혀내지 못하는 등 한계도 뚜렷했어. 
노태우 정권은 마지못해 청문회에 합의하긴 했지만, 동시에 ‘5·11연구위원회’를 만들어서 기록의 조작, 은폐, 왜곡에 힘을 기울였어. 그리고 1989년 12월31일 전두환씨의 국회 답변을 끝으로 ‘5공 청산 종결’을 선언해버렸지. 

📌1997년 법원 판
노씨는 전두환씨와 함께 1997년 대법원에서 뇌물수수, 군사반란 등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하지만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과잉 진압하고 시민을 사살한 혐의(내란목적살인)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전두환씨, 이희성(계엄사령관)씨, 주영복(국방장관)씨, 황영시(육군참모차장)씨, 정호용(특전사령관)씨 등 5명뿐이야. 
검찰은 “노씨의 경우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재직하고 있어 수도 치안에 급급했기 때문에 광주 진압 과정에서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대. 하지만 5·18 연구자들은 당시 검찰이 “(시민 학살은) 폭도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었다”는 신군부 쪽 주장을 받아들이는 등 한계가 컸다고 지적해. 노씨의 책임이 이 법적 판결로는 제대로 가려지지 않았다는 평가 존재하는 거야.

📌회고록
2011년 펴낸 회고록에서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시민 씨를 말리러 왔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들이 저항했다”고 기록해.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는 뜻으로 읽은 5·18관련단체들이 회고록 정정을 촉구해오고 있지만 묵묵부답. 
다만, 장남 재헌씨가 2020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직접 쓴 게 아니기 때문에) 회고록을 마지막으로 정리할 때 아버지의 진심이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시 출판하게 될 기회가 있다면 개정할 생각”이라는 의사를 밝힌 적은 있어. 

📌가족들의 사죄
노씨의 가족이 여러차례 광주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힌 건 맞아. 부인 김옥숙씨(1988년), 장남 재헌씨(2019년, 2020년) 등이 여러차례 광주를 방문했지. 딸 소영씨도 2019년 전남대 어린이병원에 1천만원을 기부했어. 하지만 광주 시민사회는 회고록 등을 이유로 가족의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았어.
재헌씨는 노태우씨 사망 뒤 “(아버지가) 5·18 희생자에 대한 본인의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밝히기도 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육성으로 유언을 남기진 못했지만, 그동안 하신 말씀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지. 하지만 5·18 단체들은 유족들이 말로만 사죄를 할 게 아니라 노씨가 남겨뒀을 가능성이 있는 5·18 관련 자료들을 적극 발굴, 공개하고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촉구해.

💎 [참조] 죽음 표현 사전

👉서거(逝去): 사람의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 가운데 하나. ‘죽어서 세상을 떠나다’라는 뜻을 지닌 ‘사거(死去)하다’의 높임말. 대통령 같은 정치 지도자나 교황 같은 종교 지도자 등의 죽음에 쓰여. 국가장법 제1조는 “이 법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에 그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야.

👉별세(別世): ‘인간 세상과 이별한다’는 의미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으로 뜻을 설명해. 고인의 사회적 지위나 명망에 관계없이 존경의 뜻을 담아서 쓰는 높임말로 분류되기도. ‘돌아가시다’ 정도의 존대 표현으로 볼 수 있어. “김 대리님 부친 별세 소식 전합니다”처럼 추모의 감정을 담아 부고를 전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기도.

👉사망(死亡): ‘사람이 죽음’을 의미. ‘윗사람’ 여부를 가리지 않고 가장 흔히 쓰이는 표현.

👉👉'사망하다, 숨지다, 절명하다'가 위아래 구분 없이 쓰인다면, '돌아가시다, 별세하다, 타계하다, 영면하다, 운명하다, 유명을 달리하다, 작고하다, 서거하다' 등은 윗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 사용. '입적하다(불교), 선종하다(가톨릭), 소천하다(개신교)' 등은 죽은 사람의 종교에 따라 선택되는 어휘. 
💬 한 번 물어봤다

올해 8월부터 한겨레 뉴스룸 현장을 총괄하는 ‘요원 of 요원’(요원들의 요원), 류이근 편집국장에게 ‘노태우 사망 보도’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어.

휘클리: 노태우 전 대통령 부고 기사는 무려 10년 전인 2011년에 만들어 놨다고 들었어.
이근 국장: 맞아. 내가 한겨레 편집국장이 되기 전부터 부고 기사 초안이 준비돼 있었어. 노 전 대통령은 2002년에 암 수술을 받았고 2008년부터 소뇌에 퇴행성 변화가 오는 ‘소뇌 위축증’이라는 희소병으로 투병했어. 정치부에서 부고 기사를 준비해놨고 올해 병세가 악화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기사를 손봐두었어.

휘클리: 어떤 사람들의 부고 기사를 미리 준비해두는 거야? 기준이 있어?
이근 국장: 이번 부고 기사 이전에 미리 써둔 부고를 보도했던 인물은 조용기 목사였어(👉기사 '천막에서 세계최대 교회로 ‘선교 신화’…교회 사유화 논란도' 참조). 종교전문기자가 미리 기사를 준비해두었지. 언론사에서 부고 기사를 미리 준비하는 기준은,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거나 다수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것과는 별개인 것 같아. 그 사람이 당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게 긍정적 유산이든 부정적 유산이든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살핀달까.

휘클리: 부고 기사를 보도하는 저널리즘적 원칙도 있을까?
이근 국장: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 등을 지키려는 일반적인 저널리즘 원칙과 크게 떨어져 있지 않다고 봐. 그런데 한국사회 특유의 ‘망자에 대한 관대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미 죽은 사람 아니냐’며 역사적 과오조차 묻고 가자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아. 언론사들은 부고 기사에서도 최대한 그 사람의 명암을 함께 다루려고 해.

휘클리: 노태우씨 사망은 부고 기사 외에도 국가장 여부, 장례위원 및 추도사 논란 등 관련된 다른 사건 보도가 이어지는 것도 눈에 띄었어.
이근 국장: 노태우씨 죽음처럼, 어떤 죽음은 과거의 일로 끝나는 게 아니야. 그 죽음을 어떻게 조명하는지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이견과 논란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한겨레의 논점과 관점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었어. 장례위원 문제추도사 비판 보도 등을 꾸준히 낸 이유야.

휘클리: ‘서거’, ‘별세’란 표현을 쓴 언론사들이 있는가 하면, ‘사망’이라고 보도한 언론사들도 있어. 한겨레는 용어 결정 과정이 어땠어?
이근 국장: 노태우씨가 사망한 10월26일 오후 1시46분에 생을 마감했어. 곧바로 데스크(뉴스룸 간부)들과 함께 ‘어떻게 쓸 것인가’ 논의를 시작했어. 당시 통신사를 포함한 언론사들이 ‘서거’ ‘별세’ ‘사망’ 등을 다 쓰고 있었지. 교열부장에게 의견을 묻고, 한겨레 과거 기사에서 어떻게 썼는지 찾아보기도 하면서 편집국 의견을 일정 부분 수렴해서 ‘대편집회의’에 참여했어.

휘클리: 대(大)편집회의는 뭐야?
이근 국장: 편집국 차원에서 매일 각 현장 요원의 기사 발제를 취합, 취사선택하고 보도 방향을 논의하는 편집회의와 별도로, 매일 대편집회의도 잡혀있어. 대편집회의는 편집국 대표(편집국장), 편집국과 분리되어 한겨레 사설을 집필하는 논설실 대표(논설위원실장), 그리고 한겨레 전체의 뉴스 콘텐츠를 총괄하는 편집인이 모여서 의견을 조율해. 나는 그 자리에서 편집국 의견을 밝혔고, 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을 편집국에 다시 전달했지.

휘클리: <1.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이라고 쓴다> <2. 기사 첫 부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고 언급하고, 그 뒤부터는 ‘노씨’ 혹은 ‘노태우씨’라고 쓴다>고 결정했고… 편집국 내부에서 ‘별세’라는 표현을 쓰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들었어.
이근 국장: 의견 조정은 어렵지 않았어. 일단, ‘서거’라는 표현을 쓰자는 요원은 없었지만, ‘별세’라는 표현은 괜찮다고 보는 요원이 소수 있었던 건 맞아. ‘별세 표현을 쓰자’는 요원은 노씨가 대통령 직책 자체가 박탈된 건 아니지 않냐는 근거를 들었지.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군사반란과 내란 등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고, 1980년 5월 광주 시민 학살에 깊이 관여됐다는 점에서 ‘별세’라는 표현을 쓸 필요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어.

휘클리: 5.18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를 비중 있게 다룬 걸로 보였는데. 그게 맞다면 이유가 뭐야?
이근 국장: 과거의 일이라고 다 아문 상처일 순 없어. 상처가 현재 새롭게 생긴 일로 다시 생채기가 날 수도 있고. 5.18 유족들은 노태우씨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태도’에 더 분노한 게 아닐까 싶어. 그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시민도 많았고. 노태우씨의 죽음을 통해서 한국사회가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거라고 생각해.

각 신문사 기사 갈무리
💬 더 물어봤다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뒷날 한겨레 사설 제목은 <노태우 국가장 결정, 옳지 않다>였어. 직설적이지. 신문사 사설이 이틀 연달아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경우는 드문데, 한겨레는 10월26~27일 두 차례 노태우씨 사망을 다뤘어. 편집국 요원들과 긴밀히 소통하지만, 독립된 조직인 논설실 요원들(a.k.a. 논설위원)을 총괄하는 안재승 논설위원실장에게 논설실의 논의 과정을 물어봤어. 

💎휘클리 덧: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자’는 취지로, 언론사의 편집국은 논설실과 떨어져 있어. 물론 ‘어떤’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할 것인가, 도 넓은 의미의 의견 영역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가장 단순하게는 ‘사실=기사, 의견=사설·칼럼’으로 나누는 거지. 논설실은 회사의 의견을 사설(社說)로 공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휘클리: 팀휘클리는 논설실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어. 논설실 업무 과정부터 알려줄 수 있을까? 
재승 실장: 편집국과 크게 다르진 않아. 편집국 요원들이 매일 아침 어떤 기사를 쓸지 고민하듯, 논설실 요원들도 매일 아침 어떤 사설을 쓸 지 발제해. 그 발제들을 두고 요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지. 그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를 논의하는 거야. 사설은 이름을 밝히고 쓰는 칼럼과 달리, 우리 신문사의 주장, 의견이라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때도 있어. 

휘클리: 논설실 요원끼리 의견이 너무 다르면 어떻게 되는 거야? 
재승 실장: 의견이 엇갈리면 사설을 내보내기 어려워. 기사와 가장 다른 부분일 거야. 기사는 판단을 유보한 채 팩트들을 모아서 내보낼 수 있지만, 사설은 그럴 수 없어. 물론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고, 중요한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을 순 없잖아? 그래서 가능한 의견이 모일 때까지 계속 논쟁해. 논쟁 때 나온 자기와 다른 의견에 대한 숙고, 그리고 나의 주장과 논거를 더 준비하는 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만나서 회의하는 거지. 의견이 모일 때까지 토론과 논의를 반복해. 

휘클리: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때는 어땠어? 
재승 실장: 노 전 대통령이 오후에 사망했으니, 오전 회의에선 당연히 논의가 불가능했고. 오후에 사망 속보를 본 뒤 재택근무 요원 외에 회사에 출근한 요원들끼리 먼저 회의를 했어. 다들 우리가 사설로 다뤄야 할 주제라는 의견으로 모였고, 호칭과 ‘사망’ 또는 ‘별세’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의논을 했어. 호칭 문제는 과거에 썼던 관행에 맞춰서 쉽게 넘어갔고, ‘별세냐 사망이냐’는 좀 애매했어. 누구의 죽음이든 최대한 예우를 갖추려고 하기에, 웬만하면 ‘별세’라고 쓰잖아. 그런데 노씨에 대해선 아리까리했던 거야. 일단 모든 의견을 수렴해서 대편집회의에 참여했어.

휘클리: 대편집회의에서 ‘사망’으로 결정했다고 이근 국장한테 들었어.
재승 실장: 맞아. 편집국에서도 별세보다 사망이란 표현을 쓰자는 의견이 많다고 들었어. 대편집회의에선 별다른 긴 논의 없이 사망으로 하기로 했고, 논설실 요원들도 이견 없이 받아들였어. 

휘클리: 사망으로 결정한 결정적 이유가 뭘까? 이건 국가장을 반대한 이유와 연결돼 있겠지?
재승 실장: 그래. 노씨가 대통령 재임 기간 북방외교와 남북관계 등에서 업적을 남긴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업적이 그가 저지른 권력찬탈, 시민학살, 정경유착 같은 죄과를 가릴 순 없는 거라고 판단했어. 그래서 ‘사망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국가장은 안 된다’는 결론을 냈지.👉[10월26일 사설] 사죄 없이 오욕 남기고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

휘클리: 사망 당일 사설이 부고 성격의 사설이었다면, 다음날은 ‘국가장 반대’ 입장을 명확히 썼더라.
재승 실장: 사망 다음 날 오전에 ‘노씨 국가장 반대’ 주제로 사설을 발제한 요원이 2명이었어. 하루 전날 사설 끝부분에 국가장 반대를 밝히긴 했지만, 그날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국가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 상태였거든. 오전 회의에선 총 3가지 경우를 따졌어. 첫째, 정부가 국가장을 하기로 결정. 둘째, 정부가 국가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 셋째, 정부가 국가장 여부를 오늘 사설 마감 전까지 결정하지 않고 미룬다. 어느 경우든 모두 사설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어. 그 뒤 국가장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결정을 비판하는 사설을 쓰기로 확정했어.👉[10월27일 사설] ‘노태우 국가장’ 결정, 옳지 않다

휘클리: 부고 논설을 쓸 때 어떤 기준이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해.
재승 실장: 우리 사회에 큰 영향(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미쳐서 족적을 뚜렷하게 남긴 사람의 죽음은 사설로도 다룬다, 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어. 고인의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성찰의 계기를 얻을 수 있는가, 를 쓰는 거지. 그리고 최대한 예우는 갖추되 공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해. 고인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것과 공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게 서로 상충하는 문제라고 보지 않아.

휘클리: 언론사들이 고인의 공과를 다 다루더라도, 강조점은 다른 것 같아. 노태우씨 죽음도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성과 역사의식’을 강조한 곳도 있었어.
재승 실장: 음. 장례위원회 사례를 휘클러들과 나누고 싶어. 정부(행정안전부)가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주관할 장례위원회를 꾸리면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고위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유족이 추천한 인사 외에도 방송언론계 인사의 참여를 요청했어.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고루 모으려고 하니, 언론계도 포함이 되는 거야. 명단을 살펴보면 언론인들이 꽤 많아. 그런데 이번에 한겨레 대표이사는 참여하지 않았어. 사설과 기사로 국가장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장례위원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거야. 참여를 선택한 언론사들의 경우엔, ‘사회 통합’을 강조하는 보도를 한 곳들도 있어. 그래서 참여했을 수도 있지. 이러한 국가장 장례위원회에 언론사 대표가 참여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하는지, 휘클러들도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겠어.😀

💎 김포 장릉의 ‘아파트 병풍’을 어찌할꼬 골조 공사까지 마친 인천 검단새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공사가 멈췄어. 문화재 반경 500m 안에서 7층 이상 아파트를 지으려면 사전 심의가 필요한데, 그걸 빠뜨렸다는 이유. 분양까지 마쳤다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김포 장릉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살아선 광해군, 죽어선 아파트 눈치 보는…원종의 비애
💎 대전시청은 그에게 어떤 곳이었을까? 야근 강요, 과장 식사·신문 챙기기….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몰라. 지난 9월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 새내기 공무원 이우석씨의 입사 동기 5명과 단톡 방담을 나눴어.

💎 환기가 생명인 시대…우버 본사의 ‘접는 유리벽’ 내가 들이마신 공기가 누군가의 폐에서 배출된 공기라면? 공기를 통한 전염은 코로나19의 주요 경로이기도 해. 일단 얼른 창문부터 열어봐.
💎 ‘강유미 기자’의 통쾌함, 그게 전부라면? 의혹 당사자를 불쑥 찾아가 마이크를 들이대는, 고발·시사 프로그램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런 취재를 ‘앰부시(ambush·매복) 기법’이라고 해. 나쁜 짓을 저지른 이를 곤경에 몰아넣는 통쾌함, 악을 징벌하는 언론, 나쁘진 않겠지만 그게 전부여선 안되는 이유가 있어.

💎 이웃에 대한 공부…선의가 오역되지 않도록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해 공통으로 가지는 고정된 견해와 사고,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해.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국이나 동양인을 묘사하는 방식에 불쾌한 적 있지? 우리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벗, 오늘 휘클리 레터는 어땠어?
지난주 휘클러들에게선 이런 피드백이 들어왔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이 마음속에 있었는데. 이해할 수 있도록 짚어줘서 고맙습니다. 정원에 비유한 것도 너무 좋았어요. 왜 안해? 라기 보다는 그래서 그랬구나.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런 말을 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 생각합니다."

😌"백신 미접종자로서 거부자이기도 한데, 내 의견을 뒷받침할 뉴스를 읽어보게 되서도 좋았어. 또 그런 뉴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맞아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구!"

😥"고독사와 무연고사에 대한 내용이 가슴에 애잔하게 와닿습니다. 이렇게 살아야하는가고 반문하면서 죽음을 맞았을, 또는 나중에는 무감각해져 질문조차 하지 않았을, 같은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슬프고 읽기 힘들지만 읽어서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벗도 아쉬운 점, 반가운 점
언제든 아래 링크로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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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클리를 읽다가 질문해오신 부분들에 대한 답은 오른쪽 링크를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다음 링크를 복사해 동료와 친구들에게 휘클리 레터를 소개해주세요. 😀 https://bit.ly/39NRi1G
📌이 레터는 팀 휘클리 김효실(3호) 기자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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