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양형기준이 바뀐다는데...?
여성폭력 사건 가해자가 '기부'로 '감형'을?
대법원·양형위원회에 서명 6,001건, 제출했습니다!
문제는 법원! 가해자의 '기부'를 '반성'으로 인정하지 말라!

2021년 11월 8일, 한국여성의전화 후원 계좌에 10,000,000원이 입금된 후 후원 목적을 확인하여 반환했던 일, 기억하시나요? 여성폭력 가해자가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후원이었기 때문인데요.

여성단체에 대한 '기부'를 여성폭력 가해자의 '반성'으로 인정하고, 양형 기준의 감경요소로 반영하는 법원에 문제제기하는 서명에 총 6,001명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모아주신 서명은 지난 3월 31일, 대법원과 양형위원회에 온·오프라인으로 무사히 제출했습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출된 서명의 행방은?

제출된 한국여성의전화 의견과 서명은 5월 2일에 열린 제116차 양형위원회에서 다루어졌는데요. 이날 양형위원회 회의에서는 성범죄 양형기준을 전반적으로 정비하는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관계 기관의 의견을 조회하여 7월 4일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는 의결할 예정이라고 해요. 주요하게 살펴볼 지점을 짚어보자면,

📌성적 수치심 → 성적 불쾌감
성폭력 피해자는 분노, 불쾌감, 우울감 및 무기력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은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축소하고 자칫 성폭력이 '피해자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이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표현입니다. 바뀐 양형기준이 적용되면, 앞으로 판결문 등에서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성적 불쾌감'이라는 보다 나은 용어가 자리잡게 됩니다.

📌상당 금액 공탁 →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
감경요소에서 공탁에 대한 내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적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탁 여부만을 살피던 기존과 달리 현실적인 금액의 공탁인지를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보여요. 또한 '상당한 피해 회복'이 포함되면서 가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반적으로 살피게 될텐데,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지, 혹은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요소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의 범위가 넓어졌어요.
가중요소에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의 정의를 넓혔는데요. '군대'로만 제한되어 있던 범위를 '조직'과 '단체'를 포괄하였고, '계급', '서열'에 '감독' 관계를 추가하여 피해자가 성범죄에 대응하기 어려운 사정을 기타 위계 관계가 있는 여러 사례에 적용할 수 있게 수정했어요.

📌그렇지만 '진지한 반성'은 여전히...
가해자의 후원, 자원봉사활동 등은 기존 양형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으로 인정, 감경요소로 반영되고 있었는데요. 수정안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 문제적이에요.
기부를 통한 감형 등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대검찰청

한편,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신 덕분에 6월 20일, 대검찰청에서도 선처를 노리는 기부로 감형을 받는 꼼수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성범죄자의 개인 사정을 감형사유에서 배제하도록
'감경요소'로 볼 수 없는 가해자의 개인 사정은 배제하도록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게 했다고 해요. 어떤 것이 감경요소로 볼 수 없는 사정인지 수사기관의 인식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가해자가 마구잡이식으로 선처를 요청하고 인정됐던 기존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양형자료가 조작되지 않았는지 파악
가해자가 제출한 후원증서 등이 자료가 조작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어요. 위·변조죄 등에 해당할 경우 원 사건이 종결된 이후라도 별도의 범죄로 다루어 처벌하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대책을 지시한 것은 다행이지만, 양형기준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일선 수사기관의 인식에 따라 협소하게 이해될 수 있는 점, 이전처럼 반짝 남발하는 대책에만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액션은 멈추지 않습니다!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해 6월 7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양형위원회에 재차 의견을 보냈습니다. 

📌'진지한 반성' 인정하던 관행 바꿔야
양형기준 수정안의 감경요소 내 '진지한 반성'에 여성단체에 대한 기부가 인정되지 않도록 양형기준을 정비하고, 사법부의 인식 제고를 위한 다른 방법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원안에도 기부가 '진지한 반성'으로 인정되도록 명시한 내용은 없었으나 재판부의 재량으로 인정되어온 관행이 있습니다. 이번 수정안을 통해서는 이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새로운 양형기준이 적용되는 이후에도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보고, 제도를 넘어 관행과 사법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양형위원회에 직접 의견을 남겨주셔도 좋고,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하며 지켜봐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