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Vol.35
흉내 내지 말고 훔쳐야 일류 된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졸업이 최종학력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를 세계적인 건축가 반열에 올린 작품으로 오사카 ‘빛의 교회’가 꼽힙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빛을 활용한 미니멀 디자인으로 신비롭고도 신성한 분위기를 표현한 게 특징입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프랑스 동부에 있는 롱샹성당에서 얻었습니다. 특이하게 배치한 창문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내부 곳곳에 물결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성당을 맞닥뜨린 순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위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본명 샤를에두아르 장느레그리: 1887~1965)가 지은 이 성당을 본떠 세운 게 ‘빛의 교회’이지만 그저 모방만 하지 않았습니다. 햇빛은 물론 물과 나무, 숲 등 자연의 여러 요소를 활용하는 것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과 합일되는 건축물’의 새 경지를 열었습니다.

사이토 다카시(齋藤孝)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 출간된 <일류 경영자의 조건(사람과나무사이 출간)>에서 ‘훔치되 각색하고 응용하는 힘’을 일류 경영자를 만드는 첫 번째 조건으로 꼽습니다. “다다오가 르코르뷔지에의 아이디어와 기법을 단순히 흉내 내는데 그쳤다면 ‘빛의 교회’는 ‘짝퉁 롱샹성당’일 뿐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건축물이 됐을 것이다.”

그는 ‘이미지화하는 힘’을 일류경영자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꼽으며 이번에도 안도 다다오의 사례를 들려줍니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뒤 1965년부터 4년간 유럽과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건축물 답사여행’을 떠났는데, 날마다 50킬로미터의 거리를 하루 15시간씩 걸었답니다. 걷는 동안 여행과정에서 만난 건축물의 특징과 인상적인 점 등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뇌에 각인시키고, 응용방식을 이미지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훈련’은 각 분야 정상에 오른 사람들 대부분에게 공통된 성공비결입니다. “최종 목표를 먼저 세우고 세부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며 재구성하면 일의 문맥을 파악할 수 있다. 업무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자신이 하는 일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순서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하라.” 뛰어난 스포츠 선수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 몇 가지 상황을 머릿속에 그린답니다. 테니스 선수가 서브를 넣으며 ‘상대가 받아낸 공이 포핸드로 오면 이렇게 하자’ 하는 식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게 그런 예입니다. “서브를 넣은 다음, 그런 과정 없이 멍하니 서서 기다리다가는 상대 선수의 공격에 속수무책이 되기 쉽다.” 

‘낭비를 없애는 힘’도 일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조건입니다. 일본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개발해낸 ‘카이젠(kaizen·改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은 현장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낭비원인을 제거하고 생산시스템을 개선한 뒤 현장에 나가 보면 그때까지 눈에 띄지 않던 또 다른 낭비요소와 문제점이 발견된다. 그때마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 낭비를 막고 문제를 해결한다.”

개선이 이뤄진 내용을 고정화하거나 단속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 일시적인 개선으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도요타식 개선방법을 적용하면 낭비요소와 개선할 점이 무한히 생겨납니다. “낭비는 매번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낭비는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여백을 만드는 힘’도 사이토 교수가 꼽는 일류경영자의 조건입니다. 계획을 세우거나 일을 진행할 때 너무 빡빡하게 일정을 잡거나 여유 없이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된답니다. “핵심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정중앙 부분은 느슨한 상태로 남겨두라. 뼈대만 세워두고, 나머지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백으로 남겨둬야 한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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