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부의 실패를 국민 책임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부동산·방역 국민 탓할 거면 차라리 국민에 맡기시죠

28일 부동산 정책 브리핑을 하는 홍남기 경제 부총리. 오른쪽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기실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주택 수급, 기대 심리, 투기 수요,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 등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중략) 지난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를 통해 불법적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가 확인된 것과 같이 불법ㆍ편법 거래 및 시장 교란 행위가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중략)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부동산 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소위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공동체를 위해 지혜를 모아 협력해야 합니다.’

 어제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의 일부입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불법ㆍ편법 거래 및 시장 교란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공유지의 비극’ 언급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땅이나 물건은 그중 누구도 자기 것처럼 관리하지 않아 망가지게 된다는 의미의 말이 여기에서 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경제학 전공한 분이라는 걸 의심케 하는 문장입니다.  

 홍 부총리의 담화는 국민의 시장 교란 행위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고, 따라서 국민이 자제하지 않으면 해결 가능성이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결국 국민 책임이라는 거네요. 하다 하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엉뚱한 데 손가락질을 하는 경우는 전에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들이 다 몰리는 시점이었죠, 부동산에.” 지난해 6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투기 세력이 돈 많은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대열에 뛰어들고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번졌다.’ 지난해 8월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전 정권 탓, 투기꾼 탓을 하더니 결국 부총리가 국민의 탓을 합니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도권 특별방역점검 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역에 실패하거나 방역 때문에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말에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방침 발표 등 ‘설레발’ 때문이고, 더 근원적으로는 정부의 백신 확보 실패 때문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아는데 갑자기 ‘모두의 책임’이라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첫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그동안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국민들께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랬던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방역에 ‘모두의 책임’을 말합니다.  

 좋습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도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물으라”고 했습니다. 정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면 차라리 국민에게 부동산과 백신 문제를 맡기십시오. 전문가, 실무 경험자 등으로 '시민 위원회'를 꾸려  해법을 찾으면 됩니다. 물론 해결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지금 정부가 하는 것보다 더 엉망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딱히 정부가 하는 일도 없지 않습니까?  

 어제 홍 부총리의 부동산 대책 발표 내용을 보시죠. 사실상 대책은 없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북한에 백신 지원?
 청와대가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남북 협상의 물꼬를 트기 이한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말이 정부 고위 인사에게서 나왔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백신이 있어야 말이죠. 😟 뭔가 복안이 있다면 국민에게 먼저 설명해 주길 바랍니다. 
2. 울지 않고 쫄지 않는 선수들
  이번 올림픽의 화제 중 하나는 젊은 선수들의 당찬 태도입니다. 울지 않고 쫄지 않습니다. 시합에서 져도 주눅들지 않습니다. 👍 김제덕·신유빈·안산·황선우 선수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자책 골 넣은 외국 선수에게 "고맙다"는 자막 메시지를 보내고 "우리가 원한 메달을 그 색이 아니다"고 말하는 꼰대 어른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3. 코로나 확산에 간호사 비상
 코로나19 전담 병상이 있는 병원들이 간호사 부족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입원 환자가 대폭 늘었기 때문입니다. 구인 광고를 내도 오는 사람이 없고 정부 인력 지원은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국가 예산을 투입해 간호사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 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방호복을 입고 무더위를 견디고 있는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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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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