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사말을 써보지만, 이것이 기기연을 대표하는 목소리는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려야겠네요.
작년 여름, 저는 살고 있던 집 누수와 침수 피해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구옥빌라 외벽의 빗물이 제 반지하 방 천장으로 고여들어서, 출렁이는 천장을 뜯어 물을 쏟아내야 했어요. 암담했습니다. 같은 시기 폭우 참사 소식들이 들려왔구요. 국내외 믿을 수 없는 기후재난 소식 앞에서 다른 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어요.
1년이 지나는 사이에 저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 대한 마음을 나누고 성찰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어요. (그 즈음 기기연 활동가들을 만났지요.) 밀려난 이들이 고스란히 기후위기의 최일선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어요. 저는 분노가 깊은 곳에 있었어요. 기후위기는 알아갈수록 기독교와 떼어놓고 말하기 어렵고, 기독교가 기후위기와 밀접한 자본주의적 욕망을 정당화하는 종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을, 은혜란 것을 저는 깊이 받았지만 동시에 기독교가 지닌 힘과 논리가 이 사회에 기만으로 작용할 여지가 너무 크다고 생각되었어요. 경쟁과 파괴를 가르치고 답습하는 잔학무도한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이라는 신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는 것인지, 또 어떻게 그걸 확고부동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의아했어요. 기독교인 정체성이 있는 저는 갈 데가 없다고도 느꼈어요.
기후위기 기독인연대에 회원으로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계시나요? 저는 언제든 동일화에선 벗어나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의 제게 물어오는 질문과 촉구해오는 움직임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모두 다르면서 공통분모를 어느정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제겐 기후위기에 대해서건 신앙에 있어서건 스스로 정리하고 있는 답이 부족하지만, 질문은 드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묵묵하게 사랑의 의미를 헤아리며 목소리를 내려는 분들께 감히 고생하셨다고도, 기도를 보내드린다고도 전하고 싶어요. 이번 뉴스레터에 함께해주시고 마음 보내주셔서, 그리고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