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 전시

권진규의 '작품', 1966년 경. 사진: 권진규기념사업회, PKM갤러리 제공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영감 한 스푼'은 이번주부터 격주로 볼만한 전시 여러 건을 선정해 간단히 소개해드립니다.
오늘부터 총 4번의 테스트 발송을 보내드린 다음, 구독해주고 계신 독자들께서 가장 잘 맞는 모양새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오늘 레터를 읽어보시고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
테라코타 부조로 만나는 권진규, PKM '조각가의 릴리프'
권진규, 작품(Work), 1966, 사진: 권진규기념사업회, PKM 갤러리 제공.  
이 전시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가 만든 테라코타 부조 작품을 소개합니다.

테라코타란 찰흙을 구워 만드는 것으로, 권진규가 1964년 서울 성북구 동선동 아틀리에에 가마를 고친 다음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 아틀리에는 현재 내셔널트러스트에서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어 예약 후 방문 가능합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부조들 제목은 간단하게 '작품'입니다.

자세히 보면 새, 나비, 꽃 모양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 한국의 오래된 건축물에서 모티프를 딴 '공포', 전통 탈을 부조에 넣은 '가면'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1960년대 중반 작품이고, 권진규가 어떻게 평면 공간에 현실 속 대상을 구성해 넣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멀리서 봤을 때 부조의 입체감이 잘 드러나는 은은한 색의 변화였습니다. 전시 작품은 총 8점, 작은 전시이지만 권진규의 팬이라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전시 전경. 사진: 권진규기념사업회, PKM갤러리 제공

📌전시 정보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
12월 9일까지
현대 미술가들이 본 '사람'
PKM갤러리에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만날 수 있는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는 인간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가 41명(!)의 작품을 모은 단체전 '휴먼(HUMAN)'이 열리고 있습니다.

독일 사진가 칸디다 회퍼가 기자 생활을 할 때 찍었던 초기 사진부터, 한국의 대표적 작가인 권순철의 자화상과 '영혼', 안창홍의 '누드 모델' 연작, '붉은 산수'로 유명한 이세현의 자화상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한국계 작가의 작품까지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집니다.
칸디다 회퍼 'Liverpool XIV'. 사진: 초이앤초이 제공
갤러리 측은 인간에 대한 질문은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왔지만, 인류의 영향이 지구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류세에 들어서면서 현대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탐구하는 것이 더 절실해졌다고 보고 이런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급부상하면서 인간의 정의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느냐는 논쟁도 벌어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끌어내고자 합니다.

다만 이런 맥락보다는, 각기 다른 환경과 연령대에서 작가들이 바라본 천차만별의 인간 모습을 보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답을 찾기 보다 각자의 차이점을 비교해보기에 좋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많은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나는 어떤 작품이 끌리는 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세현의 자화상이 전시된 초이앤초이 '휴먼' 전시 전경. 사진: 초이앤초이 제공.
📌전시 정보
휴먼(HUMAN)
서울 종로구 초이앤초이 갤러리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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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읽음이었는데....신선하며 본질적인 자신의 삶에 대하여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바쁘게 그리고 피곤하게 살고 있는 자신을 잠시나마 돌아보게 되고....또 다시 매일의 일상을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 내용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영감 한스푼 늘 잘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듬뿍 영감 한 스푼, 한 국자를 주시네요. 맞아요. 미술관에 갈 때마다 분명 거길 관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도 마치 없는 사람인듯, 자체 스킵해서 지우고 볼 때가 있잖아요. 정작 그분들에게 미술관은 어떻게 보일까, 매일 매일 미술품으로 둘러싸인 삶은 어떨까, 수많은 사람들이 쉬러, 혹은 감상하러 오는 곳에서 일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오늘 영감 한 스푼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 송은미술대상을 탄 김세진 작가의 영상작품 <도시은둔자>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미화원 일상을 담았잖아요. 그때 내게는 휴식으로 가는 미술관이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수행하는 공간이란 점에서 달리 보였고 이후 미술관을 갈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과 불편함이 존조했습니다. 있지만 존재를 지워야하는, 은둔해야 하는 노동의 장소.
그런데 오늘 작가님의 영감 한스푼을 보고 새삼 미술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삶이 또 그렇게 딱딱하지만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일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분자분 풀어주시는 책의 구절을 따라가다 보니 이 책을 읽고 싶어졌고요. 같은 공간이라도 어떻게 보게 될지 렌즈를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영감 한 스푼, 한 그릇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돌멩이)
👉 김세진 작가의 작품, 저도 기억 나네요. 레터의 내용을 깊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술관에서 만나는건 내자신이다 명언입니다 고맙습니다

🔸좋은책 추천감사드립니다 당장구입해 읽고싶어지네요(psyj)

🔸언뜻 보며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이런 내용이였군요 흥미롭네요 다양한 분야로 소개 받아 좋습니다ㅎㅎ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 전시 소개도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영감 한 스푼'이 전해드릴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가까운 소통을 원하신다면 저의 인스타그램(@mini.kimi)으로도 찾아오셔서 편히 이야기 나누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김민 드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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