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후 회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안녕하세요, 하이커 님
회의가 끝나고 난 후 이런 장면, 꽤 익숙하실 텐데요. 의견을 나누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는 조용하던 사람들이 회의가 끝나면 봉인이 풀린 듯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나가거나, 복도나 탕비실에 몇몇이 모여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방금 그 건이 그렇게 결정된 진짜 이유가 뭐래요?" "뭐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여러 사담 속 섞여 들려오는, 방금 회의 내용에 대한 걱정이나 불만, 또다른 의견들은 방금 전 회의실에서 끝난 줄 알았던 회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회의를 주로 주관하는 리더의 입장에서 회의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회의 후 회의'를 보고 있자면 이때 오가는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듣지 않아도 어떤 종류의 이야기일지 짐작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당장 본인이 팀원일 당시 직접 겪었던 장면들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또 이런 회의 후 회의의 존재를 마냥 마음 편하게 넘기기도 어렵지요. 회의 때 기대한 만큼 의견이 활발히 오가지 않았더라면 더더욱 말이죠. 구성원 입장에서도 이때 오가는 얘기들을 회의실 밖에서 하고 싶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 Lemonbase Camp Weekly(LbC Weekly)에서는 '회의 후 회의'의 구체적인 모습과 대응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힌트를 드리자면 회의 후 회의는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것도, 무조건 없애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LbC Weekly는 성과관리 서비스 레몬베이스의 지식과 노하우를 모아둔 '레몬베이스 캠프'에서 최신의 이슈와 트렌드만 선별하여 보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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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2주 (9/11)
#99 '회의 후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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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사실, 아까 00 프로젝트 목표치 관련해서 이러이러해서 달성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일단 그렇구나 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좀 과하게 낙관적인 전망 아닌가 싶었거든요. 요새 상황 봐서는 그대로 안 될 것 같은데…"
😮💨 "근데 지난번에 팀장님도 미팅 다녀오신 직후에는 표정이 좋지 않던데, 그때 이 프로젝트 내용 공유 받으셨던 것 같았거든요? 본인도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그대로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뭐라 못하고 그냥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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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후에 자리로 돌아가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야 흔한 일인데요. 여러 매체나 전문가들이 '회의 후 회의(the meeting after the meeting)'라고 콕 짚을 때는 회의 후 산발하는 구성원 간의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도 공식적인 회의 중에 논의되었어야 할 법한 의견이 회의에서 이야기되지 않고 회의실 바깥에서 일부의 사람들끼리만 논의되는 장면을 지칭합니다. 이때의 의견에는 (여러 갈래의) 감정, 불만, 새로운 접근 방식, 동의 여부 등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고요.
'회의 후 회의'는 "사람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어려운 질문을 하고, 진짜 감정을 공유하는 곳"이기도 합니다.(링크) 회의 중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 회의 때는 미처 티 내지 못한 솔직한 걱정을 옆 사람과 나누며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보기도 하고, 상황과 사람에 대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하는 시간인 것이지요. 위 대화에서는 회사의 상위 조직에서 결정된 내용에 대한 우려와, 그 내용을 먼저 공유받고 이를 팀에 공유해야 하는 리더에 대한 일종의 연민의 감정 등이 비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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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님, 아까 그 건 00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방향성이 맞는 것 같아요? 비슷한 일 지난번에 하셨어서 의견이 궁금했는데 아무 말 않으시길래…"
🙁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얘기하면 회의만 길어질 것 같아서 말았어요. ▵▵님 생각이 이미 많이 들어간 것 같은데, 팀장님 스타일이 또 회의에 올린 내용이면 보통 통보지 다른 의견 듣자고 하시지는 않는 편이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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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후 회의'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회의의 목적이나 소통 방식에 참여자들이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위의 대화에서는 이 팀에서 보통 회의를 주관하는 팀장이 회의를 정해진 내용에 대한 공유(혹은 통보)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구성원은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상황이지요. 위스콘신-그린베이대학교 필립 클램핏 석좌교수는 '질문을 가장해 오히려 질문과 소통을 막는' 상황이 회의 후 회의를 유발하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회의 내내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공유하는 데만 집중하거나, 충분한 토론 시간과 과정을 확보하지 않고 회의 말미에야 '다들 이렇게 하는 데 동의하시죠?'라며 형식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문의사항을 모인 자리에서 소화하려 하지 않고 메일이나 메신저 등 비동기적, 폐쇄적인 수단으로 유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죠.(링크)
구성원들이 회의 중에 '솔직할 수 있는' 권한이 자기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도 회의 후 회의를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링크) 회의 중에는 (보통 상급자인) 주최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고, 정작 실제로 자기의 생각을 말할 곳이 없어 회의 후 회의로 간다는 것이지요. 위의 대화도 팀장이 회의 중 자기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잘 듣지 않는다는 기존의 인식이 진짜 이야기를 공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회의 후 회의'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에는 회의 중 내용이나 회의 자체, 회의를 주관하는 리더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반복적으로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팀 내에서 별도의 집단을 구성하며 부정적 인식을 재생산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에 속하는 구성원과 리더, 다른 팀원 사이가 멀어질 위험성도 있는 것이지요.
결국 회의 후 회의는 주어진 상황 내에 말하지 못한 나의 생각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생각이나 이야기 전부가 공식적인 회의 상황에 모두 공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에는 회의에서 제시되어 이와 관련해 논의를 이어나갔을 때 더 나은 결정, 고려해야 하는 요소 등을 챙김으로써 결과적으로 팀의 업무 추진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회의를 꾸릴 수 있게 하는 목소리가 분명 섞여 있습니다. 회의 후 회의를 대하는 관점도 여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회의 후 회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러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회의 안으로 끌어들여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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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후 회의'가 필요 없게 만드는 방법
다시 한번 문제 상황을 정리해볼까요. 회의 후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 자체보다도, 회의 중에 드러났어야 할 법한 구성원들의 진짜 의견, 동의 여부, 우려나 걱정 등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공유되지 않고 몇몇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오가며 그 내용이 휘발되거나 불필요한 감정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회의 후 회의'라는 현상으로 드러날 때, 리더와 구성원의 대처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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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탐색, 결정' 회의의 목적 정하기
회의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이를 모든 참여자가 공유하는 일은 기본적이지만 너무도 중요하고, 또 막상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회의의 목적이 정해진 사항을 공유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지,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나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나누는 것인지, 실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에 따라 참여자의 역할과 행동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젠다를 제안하는 사람은 이를 분명히 하고 참여자에게 목적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참여자들은 제각기 이 회의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정하고 그 기대에 따라 회의에 참여했다가 생각한 대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준비하지 않은 의견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링크) 기대와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틈에서 생긴 감정과 생각들은 회의 후 회의를 부추기는 좋은 땔감이 됩니다.
회의의 목적에 따라 주관자는 더욱 효과적인 회의 구성을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육하원칙(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에 따라 회의를 구성한다고 할 때, 회의의 목적이 분명해지면 회의에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들을 덜어냄으로서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고, 그만큼 회의 후 회의를 만들 수 있는 여지도 줄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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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의견을 테이블 위로 올리기
회의에서 반대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아무런 의문이나 걸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이상하다고 마음가짐을 다잡아두는 것이 회의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이 생각을 공유하는 팀이라면, 참여자는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주관자는 회의 중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양분 삼아 더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요? 이때는 특히 리더가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구성원들이 회의 중에 생긴 반대 의견이나 부정적 감정을 최대한 회의 중에 내놓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유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이를 존중하면서요.(링크) 어쨌든 한번 머릿속에 일어난 생각은 잠재적으로 바깥으로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만큼,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에 대해 논의되는 것이 비공식적이며 불완전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견이 회의 테이블에 오르는 순간 그 의견이나 감정을 그 사람에 국한해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팀원 A가 00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하면, 그때부터는 '팀원 A가 00 프로젝트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가 아니라 '00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이 불안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로 인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시된 의견이나 감정을 특정한 사람에게 가둬두지 않아야 팀의 관점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참여자들에게 미리 알리며 의견 제시를 독려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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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지 않더라도 지지'할 수 있는 배경 만들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채택하는 각각의 방법에 모두가 언제나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일은 진행되고, 또 진행되어야 하지요. 어떤 결정이 내려질 때는 만약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 결정을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참여자들이 회의를 통해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결정을 내리기 전 여러 의견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랄지,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나 배경 등이 충분히 설명되었고 그것이 합리적이다'와 같은 것이 있겠지요. 결정하기까지 치열하게 논의하되, 이렇게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참여자들도 개인적인 아쉬움이나 걱정을 내려놓고 이 결정을 지지하는 자세를 보일 때 이후로도 생산적인 논의를 지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팀의 문화와 환경을 교육, 설득 등의 방법으로 계속해 만들어나가야 함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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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가 팀에 주요 결정을 전달할 때 명확히 해야 할 7가지 핵심 요소
회의 중 공유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일차적 감정은 회의 후 회의를 만드는 주요한 시작점입니다.(링크) 아래 7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아래 요소들에 대한 의문을 모두 해소하면, 구성원이 결정이나 변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두배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링크)
- 어떤 결정을 내렸나요?
- 어떻게 결정이 내려졌나요?
- 왜 그런 결정을 내렸나요?
- 발표된 결정에 대해 제시되었지만 기각된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 해당 결정이 조직의 목표/비전에 어떻게 부합하나요?
- 이 결정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 이 결정은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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