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유난히 긴 것 같아요. 오월인데 여전히 봄의 자락을 쥐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이렇게 긴 봄을 만나본 적이 있나 싶어요. 비바람 몰아치는 봄이 아니라, 지금은 여름에 가까운 봄. 봄꽃이 지고 연두 잎이 초록으로 튼튼해져갑니다. |
|
|
날씨가 아까워서(?) 주말엔 아이와 서오릉에 다녀왔어요. 서오릉엔 조선시대 왕가의 무덤이 있어요(장희빈 묘도 있습니다). 주변에 나무가 많고 걷기 좋은 길도 있지요. 그래서인지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했던 새소리도 들을 수 있고, 떨어진 도토리도 볼 수 있어요. 아이는 곤충채집을 위해 아주 작은 플라스틱 채집통 하나를 쥐고 다녔습니다. 저도 덩달아 어떤 곤충을 만나게 될까, 눈을 크게 뜨며 다녔어요. 눈을 크게 뜨니 나무에 오르는 애벌레와 자벌레가 많이 보였어요. 평소라면 그냥 지나쳐서 몰랐을 텐데, 자세히 보니 보이더라고요. 자벌레는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며 앞으로 가고 애벌레는 꿈틀꿈틀 나무를 올랐습니다. 원래 곤충을 무서워하던 편이었는데, 아이 덕분에 이제는 호기심으로 볼 수 있게 되었어요(그래도 여전히 무서운 곤충은 있습니다. 바 선생이랄지……). 애벌레는 작아서 한편으론 귀여웠습니다. 큰 애벌레를 만났다면 사정이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
|
|
애벌레와 인사하고, 통에 잠시 넣어 관찰하다가 아이는 다시 애벌레를 나무에 놓아줬어요. 두 시간을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녔어요. 호기심의 세계는 참 신기합니다. 몸안에서 어떤 에너지가 솟아오르나봐요. 우리가 두 발을 움직여 걸을 때, 애벌레는 애벌레의 리듬으로 나무를 오르고, 거미는 거미의 리듬으로 거미줄을 만들고, 새들은 날아오르고, 무덤은 무덤으로서 고요히 있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리듬으로 풍성하게 존재하고 있었어요. |
|
|
리듬이란 어떤 움직임이고, 자유로움이지요. 박연준 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런 리듬이 담긴 언어가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의미나 해석의 세계가 아니라, 언어에 담긴 리듬의 세계에 흠뻑 빠져 덩달아 자유롭게 시 속을 걷게 돼요. 걷다보면 제 안의 무언가가 펼쳐지는 느낌이 듭니다. 리듬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줄지 기대하는 마음을 지녔을 때, 박연준 시인의 시는 촘촘하게 우리에게 닿아요. 시는 해석하며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시가 만들어낸 리듬 안에서 춤추듯 읽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해요.
|
|
|
“울 때 나는” “칼”이고, “얼음”이고, “수도”이며, “금간 도자기”였는데. “파열음을 돌보는 개가 사는 언덕에선” “아침엔 바보 점심엔 파도// 저녁엔 따귀 까마귀 푸성귀”로 불려요.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시가 가진 리듬 속에서 “나”는 감각적으로 더 멀리, 넓게 뻗어나가지요. 이제는 바보, 파도, 따귀, 푸성귀라고 말하는데도 울고 있는 사람이 떠올라요. “소리 없이 리듬만으로” 울고 있는 사람이요. 언어의 흐름이 우리를 이성적 규칙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요. 시가 가진 커다란 매력이죠. 시를 계속 읽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시가 우리를 고정된 관념이나 관습, 이해의 틀에서 해방시키니까요.
|
|
|
소리 내어 읽어봐요. “우는 강/ 우는 탑// 푸성귀// 푸성귀” 그리고 “우는 탑”. 목소리가 내 몸에서 나와 밖으로 울려퍼질 때, 이 울림이 여러분을 어떤 느낌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나요? 궁금합니다.
|
|
|
문학동네시인선 209 박연준 시집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
|
|
오늘 안미옥 시인이 레터를 통해 소개해준 시는 박연준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박연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보다 더 '작은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작은 인간, 작은 우주, 작은 나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시의 일임을 말하는 시편들. " 웅크린 채 힘을 주고 자다 주먹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단단해지려던 건 아니었는데/ 무릎도 엉덩이도 등도 허리도/ 한 덩이가 되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베개 위에서 펼쳐지는 주먹」). ‘작게’ 말하는 ‘작은 인간’을 지향하게 된 시인이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작은 우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
|
Q. 이번 시집에서 특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득 「나귀쇠가 내 사랑을 지고 걸어간다」가 떠오르네요. 이 시는 휘몰아치듯 썼는데, 쓰는 중에 자꾸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라며 썼거든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말이 마구 나오는 상태,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매며 겁도 없이 나아가는데 무언가를 새롭게 찾고, 보게 되었어요. 신기하죠. |
|
|
-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것 같을 이 레터 한 편이, 제 삶에 또 한줄기의 위로와 재생의 물줄기가 되어준다는 것을 아시나요? 우리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서로지만 시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여기 모여 모두가 위로를 주고받는다는 게 제게 힘을 줍니다. <우시사> 또한 누군가에겐 작은 해변임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아침밥을 먹고 추천해주신 시집을 보러 집을 나서야겠네요. 오늘의 시작과 어제의 마침표를 위해서요.
|
|
|
- 좋아하는 시집이 소개되어 기뻤어요! 한 번도 시집을 읽어본 적 없다는 친구에게 이 시집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올여름엔 꼭 이 시집을 읽어봤으면 해요. 여름이 얼른 오길~!
|
|
|
- 시집 제목과 같이 청량함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어 너무나 좋습니다. 시와 함께 물들어가는 시간이네요~
|
|
|
- 흰 새벽에 눈 뜨자마자 읽었어요. 여름이 온 기분입니다. 밤낮을 바꾸려고 며칠 애먹었는데요. 고선경 시인의 시로 시작하니 반짝거립니다.
|
|
|
오늘 <우리는 시를 사랑해>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피드백은 우시사를 무럭무럭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