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을 같이 살며 양보가 익숙해진 우리지만, 함께 일을 할 때만큼은 서로의 취향이 있어 의견이 갈릴 때가 있다. 최근 너의 퇴사와 동시에 동업을 시작하면서 거의 일심동체에 가까웠던 우리가 처음으로 다른 의견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거다. (초기 구독자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우리는 패션 브랜드를 꿈꾸며 동업자가 되었다)
치마 스타일링에 매치할 신발을 고를 때나, 사이트 디자인을 정할 때 서로 의견이 다르면 약간의 침묵, 갸우뚱하는 고개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거다. 의견 차이가 있어도 더 설득력 있거나 자신 있어 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소 배려가 몸에 익은 너기에 혹시나 네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결정을 한 건 아닐까 처음에는 조심스럽기도 했다. 마찰 없이 마음이 잘 통하는 것도 다행이었겠지만, 서로가 근거 없이 꺾이는 줏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가 오히려 더 다행이었고 신뢰가 생겼다.
나는 스스로도 mbti가 대문자 P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만약 지켜지지 않더라도 정리된 스케줄에 마음이 편해진달까.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카톡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회의를 정리하고 레퍼런스를 보낸다. 그럼 막상 실행이 필요한 건 네가 나서서 잘 이끌어주곤 하는데 일어나서 먼저 씻는 것, 카페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내가 10분 뒤에 시작하자!고 말해놓고서 15분 뒤에 먼저 사부작거리는 건 대체로 너였지 아마. 아이디어와 계획을 쏟아내고 생각보다 할 게 많다며 고민하는 나에게 차분하지만 경쾌하게 ‘하나씩 하면 되지! 정리해줘서 고마워 유진’이라며 순식간에 고민을 걷어가버리는 너다.
이렇게 룸메이트와 동업을 하다 보니, 출퇴근이랄 것 없이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일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단점일 수 있겠으나, 야밤에 스타일링을 짜며 뿌듯함을 느끼고 갑자기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찾아 호들갑을 떨고, 문 앞에 택배가 도착하면 부리나케 달려가 설레는 마음으로 뜯어보는 우리에게는 최적의 환경이다. 동업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며 걱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에 누군가 함께하며 같은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행운인지 모른다. 간단한 작업에도 쏟아지는 칭찬에 웃어넘기면서도 더 열정이 생기는 나를 발견할 때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