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시인의 시는 직선에서 곡선을, 취함에서 깸을, 죽음에서 자꾸 피식피식 웃게 되는 생을 발견하게 합니다. 홀린 듯 쓰고 한참 후에 이마를 짚으며 자기 의중에 자기가 곤란해하는 시인데, 작정하고 정직해서 정직한 사람 앞에서는 유독 더 슬퍼지는 그런 나/나가 따로 내달리는 시인데, 함께 분열을 도모해보자 자꾸 초대를 하는 거예요. 그래도 관 속까지 초대할 줄은 몰랐는데요. 개정판에서 놓인 자리가 달라진 시를 처음 보듯 다시 보니 그 초대가 유독 반갑기도 해서요.
분열된 나의 감정적 조응에는 날카로운 유릿조각을 꼭꼭 씹어 삼키는 자학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종종 자학은 선수 친 자기방어이기도 하지요. 나는 방문 밖에 갇히고 거울 앞에서 분열하고 손이라는 신체 부위로 파편화됩니다. 이 역설적인 감금과 거울 이미지는 「누런 벽지」의 ‘나’와 『제인 에어』의 ‘버사 메이슨’의 뒤통수를 불러옵니다. “게 아무도 없나요?” 그럴 리가요. 더 많은 뒤통수들이 전력 질주합니다. 배턴을 꼭 쥐고요. 분열된 이들에게 분열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경험됩니다. 광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계 너머의 시선만이 분열과 광기 등에 환상성을 부여할 테고요. 저 같은 독자는 이러한 분열을 환상이나 시적 현실로만 인식할 수 없습니다. 조금 억울한 날에는 어항 저편 굴절된 큰 눈으로 똑똑, 묻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당신들의 현실은 이렇지 않냐고. 자주 미치고 분열하고 갇힌 채 이해받지 못하지 않냐고. 이 시를 읽은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