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164 | 2024.8.15
벗, 2호😎가 돌아왔어. 여름 휴가가 끝나고 밀린 뉴스를 챙겨보는데, 뜨거운 논란이 있었더라고. 바로 ‘임신 36주 임신중지 브이로그’. 

‘출산 직전에 임신중지를 한 게 말이 되냐’며 주작 논란이 있었던 유튜브 영상을 두고 경찰이 1차 결론을 내린 거야. 유튜버가 진짜 임신중지를 했다고. 그러면서 경찰은 유튜버와 수술한 의사를 살인죄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했어.

그걸 보면서 질문이 꼬리를 물었어. 낙태죄가 폐지됐는데, 왜 경찰이 무려 살인죄로 처벌하겠단 거지? 10주면 임신중지해도 되고, 36주면 안 되는 건가? 하긴 36주면 많이 자란 태아인데, 임신중지는 좀 아니지 않나…. 

그러다 출산 직전에서야 임신중지를 하게 된 유튜버를 떠올렸어. 왜 36주까지 임신중지를 못했는지 궁금했어. 브이로그에서 ‘비참하고 막막했다’ ‘죽어버리고 싶었다’고 했는데,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도. 

이번주 휘클리는 ‘36주 임신중지 브이로그’가 남긴 질문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해. 같이 답을 찾아가보자!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휘클러를 위해 야심화반을 준비했으니, 많관부!😉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 ‘36주 임신중지 영상’에 담긴 것
  2. 한 번 물어봤다: 후기 임신중지하는 이유
  3. 휘클리 야심화반: ‘임신중지 브이로그’ 너머 질문들
  4.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과학 뉴스픽
  5.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ㄱ씨가 올린 영상 갈무리. 유튜브
📂36주 임신중지 영상’에 담긴 것

브이로그는 진짜였다 
  • 6월27일 유튜버 ㄱ씨는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란 제목의 브이로그💡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어. 영상엔 20대 여성 ㄱ씨가 임신 36주에 임신중지(낙태)하는 과정이 담겼어.
  • 임신 36주면 출산할 수도 있는 때거든. 평균적으로 38주에 출산을 하니까. 임신 후기(28~40주)💡에 임신중지를 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두고 SNS에선 난리가 났어. ‘살인이다’ ‘조작이다’란 반응이 쏟아진 거지. 논란이 커지자 ㄱ씨의 채널은 삭제됐고. 
  • 7월12일 보건복지부가 나섰어. ㄱ씨와 ㄱ씨에게 임신중지 수술을 해준 병원장을 살인죄로 처벌해달라고 서울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거야. 출산했으면 살았을 태아를 고의으로 살해했단 거지. 
  • 8월12일 경찰은 36주 임신중지’ 브이로그 영상이 사실이라며 ㄱ·ㄴ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어. ㄱ씨를 두 차례 대면 조사하고, ㄴ씨의 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부를 확보했어.

낙태죄→살인죄
  • ㄱ씨와 ㄴ씨는 ‘낙태죄’로 처벌받진 않아.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형법 269조💡, 270조💡, 모자보건법 1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면서, 낙태죄가 폐지됐거든. 대체 입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채 2021년 1월1일부터 낙태죄는 효력을 잃었어. 
  • 살인죄론 처벌할 수 있어. 형법 250조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살인죄로 규정하고 있거든. 여기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 ①대상이 사람이고 ②그를 고의로 죽인 것이어야 해.  
  • 후기 임신중지에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들어맞을까? ①형법은 배 속 태아를 사람으로 보지 않아. 대법원 판례💡는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한 때,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시작된 시점부터 사람이 됐다고 규정해. ②배 속에서 태아가 죽은 건 살해가 아니라 사산이라고 해. 배 속에서 산 채로 나온 영아가 죽임당한 걸 살해라 하고. 

‘34주 임신중지’가 살인이긴 했지만 
  • 그러니 경찰이 ㄱ씨와 ㄴ씨의 살인죄 혐의를 입증하긴 쉽지 않아 보여. ①ㄱ씨가 수술을 받았을 때 임신 후기긴 하지만, 분만이 시작됐다고 보긴 어렵거든.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태아로 볼 수 있단 거지. ②살해로 보려면 태아가 산 채로 나온 뒤 숨졌단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수술실엔 CCTV가 없어. 경찰이 다른 증거를 찾아야 해.
  • 다른 임신 후기 사례를 보면 법원의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어. 2019년 한 산부인과 의사는 34주 태아를 제왕절개로 꺼낸 뒤 울음을 터뜨린 영아를 물속에 담가 숨지게 했거든. 이듬해 대법원은 의사에게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해. 낙태죄는 폐지된 뒤라 적용되지 않았고. 수술받은 산모는 처벌받지 않았어. 
  • ㄱ씨와 ㄴ씨를 살인죄로 처벌할 순 없다 해도, ㄱ씨에게 살인예비·음모죄💡를 적용할 수 있단 법조계 의견도 있어. 임신중지할 병원을 알아보고 수술을 받았으니까. 지금은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ㄴ씨는 그러지 않았으니 ‘의료법 위반’이란 주장도 있고. 
  💡  Hi-light
브이로그(Vlog): 동영상을 뜻하는 비디오(Video)와 기록을 뜻하는 로그(Log)의 합성어 
임신 후기: 임신은 초기(월경 시작일~13주)·중기(14주~27주)·후기(28~40주)로 나뉨
입건: 사법기관이 형사사건 수사를 시작할 때, 사건 번호를 붙여 접수하는 것을 의미
형법 269조: 부녀가 낙태하거나 부녀의 촉탁으로 낙태하게 한 경우 처벌
형법 270조: 의사 등이 부녀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처벌
모자보건법 14조: 임신중지 수술 예외 사유를 규정. 임신중지 처벌을 전제로 한 하위법
헌법불합치: 위헌 판단을 했지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시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
판례: 판결의 선례. 법원이 법적 사안에 대한 해석(법적 판단)을 내린 것
태반: 임신 중 태아와 모체의 자궁을 연결해주는 기관. 자궁 위 또는 옆면에 위치
살인예비·음모죄: 살인을 목적으로 준비하거나 살인 음모를 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후기 임신중지하는 이유
  • ㄱ씨는 왜 좀 더 일찍 임신중지를 하지 못했을까? 수술이 늦어질수록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는데 말야.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도 원인이야.
  • 헌재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까지 형법·모자보건법을 고치라고 했지만, 국회는 3년 넘게 손을 놓고 있거든. 지금은 임신중지를 규정하는 법이 없는 상태인 거지.   
  • 수술을 원하는 임산부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임신중지가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보니 누구도 정확하게 안내해주지 못하고 있거든. 어느 병원이 수술하는지, 수술비는 얼만지. 성폭행 같은 일부 예외사례를 제외하곤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천차만별이기도 해.
  • 수술을 꺼리는 의사들도 많아.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수술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로 ‘법·가이드라인 부재’를 꼽았어. 그러니 임산부는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볼 수밖에 없고, 그러는 동안 수술 시기가 늦어지는 거지. 
  • 임산부도 수술로 임신중지를 하는 건 부담이야. 약을 먹는 게 좋지.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임신 10주 이내엔 약 복용으로 임신중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 하지만 99개국이 사용 중인 임신중지약(유산유도제)도 국내에선 합법적으로 구할 수가 없어. 현대약품이 식약처에 경구용 임신중지약💡(미프지미소정) 허가를 신청했다 2022년 12월 철회했어. 그러니 밀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10주? 14주? 22주?
  • 국회는 임신중지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국가들도 임신 전체 기간에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완전한 비범죄화’를 채택하진 않고 있거든. 임신중지가 가능한 임신주수를 정해 그 이후 임신중지는 처벌하고 있어. 
  • 헌재도 ‘22주 미만 태아에 낙태 허용’이란 권고를 냈어.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 혈족 간의 임신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신중지를 허용하던 데에선 나아갔지만 여전히 주수 제한은 두고 있는 거지.  
  • 정부는 2020년 제출한 개정안을 통해 임신 14주까지만 임신중지를 하게 해야 한단 의견을 냈어. 산부인과 의사들은 임신 10주란 기준을 제시했고. 헌재보다 보수적이지. 
  • 여성계는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처벌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단 거지. 살인죄냐 아니냐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후기 임신중지 사례는 극히 드물기도 하니까.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뉴질랜드, 폴란드, 칠레, 이스라엘을 제외한 31개국은 사회·경제적 이유의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있어. 
  • 프랑스는 올 3월 헌법에 여성이 임신중지할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을 헌법에 담았어. 이미 임신중지가 허용되고 있었지만, 세계 최초 임신중지 자유를 헌법에 명시했단 의미가 있어. 뉴질랜드도 2020년 낙태죄 처벌 조항을 삭제했고.
  •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도 변하고 있어. 2018년 아일랜드는 임신중지를 허용했고, 2021년 멕시코 대법원도 임신중지를 처벌하지 말잔 판결을 내렸거든.
  •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국가는 여성의 건강권 보장에도 적극적이야. 캐나다, 영국, 호주는 거주지·직장과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임신중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거든. 
  💡  Hi-light
경구용 임신중지약: ‘미프진’으로 알려진 먹는 임신중지약.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  
한국여성민우회, 사진작가 혜영

🎙️️왜 임신중지란 말을 써? 낙태 아냐?

💬국어사전을 보면 ‘낙태’는 ‘태아가 달이 차기 전 죽어서 나온다’는 뜻이 있어. 한자 그대로 풀면 ‘태아를 떨어뜨린다’. 낙태한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지? 반대로 임신중지는 결정 주체가 여성이란 의미가 있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단어인 거지. 단, 형법상 낙태죄와 같이 죄명을 가리킬 땐 ‘낙태죄’를 사용해.


🎙️️자기 결정권이 정확히 무슨 뜻이야? 대충은 알겠는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 헌재는 자기 결정권을 이렇게 표현했어.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 


🎙️️이 단어도 헷갈려. 낙태와 사산은 어떻게 달라? 

💬인위적으로 임신을 중단한 낙태와 달리 사산은 자연적으로 태아가 숨진 경우라고 보면 돼. 임신과 출산을 다루는 의학 분야인 산과학에선 사산을 임신주수 20주 이후에 체중 500g 이상인 태아가 엄마 몸 밖으로 완전히 나오기 전에 포궁 안에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해. 20주 전에 숨지는 건 유산이고. 


🎙️️잠깐, 포궁? 

💬자궁과 같은 말이야. 자궁이 직역하면 ‘아들을 품은 집’이라는 뜻이라 특정 성별만을 가리키는 표현인 반면, 세포를 품는다는 뜻의 포궁은 성 중립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지.


🎙️️사건으로 들어가 보자. 복지부가 유튜버와 의사를 수사했잖아. 근거는?

💬복지부는 임신 34주 여성에게 임신중지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살인 혐의가 인정된 2021년 판례를 참고했다고 했어. 유죄를 선고받은 의사는 재판 당시 ‘태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모체 밖에서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었고 모체에서 나왔을 때 사망한 상태였다’고 주장했거든. 


🎙️️근데? 

💬당시 마취과 의사와 간호조무사는 ‘모체 밖으로 나온 아이가 살아있었다’고 진술했어. 제왕절개 수술 직전 시행한 검사에서 산모와 태아 모두 정상 소견이었던 점도 확인됐고. 복지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도 ㄴ씨가 ㄱ씨의 임신중지 수술을 의뢰를 수락해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 살인 후 900만원을 받았단 점을 들어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경찰 말처럼 살인죄가 인정될까?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오기 전에 사망했는지, 모체 밖으로 나온 아이가 살아있었는데 의사가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가 관건이야. 전자라면 살인이라고 볼 수 없고, 후자라면 살인으로 볼 수 있는 거지.

 

🎙️️그래도 36주 임신중지는 좀 고민돼. 바로 출산했으면 사람이 됐을 태아잖아.

💬우선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일이 ‘공익’이기 때문에 임신중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임신중단에 대한 권리’의 저자 박이대승 정치철학자는 이렇게 반박해. 임신중지권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핵심 요소이자 헌법상 기본 권리잖아.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의 존엄성을 희생해야만 얻을 수 있는 건 공익이 아니라고 말야.


🎙️️그래서 여성계는 임신중지 주수 제한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단 거야? 

💬응. 임신 주수 제한은 건강상 이유로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거나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휴가를 낼 수 없는 직장 문화 때문에 제때 임신중지를 못하는 여성이 더 취약한 상태에 몰릴 수밖에 없단 입장이야. ‘낙태죄’ 헌법불합지 결정 이후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국회에 제출된 적이 있어. 22주란 임신중지 조건을 명시한 부분에 대해 “여전히 여성의 몸에 대한 주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건데, 청원엔 10만명 넘는 사람이 동의하기도 했어.


🎙️️임신중지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 건 괜찮을까?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잖아.

💬그런 반응이 나오는 건 여성의 성을 통제하려는 시각과 다르지 않다고 봐. 우리 사회는 여성을 성적 권리 주체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거든. 성적 권리란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성 정체성, 성적인 행동 등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말해. 성적 자기 결정권인 거지. 


🎙️️사회가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통제하고 있단 뜻? 

💬응. 중·고교 성교육 강사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남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여학생들은 성에 대한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 남성의 성적인 호기심과 성적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반면, 여성에게는 성을 조심해야 할 것으로 가르치고 있거든. 명백한 성차별이지.


🎙️️36주 임신중지 영상이 ‘임신중지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 1132명을 5년간 추적연구한 결과를 담은 ‘턴어웨이’란 책이 있어. 저자는 ‘임신중지가 합법화되면 여성이 주요 피임 수단으로 삼을 거’란 임신중지 반대 주장에 이렇게 반박해. 여성이 첫 성관계부터 ‘완경’이 될 때까지 다른 피임 없이 임신중지로만 가족계획을 한다면, 1분기(임신 1주~14주) 30번, 2분기(임신 15주~28주) 25번의 임신중지를 하게 될 거라고 말야.


🎙️️또 잠깐, 완경은 폐경을 말하는 거지? 

💬응. 난 ‘폐경’이란 말은 쓰지 않아. ‘닫을 폐’자를 쓰는 폐경이라는 말은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끝났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주는 말이거든. 


🎙️️조심해야겠네. 여성이 완경까지 55번의 임신중지를 하게 될 거라고? 오로지 임신중지로만 피임했다면?

💬응. 고용 상태, 경제력, 키우고 있는 아이와의 관계, 미래 계획, 신체적·정서적 건강상태까지. 여성이 임신중지를 한 번 할 때 고려할 게 얼마나 많겠어. 그만큼 임신중지가 쉽게 조장될 수 없단 거지. 실제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 임신중지는 그 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어.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낙태가 더 늘어날 거란 주장이 있었는데, 아니었던 거지.

🎙️️ㄱ씨처럼 임신 후기에 임신중지를 하는 이들이 많아? 

💬흔치는 않아. 복지부가 2021년 15~49살 여성 8500명을 대상으로 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평균 임신중지 수술 시기는 6.74주야. 임신 초기가 월경 시작일부터 13주까지니까, 대부분 초기에 임신중지를 한단 뜻이지. 임신 주수가 늘어날수록 임신중지나 출산으로 인한 위험이 커져서 위험하기도 하고. 


🎙️️그럼 어떨 때 후기 임신중지를 할까?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때야. 미국에 ‘구트마허 연구소’라는 비영리 연구단체가 있거든? 여기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임신 24주 이후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28명을 심층 면접했더니 ①비싼 수술비 ②임신중지가 가능한 전문의·의료기관 부재 ③의사의 수술 거부가 문제였어. 


🎙️️한국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가, 낙태죄가 효력을 잃은 2021년 1월 이후 임신 3주~9주에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 6명을 인터뷰했거든. 임신중지 상담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일부터 쉽지가 않았대. 집 근처 임신중지 수술을 하는 병원이 없어 멀리 떨어진 병원에 다녔고. 임신중지 관련 의료 행위가 비급여이다 보니 병원에 내는 비용도 천차만별이라고 하더라고.


🎙️️낙태죄가 폐지됐는데 왜 의사들은 수술을 꺼리는 거야?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의사 126명 중에 40.5%만 임신중지 수술을 제공한다고 답했어. 조사 당시와 그 전 수술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개인적 신념, 종교 및 심리적 이유’ 때문이라는 응답률이 가장 높게 나왔고. 생명 존중 입장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거지. 물론 다른 이유도 있어. 


🎙️️뭔데? 

💬임신중지 수술을 하는 의사에 대한 보호책이 없다는 거야.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한 범위나, 수술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 가이드라인(지침)이 없거든. 의사가 수술 여부 판단은 물론 수술 과정에서 과다출혈이나 패혈증 같은 합병증이 생길 때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는 거지. 


🎙️️낙태죄가 폐지된 지 3년이 넘었잖아. 법이 왜 아직도 없는 거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후 21대 국회에서는 형법개정안 6건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7건이 발의됐는데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어. 


🎙️️어떤 내용이 담겼는데? 

💬형법개정안은 크게 ‘낙태죄’ 처벌 규정을 없애는 법안(3개)과 유지하는 법안(3개)으로 나뉘어. 7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안과 ‘임신중지에 관한 정보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기관을 설치’하는 법안, ‘임신중지에 보험급여를 적용하거나 의료비를 지원’하는 법안 등이 있었지.


🎙️️13개 법안 중 통과된 게 하나도 없어? 

💬응.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만 하고 심사를 제대로 안 했거든. 당시 정부·여당은 형법 개정을 먼저 하고, 그 뒤에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를 하자고 했어. 야당 쪽은 모자보건법 개정 심사를 먼저 하자고 했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법 개정은 무산됐어. 


🎙️️발의된 법 개정안 중 의미 있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모자보건법을 ‘임신·출산 등과 양육에 관한 권리보장 및 지원법’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모자보건법명에 ‘모자’가 왜 들어갔을까. 임신을 위해선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가 만나야 하잖아. 그 과정에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건강도 중요하고. 근데 왜 법명엔 어머니, 아들만 있는 걸까? 


🎙️️정말 그렇네. 아버지, 딸은 왜 없어? 

💬모자보건법이 1973년에 제정됐거든. 임신과 출산 관리는 여성만의 몫이라는 인식, 남아선호사상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 이은주 의원 발의 법안은 기존 ‘모성 및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법의 목적도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임신·출산 등과 양육 전 과정에서 권리를 보장받는다’로 바꿨어. 


🎙️️어떤 제도부터 만들어야 해? 

💬한두 개가 아니야. 임신중지 관련 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병원 정보를 제공해야 해. 임신중지약도 도입해야 하고. 임신중지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권리, 안전한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권리, 임신중지 전후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모두 ‘재생산권’에 포함되거든. 지금은 이를 보장할 정부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거지.


🎙️️다른 국가는 어때? 

💬‘낙태죄 비범죄화’는 세계적인 추세야. ‘구트마허 연구소’에서 낸 ‘2017 세계의 임신중지’ 보고서를 보면, 2000년 이후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스위스, 호주, 룩셈부르크, 네팔, 우루과이는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했고 에티오피아, 케냐, 태국 등은 임신중지 허용 한계를 완화했어.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1973년 이래로 모자보건법상의 임신중지 허용한계 조항은 달라진 적이 없지. 낙태죄가 폐지된 뒤에도.


🎙️️허용한계 조항? 

💬임신중지가 가능한 예외 사유를 규정한 조항으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거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해 또는 혈족 간에 임신된 경우 등 5가지야. 근데 낙태죄가 폐지되면서 유명무실화되긴 했어.


🎙️️우린 뭘 해야 할까?

💬‘36주 임신중지’ 사건이 살인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ㄱ씨가 왜, 어떤 이유로 임신 후기에 이르기까지 임신중지를 하지 못했는가’는 고려 대상이 아냐. 이를 살피고 지원 공백이 있었다면 그걸 메우는 건 정부와 국회 역할이거든. 둘 다 역할을 하지 않고 있지. 국회와 정부를 움직이게 하려면 우리가 계속 임신중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여성만 조심하고 관심가져야 한다니, 여성은 참 억울해.

💬여성은 스스로 임신할 수가 없어. 임신하려면 남성 파트너가 필요해.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갑작스러운 임신, 그로 인한 임신중지, 늦어진 임신중지와 같은 일을 여성 잘못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잖아. 문제라고 생각해. 임신중지는 개인의 권리로서 국가 허락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이란 김선혜 이화여대 교수(여성학) 말도 잊지 말자. 

  🖐️  Hi-five
1. ‘36주 임신중지 영상’은 조작이 아니라 진짜였어.
2. 경찰은 임신중지 여성과 의사가 살인했다고 보는데, 처벌하긴 쉽지 않아.
3. 후기 임신중지는 낙태죄 폐지 이후 법의 공백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
4. 국회는 임신중지 허용 범위를 못 정하고 있는데, 여성계는 완전 허용을 요구해.
5. 국회가 정부가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보장할 때까지 계속 관심을 갖자!
만약인데 말야. 벗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면 어떡할 거야, 그걸 알았을 때가 초기인 9주라면? 임신중지를 한다고? 그럼 후기인 35주에 임신 사실을 인지했다면, 그땐? 더 고민되겠지? 그 시기엔 임신중지가 내 몸에 위험하기도 하고, 태아도 많이 큰 상태잖아. ‘임신중지의 비범죄화’에 찬성한다고 해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쉽게 답이 안 나올 때도 있어.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휘클리 ‘야심화반’을 찾아오는 건 어때? 그동안의 심화반이 주말에 열리는 ‘강연+클럽활동’이었다면, 야심화반은 평일 저녁 ‘대화모임’이야. 핫이슈를 취재한 기자와 함께 바짝 이야기 나누는 거지. 달밤🌙엔 역시 대화잖아?
 
야심화반은 비정기적으로 불쑥 열릴 거야. 휘클러들이 직접 말하고 싶은 핫이슈가 있을 때. 그 첫 번째 모임에 벗이 와줬으면 좋겠어. 팀휘클리가 기다리고 있을게!   


휘클리 야심화반_1강

👨‍🏫주제: ‘36주 임신중지 브이로그’ 너머 질문들(90분)
    부제: 한겨레 젠더팀의 취재수첩 함께 읽기

*훈제계란🥚과 과자를 준비해둘게~! 휘클리 야심화반 소식이 궁금하면 휘클리 인스타에 놀러 와.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도 매일 올려놓을게. 팔로우 부탁해!
스페이스탱고

🔬‘우주 불로초’ 나올까 우주에서 신체는 어떻게 반응할까? 사람을 대신해 ‘오노가이드’를 보내 실험하고 있거든.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결과는 뇌와 관련한 연구야.


🔬시력 손실, 방치하면 안 돼 치매는 노년층이 가장 걱정하는 질병 중 하나지. 그런데 백내장 등으로 인한 시력 손실을 치료하지 않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훅 올라간대.


🔬‘태양 망원경’의 데뷔 세계 최초로 태양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하는 ‘태양 망원경’을 한국이 미국과 함께 개발했어. 오는 10월에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된대!

Wayne Lai, Big picture
🔬정어리떼로 뛰어든 포식자 자연 사진 공모전 ‘빅픽처’를 주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과학아카데미가 온라인 투표로 선정한 인기상 수상작을 발표했어. 한 번 볼래?

🔬코로나19 재확산의 이유 요즘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있어 걱정이 많지? 과학자들이 분석해보니 이것의 변이가 이번 재유행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

🔬‘섬 왜소화’ 들어봤니? 생물의 진화 유행 중 하나라고 해. 섬처럼 고립된 지역에 있으면 종의 평균 크기가 작아진다는 거야. 이게 인간 사회에서도 일어난 적이 있어.
한겨레에 자주 놀러오는 코봉이
지난 7월25일에 보낸 Vol.163: 클라우드 믿었다 클납니다를 읽고 많은 휘클러가 답장을 보내줬어. ‘초연결 사회’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다들 공감하는 거 같아. 새롭게 던져준 질문은 다음 기회에 또 다뤄보도록 할게!

🤗이번 클라우드 사태를 단순 사고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비슷한 사고들이 반복될 텐데 대책 마련을 기업에 자체적으로 맡기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각국 정부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들어. 기후위기 측면에서 데이터 센터의 영향에 대해서도 다루어주면 좋을 것 같아~


🤔ms 클라우드 먹통 사태로 계기로 표면화된 클라우드 연결성의 문제 지적은 좋았음. 하지만 해결책이 아쉬웠어. 여러 클라우드 분산 사용이나 자체 서버 증설은 레터에도 나와 있듯이 비용 문제로 불가능해 보이고, 계약서 약관 문제는 소수 빅테크 기업들이 갑인 상황에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차라리 공공기관 서버 보안 인증처럼 국가 차원에서 클라우드 기업들에 보안 의무나 피해 보상을 강제할 수 있는 입법이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나라가 있는지 궁금해.


😐초연결사회의 그늘과 소외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를….


😊늘 느끼지만 '한 번 물어봤다' 코너의 단답형 질문이 내 머릿속을 들어온 것처럼 궁금한 부분을 딱 물어봐 주는 것 같아 좋아. 이번 클라우드 장애 사태 질문에도 '근데 끊겼잖아!', '대처?' 마지막에 '아무것도 안 써야 하나?'가 정말 마음속 궁금증과 생각의 흐름대로 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도움도 되었지만 매우 웃겼어! 이번 사고가 직접 와 닿지는 않았는데 옆에 팀원이 여행 갔다가 항공편 연기로 몇 시간을 발이 묶였다 온 걸 듣고는 언제 나한테 생길지 모르는 일이구나 싶었어.


😉일상 속에서 많이 쓰이는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 클라우드가 먹통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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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복절이잖아. 양말🧦로 한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건 어때? 애국지사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이 생전 그렸던 태극기로 디자인 됐는데, 양말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가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전달된대. 10명에게 선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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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레터는 팀 휘클리 서보미(4호) | 송경화(도넛몬) | 권지담(2호) 기자가 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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