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을 유포했는데 무죄라고?


by 문혜정 변호사

안녕하세요. 선선한 가을 날씨인 요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일교차가 심하니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처벌법이 있지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사실관계는 편의상 각색했습니다.


  • A와 B는 연인 사이로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 영상을 찍었다. 2016년 A는 B와의 성관계 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재생된 화면을 핸드폰으로 촬영하여 다른 사람에게 보냈다.


이 경우 A를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촬영에 상대방 동의가 있었으니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하기는 어렵겠죠. 그런데 ‘촬영’에 동의가 있었더라도 영상물의 ‘유포’에까지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유포죄에 해당할지 살펴봐야 할 텐데요.


B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한 A에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14조 제2이 적용됩니다. A는 촬영물을 재촬영한 것으로 현행법에 따르면 처벌이 가능한데요. 그런데 최근 법원은 위와 비슷한 사례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유는 A의 범죄 행위 당시인 2016년 법에 따르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죠.

행위시법주의, 소급효 금지

 

범죄 행위 이후에 법이 개정이 된 경우에는 구법을 적용할지 신법을 적용할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 법에 따르면 범죄 행위 당시의 법률에 근거해 처벌해야 하는데, 이를 행위시법주의라고 합니다. 따라서 범죄 행위 당시에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었다면 (현재 법이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고, 형이 무겁게 개정되었다면 무거운 형이 아닌 행위 당시의 가벼운 형에 근거에 처벌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1조 참조).


A가 범죄 행위를 한 것은 2016년이고 2018년 12월 18일에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개정되었기 때문에, 이 경우 개정된 신법이 아닌 ‘구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 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①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②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舊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新法)에 따른다.

③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


A의 행위 당시 구법을 적용해보면

 

판례는 “구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8. 12. 18. 법률 제159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여 촬영한 촬영물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행위 등을 규율 대상으로 하면서 그 촬영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제1항의 촬영'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이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촬영물 또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촬영'의 의미를 해석할 때 위 제1항과 제2항의 경우를 달리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만이 위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도3443 판결 참조).

 

이러한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A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므로, 모니터 화면을 촬영한 핸드폰 사진은 구 성폭력처벌법의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즉, 구법을 적용한 결과 A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죠.

 

당시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컸는데요. 법해석을 엄격하게 한 결과 처벌의 공백이 생겨버린 셈이죠. 유포된 영상물이 원본인지 재촬영물인지에 따라 피해자의 고통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함께 이러한 문제제기들이 있어 관련 법에 대한 입법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재촬영물 유포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A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은 개정된 신법을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폭력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성적 가해행위를 성폭력이라고 해요. 조금만 더 상대방,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오늘 뉴스레터는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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