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을 좋아하는 유진☀️
밤을 좋아하는 아란🌕
두 룸메이트가 함께 지내는 일상 에세이 ✍️

EP 18. 룸메이트와 사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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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메이트
6년을 같이 살며 양보가 익숙해진 우리지만, 함께 일을 할 때만큼은 서로의 취향이 있어 의견이 갈릴 때가 있다. 최근 너의 퇴사와 동시에 동업을 시작하면서 거의 일심동체에 가까웠던 우리가 처음으로 다른 의견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거다. (초기 구독자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우리는 패션 브랜드를 꿈꾸며 동업자가 되었다) 

치마 스타일링에 매치할 신발을 고를 때나, 사이트 디자인을 정할 때 서로 의견이 다르면 약간의 침묵, 갸우뚱하는 고개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거다. 의견 차이가 있어도 더 설득력 있거나 자신 있어 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소 배려가 몸에 익은 너기에 혹시나 네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결정을 한 건 아닐까 처음에는 조심스럽기도 했다. 마찰 없이 마음이 잘 통하는 것도 다행이었겠지만, 서로가 근거 없이 꺾이는 줏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가 오히려 더 다행이었고 신뢰가 생겼다.

나는 스스로도 mbti가 대문자 P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만약 지켜지지 않더라도 정리된 스케줄에 마음이 편해진달까.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카톡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회의를 정리하고 레퍼런스를 보낸다. 그럼 막상 실행이 필요한 건 네가 나서서 잘 이끌어주곤 하는데 일어나서 먼저 씻는 것, 카페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내가 10분 뒤에 시작하자!고 말해놓고서 15분 뒤에 먼저 사부작거리는 건 대체로 너였지 아마. 아이디어와 계획을 쏟아내고 생각보다 할 게 많다며 고민하는 나에게 차분하지만 경쾌하게 ‘하나씩 하면 되지! 정리해줘서 고마워 유진’이라며 순식간에 고민을 걷어가버리는 너다.

이렇게 룸메이트와 동업을 하다 보니, 출퇴근이랄 것 없이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일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단점일 수 있겠으나, 야밤에 스타일링을 짜며 뿌듯함을 느끼고 갑자기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찾아 호들갑을 떨고, 문 앞에 택배가 도착하면 부리나케 달려가 설레는 마음으로 뜯어보는 우리에게는 최적의 환경이다. 동업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며 걱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에 누군가 함께하며 같은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행운인지 모른다. 간단한 작업에도 쏟아지는 칭찬에 웃어넘기면서도 더 열정이 생기는 나를 발견할 때는 더더욱.

유진
TO DO LIST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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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젠가는 해내자

1.5룸의 좁은 자취방 안. 머리를 맞댄다. 왜 우리 몰은 네이버페이 연동이 안되는 걸까. 이로써 사업을 시작하고 9번째 난관이다. 피로가 옅게 쌓인 눈동자로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노트북 화면을 강렬하게 쏘아본다.


몰입한 채 일하는 룸메이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래전 우리가 서울숲 벤치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가만히 떠올려본다. 지금도 그 계절 우리 머리 위에 두둥실 돌아다녔던 노란색 구름을 기억한다. 살짝 해 질 무렵의 빛 아래에서 맹세 아닌 다짐을 했었다. 우리 언젠가는 뭔가 해내자. 나도 너와 미래를 그리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꿈꾸고 싶어.


그렇게 나란히 일을 시작하고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너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해 알아간 것도 포함. 나는 무에서 유, 즉 0에서 50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면 유진이 너는 그 50에서 120으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사람이다. 현실성을 더하고 레퍼런스와 살을 덧붙인다. 나무와 디테일에 집착하는 나와는 다르게 큰 숲을 먼저 보기도 한다. 매주 계획과 KPI를 정리해서 카카오톡에 보내주는 배려 덕에 나는 하루하루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네가 겸손한 성격이라 대화가 즐겁고, 무엇보다 흥이 많아서 일할 때도 입가에 농담이 넘실거린다.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터질 정도이니. 그러니 만약 업무에 패턴이 생기고 그중 우리가 지켜나가야 있다면 그건 단순히 스킬이나 양식이기 전에, 아울러 살면서 일까지 하는 친구를 존중하는 어떤 마음 혹은 태도이지 않을까.  열심히 잘한다는 , 결국 일상 또한 귀하게 여긴다는 뜻과 다르지 않으니까. 이건  순간 너와 함께하고 있는 동업자로서 그렇다. 업무와 일상 중심에 놓인 우리의 우정을 지키려는  사람으로서도 그렇다.


아란
사업이든 뭐든
내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왜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되는지
/
나이도, 사회적 지위도 애매한 20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그 어중간한 시절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대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하고, 대학생이기도
하고, 프리랜서이기도 하고.
하나의 이름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복잡미묘한 
우리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꿈을 품어가는 한,
인생은 과도기의 연속이 아닐까요.
한 명은 졸업하고 한 명은 퇴사를 한 시점,
두 룸메이트의 새로운 과도기를 맞이하여.

거창한 목표를 향해 쉴 새 없이 달려나가기보다, 
일상에서 사소한 도전을 이어나가며
지금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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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MATE 룸메이트.
roommate03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