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30주년 리커넥트 콘서트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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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의지’를 돈 주고 산다. 무슨 소리냐고? ‘챌린지’ 앱 이야기다. 목표를 설정하고 돈을 낸 뒤, 날마다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면 그중 일정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예컨대 ‘2주 동안 하루 1만 보 걷기’에 1만 원을 냈다면 14일간 1만 보 이상 찍힌 스마트 워치를 매일 사진으로 찍어 올려야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올리면 1만 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사진을 못 올리는 날이 늘어날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이런 앱의 존재를 처음 전해 들었을 땐 ‘별게 다 있네’ 하고 웃었는데, 생각보다 돈의 힘은 강력했다. 1만 원을 그냥 길바닥에 버릴 순 없다고 생각하니 몸을 억지로 움직이게 됐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영어 기사 필사하기’ ‘아침 6시 일어나기’ 등을 거치면서 점점 과제 난이도와 거는 돈의 액수도 조금씩 높아졌다. 요즘 열심히 하는 건 다이어트 챌린지다. 하루 세끼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고, 앱에서 매일 새로 올려주는 그날그날의 30분짜리 운동 영상을 따라 해야 한다. ‘스쿼트 30개 이상 하기’ ‘다이어트 의지 주변에 알리기’ ‘계단 오르기’ 같은 소소한 과제들도 조금씩 추가된다. 이걸 모두 수행하는 날에만 몇백 원에서 1,000원에 달하는 리워드를 받는다.
 
이 앱 덕분에 전에 없이 식단 관리를 열심히 하게 됐다.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십수 년간 아침 식사를 습관처럼 걸러왔는데, 이제는 꾸역꾸역 야채를 씻고 계란을 삶는다. 삼시 세끼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니까. 점심 메뉴도 되도록 닭가슴살 샐러드, 비빔밥, 월남쌈처럼 야채와 단백질이 많이 들어간 메뉴를 고르게 된다. 맥주가 당길 때면 심호흡한 뒤 눈 딱 감고 무알코올 맥주를 딴다. 물론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라서 당연히 달성률이 100%는 아니다. 때로 스트레스받는 날엔 또는 업무상 불가피한 날엔 과제를 패스했다. 가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운동할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날에는 샤워하는 동안 운동 영상을 틀어두는 식이다. ‘맥주 한 캔쯤이야’ 생각하며 음주 사실을 자진 납세하지 않은 적도 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찌어찌 4주를 지나고 보니 전체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어도 체지방은 확실히 줄었다.
 
다이어트 계의 금언 ‘식단 조절 7할, 운동은 3할’이라는 말을 아무리 많이 들었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주니 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회사 일도 이렇게 목표와 가이드라인, 이를 성취했을 때의 리워드까지 명확하면 좋을 텐데. 예컨대 입사 1년 차에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가 되기’ 과정을 선택하면 연간 무슨 무슨 과정을 수료하거나 어디 아무개를 취재해서 기사를 쓰게 한다든지, 벤치마킹할 목표물을 흉내 내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든지. 이런 가이드라인과 몇 가지 미션을 무사히 수행하고 나면 전문 기자 자격으로 담당 코너를 만들어준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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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차가 쌓여 같이 일하는 팀에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진 요즘, 나를 포함한 팀원들의 ‘일하기 싫어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옛날처럼 ‘까라면 까는’ 문화는 사라졌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유행인 시절도 있었지만, 말뿐인 칭찬으로는 택도 없다.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주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르쳐주고, 피부에 닿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 일을 잘 해냈을 때 내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잃는 것과의 비교 실익은 또 얼마나 되는가? 이에 대한 답이 명쾌할수록 업무에 에너지를 쏟기도 쉬워질 것이다. 세상의 수만 가지 직업마다 특성이 다르니 다이어트처럼 일괄적인 앱을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개인적으로는 그런 앱과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평기자에 불과한 내가 줄 수 있는 ‘리워드’라고는 맛있는 밥 한 끼, 근사한 곳에서 먹는 술 몇 잔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당신이 꿈꾸는 목표와 원하는 리워드를 열심히 소문 내거나 또는 직접 귀띔 좀 해주면 좋겠다. 무슨 꿈을 꾸고 있고 어떤 지향점을 가졌는지, 티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더 많은 후배가 야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좋겠다. 더 많은 선배가 그 길까지 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또 적절한 보상도 챌린지 앱처럼 안겨줄 수 있도록.



Writer 심수미
제48회 한국기자상 대상과 제14회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한 JTBC 기자. 30여 년간 인권의 사각지대를 취재한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을 번역했다.

- <엘르> 2022년, 9월호 발췌




지휘봉은 나의 것_요주의여성 #67
클래식계의 ‘유리 천장’을 뚫고 대 활약중인 여성 지휘자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콩쿠르 무대를 보면서, 영상 속 관록의 여성 지휘자가 궁금하지 않았나요? 길고 긴 클래식 음악 역사에서 여성 지휘자가 활약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보수적인 클래식계의 ‘유리 천정’을 뚫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선구자들과 탁월한 기량으로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오른 젊은 여성 지휘자들, 그중 빛나는 5인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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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in Alsop 마린 알솝

모두를 감동시킨 피아니트스 임윤찬의 콩쿠르 무대, 그 속에는 또 다른 전설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서 숱한 기록을 세운 선구적인 음악가인 마린 알솝. 1956년생, 뉴욕 출신으로 처음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나 지휘자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콜로라도 심포니를 거쳐 2007년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에 오르며 미국 유명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최초의 여성이 된 것. 미국을 넘어 상파울루 심포니, 빈 라디오 심포니 예술 감독으로도 활동했으며 새로운 여성 지휘자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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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usanna Mälkki 수잔나 말키

1969년생. 핀란드 출신의 수잔나 말키는 전 세계 최고 교향악단과 오페라 하우스의 초청을 받는 저명한 지휘자. 2016년부터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으며 LA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현대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여러 작품의 초연 무대를 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런던 심포니, 뮌헨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여성 수장으로 그를 점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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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londra de la Parra 알론드라 데 라 파라

“루부탱 구두를 신은 클래식 지휘자” 알론드라 데 라 파라가 30대 초반에 파리 관현악단 공연에 섰을 때, 그에 관한 기사 제목 중 하나입니다. 1980년생, 뉴욕에서 태어나 부모의 나라 멕시코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만 23세 때 젊은 라틴 아메리카 음악인을 모아 직접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을 만큼 열정 넘치는 음악가. 2017년 호주의 퀸즐랜드 교향악단 음악 감독에 취임하면서 주목받았으며, 올해 4월 밀라노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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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irga Gražinytė‐Tyla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

1986년생.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유망하고 매력적인 여성 지휘자로 꼽히는 인물. 합창단 지휘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지휘를 공부한 그는 201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젊은 지휘자 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만 29세 나이로 영국의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에 임명되었습니다. 캐주얼한 복장에 금발을 휘날리며 지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른 채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2018년 여성 지휘자로는 처음으로 도이치 그라모폰과 녹음 계약을 맺었으며 2020년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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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an-Na Chang 장한나

‘천재 첼리스트’에서 ‘마에스트라’로, 1982년생 장한나의 역사는 새롭게 쓰이는 중. 어린 나이에 세계에 이름을 알리며 최정상급 연주자로 활동한 장한나는 2007년부터 지휘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7년 노르웨이의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자리에 올랐고, 최근에는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되기까지. 얼마 전 빈 심포니 내한 공연 지휘자로 한국을 찾기도 했는데, 당초 공연에 나설 예정이었던 지휘자(필리프 조르당)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긴급히 부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무대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Writer 김아름
전 <엘르> 피처&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김아름.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책과 영화, 각종 컬처 콘텐츠를 탐닉합니다.
 - <엘르> 2022년, 9월 웹기사 발췌



RECONNECT CONCERT
🎶엘르 30주년 리커넥트 콘서트🎶 

음악으로 전하는 ‘엘르’식 안부,
엘르의 뮤직 프로젝트 ‘리커넥트(RECONNECT)’가
엘르 코리아 창간 30주년을 맞이하여 오프라인 콘서트로 돌아왔습니다.

2020년, 따뜻한 안부와 작은 위로를 건넸던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with ELLE KOREA)’

2021년, 아름답고 치열한 우리의 지금을 응원했던
‘치열(Cheers) (with ELLE KOREA)’

그리고 2022년 10월 6일, 역대 리커넥트 프로젝트 아티스트
사이먼 도미닉, 코드 쿤스트, 잔나비, 콜드, 소금과 함께
RECONNECT CONCERT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의외의 라인업과 함께 다시 한번 ‘음악’으로 연결되어보세요!

지금 RECONNECT CONCERT 사전 알림을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총 5분께 디디에두보 귀걸이(20만원 상당)를 드립니다.


[RECONNECT CONCERT]

🎧 일시 : 22106() 19:30~22:00(150)

🎧 장소 :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 구매처: 915일 인터파크 오후 2시 


#엘르리커넥트콘서트 #ELLE리커넥트 #ELLE30th


🎁 이벤트 기간 : 9/6(화) - 9/11(일)

🎁 당첨자 발표 : 9/14(수) / 문자 개별 안내

🎁 경품 : 디디누에보 시그니처 D 실버 귀걸이 JDREPWF04XX(20만원 상당)

🔊지난 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들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저도 지금 창업을 준비 중이라서 그런지 기고자의 마음이 너무나 와닿았습니다. 문장 중에 굽은 길이 오히려 가장 곧은 길이라는 말. 응원받아 지금의 힘듦을 잘 넘어가 볼래요!

* 트위터 오픈 소식! 반가웠어요.

* 지락실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다뤄줘서 반가웠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도 잘 읽었습니다.

* 요즘 여성들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더욱더 부각시켜주셔서 아주 감사하고 좋은 정보인것 같습니다.

*젠더 갈등에 대한 현황 및 우리가 해결해야 할 방법에 대한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님, <엘르보이스> 서른일곱 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님의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에 남겨주시면 정성껏 읽고 다음 레터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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