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29호 - 2023/10/3 
추석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오랜만에 긴 연휴였는데 잘 지내셨나요? 오이레터는 휴일이지만, 매주 화요일 정기적인 발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정지윤 작가님이 추석연휴동안 작성해주신 소중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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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쉴 때 쉬는 것의 의미

이번 연휴 마트 다녀오셨나요?


올해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10월 3일 개천절까지 총 6일간 쉬는 ‘황금연휴’가 만들어졌습니다.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보내는 연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연휴 등 다양한 모습으로 긴 휴일을 잘 보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혹시 이번 연휴 동안 식재료는 어떻게 구입하셨나요?


대부분의 대형마트들은 추석 당일에만 휴점하거나, 추석에도 단축영업의 형태로 영업을 이어갔습니다. 이마트는 전국 133개 점포 중 추석 당일에 93개 점포를 운영했고, 홈플러스는 131개 점포 중 107개 점포가 운영시간을 조정하여 추석 당일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롯데마트는 총 111개 점포 중 83개 점포가 추석 당일에도 영업을 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점포가 추석당일에도 영업을 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는 시군구 각 지자체장이 매월 이틀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오전 0~10시 범위 내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자체가 이 조문에 따라 대형마트의 영업 요일과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었고, 격주 일요일 휴무가 기본으로 하되 명절이 있는 달에는 일요일에는 정상영업을 하고 명절 당일을 휴일로 조정하는 식으로 운영 되어 왔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러싼 논란


법이 개정되기 전 대형마트는 365일 24시간 내내 가능했습니다.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처분취소소송이나 위헌소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의무휴업 제도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2018. 6. 28. 2016헌바77·78·79(병합)]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대형마트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며, 대형마트 등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이라는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기사]헌재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은 합헌"



지금 대구시, 청주시의 대형마트는 평일에 쉽니다


대구시는 2023년 2월부터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두번째, 네번째 월요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어서 청주시는 2023년 5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두번째, 네번째 수요일로 변경하였습니다.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휴일로 변경할 때에는 앞서 소개한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에 따라 ‘이해당사자와 합의’가 요구됩니다. 그렇다면 이해당사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대구시는 “각 구·군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했고, 모든 구·군에서 찬성 의결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는 마트 노동자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청주시는 마트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였습니다.


[기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 절차·효과 모두 문제인 까닭



남들 쉴 때 쉬는 것의 의미


현행 근로기준법 상 연장근로, 야간근로에 대해서는 노동자와 직접 합의(당사자 간에 합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한편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노동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낮 시간대 약 8시간’을 벗어나는 비표준노동시간(non-standard working hour)은 법적 규제 상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언뜻 일요일 또는 공휴일에 쉬는 것과 평일에 쉬는 것이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사회의 일반적인 움직임과 다른 일상은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가족과 친구 등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기회가 적어지고,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여가활동을 갖기 어려워져 삶이 황폐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휴일을 잃게 되면 정신건강에 부정적


공휴일과 주말과 같은 사회적 휴일에 쉬는 것과 노동자 건강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에 대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일의 한 연구에서는 일요일근무, 초과근무, 경계가 없는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회복과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습니다. 경계가 없는 노동시간은 업무와 심리적 분리가 어렵도록 하여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노동자들은 여가시간을 통해 상당한 회복이 얻습니다. 그러나, 경계가 없는 노동시간의 부정적 영향까지 감소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논문] 독일에서 경계가 없는 노동시간과 회복 


우리나라에서는 근로환경 실태조사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결과 주말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소득이나 전체 노동시간 등 다른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우울증상의 위험이 일반노동자에 비해 대략 30~40% 증가하였습니다. 우울증상 위험은 주말노동 횟수가 증가할수록 더 높아지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이는 전체 노동시간이 같다면 주말에 쉬는 노동자보다 평일에 쉬는 노동자의 우울증상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논문] 한국노동자에서 주말노동과 우울증상 



마트 밖, 남들 쉴 때 쉬지 못하는 유통노동자


사실 이번 연휴, 남들 쉴 때 쉬지 못한 사람들은 마트노동자 뿐만이 아닙니다.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CLS) 노동자들은 추석명절 기간에도 로켓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서비스 등 평소와 같은 배송시스템을 유지했습니다. 쿠팡 뿐 아니라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들도 쉴 새 없이 돌아갔습니다. 마트노동조합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온라인 규제를 철폐로 이어져 결국 대형마트가 24시간 365일 영업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로 쿠팡 같은 온라인 업체와 경쟁이 어렵다’며 의무휴업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노동시간'


불가피한 심야노동, 장시간 노동, 주말노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러나, 노동자의 휴식권, 건강권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4년 ‘좋은노동시간(Decent working time)’을 정의하며 노동시간의 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

2) 가족친화적이어야 한다.

3) 성별평등을 증진시켜야 한다.

4) 기업생산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5) 노동자에게 노동시간에 대한 선택과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순간엔 어떤 상황이라도 소비할 수 있도록 대형자본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발상을 넘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결정하는 기준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더 읽을거리

[공식문서] ILO 좋은 노동시간 : 노동자의 필요와 사업적 요구의 균형 

[칼럼] 남들 쉴 때 쉬어야 건강하다 (이혜은)


글쓴이: 정지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여성노동건강권팀)


오이레터의 다음 기사는 박정선 교수님의 기고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0월 5일(목요일)에 한 번 더 찾아뵙겠습니다. 오이레터 작가 참여, 부정기적인 기고 모두 환영합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제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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