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인의 직무급제 주장 어떻게 봐야 하나

2022년 10월 14일 [제64호]

직무급제가 노동시장 불평등의 대안?

몇 개월 사이 정의당의 한 정치인(조성주 전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신동아> 등 기성 보수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부문 직무급제는 바로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봉제야말로 업무나 능력과 상관없이 임금을 지급해 기업 규모에 따른 불평등을 더욱 가중시켰”으며, “주휴수당은 폐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최저임금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이런 주장은 <한국경제>나 <조선일보> 등 친자본 언론들로부터 특별히 환영받았습니다.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 당직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이런 주장 빈도는 더 높아졌고, 사회운동 일각에서는 여러 비판들이 제기됐습니다.

직무급제 찬성론자들은 “연공급 호봉제는 어지간한 중견기업, 대기업의 임금체계”라면서, “입사 때와 퇴사 때 받는 임금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 기업은 외주화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더 많이 쓰며, 비정규직 다수는 여성으로 채운다”, “저임금 고강도의 위험한 하청 일자리는 청년의 몫이 됐다”고 주장합니니다. 그러면서 “<직무급>은 완벽한 임금체계가 아니”며, “사용자가 주는 대로 받는 임금이 아니라, 나의 숙련과 경력, 노동의 강도, 업무의 가치에 따라 보상받는 임금체계, 바로 '평등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노동시장 불평등의 대안으로 직무급과 성과급을 통한 임금 유연성 강화를 제시하는 견해는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지난 10년, 직무급제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져왔고, 이미 현실입니다.

2021년 6월말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13.7%이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그 비중이 높습니다. 직무급제 옹호론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연공급 호봉제’라는 등식을 당연시합니다. 하지만 실제 민주노총 조합원 중 순전한 의미의 연공급제 하에서 일하는 노동자수는 거의 없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 중 순수하게 호봉제를 기본급 운영체계로 삼고 있는 사업장은 전체의 31.65%에 그치며, 그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호봉급 사업장 중에서도 55%의 사업장은 임금테이블상 0~2%의 호봉상승률을 보일 정도로 비중이 적습니다. 연공급 호봉제의 이런 수준을 두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주범으로 지목하긴 어렵습니다. 상기한 조사에서 100인 이상 사업장의 연봉제 도입 비율은 79.7%, 30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선 84.0%로 매우 높았으며, 50%이미 전면화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공무원 및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 구성에서 성과급 비중은 약 20%로, 국제 평균보다 조금 높습니다. 일부 사업장에 큰 비중으로 남아있는 호봉제를 기반으로 한 연공급제를 직무급제로 대체한다고 해서 임금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대별 임금체계 (박준성ˑ김환일, 한국기업 임금체계의 역사적 변화에 관한 연구, 인사관리연구)

직무급제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직무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은 직무평가를 실시하는데, 이는 추후에 인력 감축과 재배치, 기업구조의 효율적 재편을 위한 근거로 쓰입니다. 직무평가는 직무별 성과로도 측정되는데, 이는 성과급 체계를 강화하는 기반이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이윤을 획득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것 둘 중 하나입니다. 직무평가의 목적은 노동강도를 최대한 높여 성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노무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에 있죠. 이 직무평가는 당연히 기업 내의 여러 직무들에 있어 각 노동자가 공헌한 정도를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윤을 창출하는데 있어서 시장가격으로 높게 책정된 성과를 얻어올 수 있느냐가 그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코레일에서 청소노동이나 전기, 시설, 경비, 유지보수, 판매, 콜센터 등 여러 일자리가 자회사로 떨어져나가고 이런 일들을 도맡는 필수노동자들이 하나같이 ‘무기계약직’ 혹은 ‘계약직’ 형태로 고용하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실상 이런 직무들은 통째로 ‘불안정화’된 후 최저임금 수준으로 직무가 저평가된 후, 결과적으로는 직무급제를 실시하게 된 셈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무수히 많은 일들이 ‘무기계약직’, ‘자회사’로 뒤바뀌는 모습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업장들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구호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직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통째로 무기계약직이기 때문입니다.

연공급제는 1960~70년대 급성장한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의 임금체계를 베끼면서 보편화됐고, 1990년대 이후로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경제사학자 박이택(2018)은 1971년부터 2016년까지 임금조사 자료를 활용해 민간부문 1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임금 불평등의 장기 추이와 변동 요인을 분석하였는데요.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1980년대와 1994년까지 감소했고, 1995년 이후로는 다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1994년까지의 임금 불평등 감소는 연령-성-학력별 임금 격차의 감소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이것은 1980년대 초 존재했던, 학력별-성별로 단층화된 연공급 임금체제가 해체되는 과정이었습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임금 불평등이 증가하긴 했지만, 이는 80년대식의 학력별-성별로 단층화된 연공급 임금체제의 부활은 아니었습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전 한국의 노동자들은 악질적인 노무관리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자본가들이 제멋대로 나눠주던 보너스를 받으며 일했습니다. 19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에 의해 도입된 평등주의적 임금체계는 그 상식을 뒤집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강도를 표준화시킬 경우 임금체계에 남을 수 있는 차별은 오로지 '연공서열'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1995년 이후 지난 20여 년의 임금격차에 있어서, 연령-성-학력-근속에 의한 임금 격차 수준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업규모별 평균임금의 양극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지는 양상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노동시장 구조를 1980년과 대비하면, “기업규모별로 분절된 양극화 체계”인 셈입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임금 인프라 확충을 통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선 지원”과 “직무·직군별 임금체계 개편 시 해당 부문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를 통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지원”을 밝힌 바 있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은 기업 내부 구성원 간 임금 공정성 확보는 물론,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격차 완화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시도하는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개편은 이미 대다수 사업장이 연공급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여러 임금체계와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임금격차 극복을 위해 훨씬 중대하게 필요한 과제는 임금체계라는 걸 갖고 있지 못한 중소영세사업체에 임금체계를 도입하도록 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초기업 교섭 등을 실시하는 것에 있습니다. 최근 임금체계가 없는 사업장의 비중이 점차 늘어 2021년 기준 61.4%에 달하는데 이것부터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일 겁니다.

노동자들 내의 임금 격차는 분명 진지하게 대면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임금 격차는 본질적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크게 손상하고, 자본은 항상 임금 격차를 무기 삼아 노동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착취하려 합니다.

노동조합을 '노동시장' 내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주장들도 많습니다. 위기에 빠진 진보정당 정치인들은 지난 2년 사이 가시화된 이런 논의를 재생산함으로써, 정책생산능력을 상실했다는 진단을 극복하려 하고 있고, 일부 진보언론 기자들도 가세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들도 만만치 않게 존재하고, 작금의 논의가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많습니다. 사회운동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면하고 논쟁한 바 없습니다. 오는 10월 22일에 열리는 플랫폼c 월례포럼에서 세간의 논쟁들을 훑어보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동운동/사회운동의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이 자리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함께 나눕시다.

📦발제1: 노동시장 양극화 노동조합 책임론 비판
📦발제2: 불모의 직무급제 논란을 넘어…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동운동의 과제

📅일시: 2022년 10월 22일(토) 오후 3시
🏢장소: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 (서울시 마포구 환일길 13, 충정로역 6번출구)
⌨️참가신청: https://bit.ly/inequality-within

불평등이 재난이다! 빈곤을 철폐하라!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

올해는 토요일인 15일에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가 아래의 요구안을 걸고, 다양한 반빈곤 운동 주체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진행됩니다. 이날 플랫폼c에서도 적극적으로 함께 할 예정인데요. 빈곤의 문제가 특정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함께 합시다. 사실 이미 불평등과 양극화 등은 우리 모두의 문제죠. 특히 기후위기의 시대에 '불평등'은 재난 그 자체임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청계천광교(영풍문고 앞)에서 시작이고요! 함께 하실 분은 https://t.me/platformc_qna 으로 연락주세요!

일시 : 10월 15일(토) 14시
장소 : 서울 청계천 광교(영풍문고)

문의 : 02-778-4017(빈곤사회연대)
후원계좌 : 국민은행 822401-04-131154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

[새로나온 글] 21세기 사회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글에서 낸시 프레이저는 자본주의를 확장된 개념으로 파악할 때,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회주의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읽기: http://platformc.kr/2022/10/the-twenty-first-century-socialism/
📱채널: https://t.me/platformc

🙋‍♀️서울지역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아직도 '시급 400원 인상', '휴게실 개선',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지만 진짜 사장 총장은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습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10.4(화) 총장실 앞 철야농성에 돌입했고, 10.12(수) 파업에 나섰습니다. 특히 덕성여대와 김건희 총장은 청소용역비를 단 1원도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합니다. 또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청소노동자의 일자리를 3~4시간 단시간 일자리로 바꾸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0월 6일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아침 저녁 선전전, 식사 연대, 농성 참여, 현수막 게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습니다. ✊

■ 철야농성 : 행정동(정문) 2층 총장실 앞
■ 1교시 선전전 : 오전 8시 반부터 9시까지 정문 앞
■ 점심 집회 : 낮 1시부터 30분간 학교 안에서
■ 저녁 선전전 : 5시 반부터 6시까지 정문 앞
■ 식사연대 : 저녁 6시 농성장

※ 꼭 읽어주세요! 연대방문 할 경우 꼭 연락주세요!
박장준 / 서울지부 조직부장 / 010-2495-1789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 일시 : 2022년 10월 15일(토) 오후 2~5시
○ 장소 : 서울 종각역 2번 출구
– 한국여성의전화 유튜브 채널 생중계 https://youtu.be/9AiGvFtmMCE
○ 발언과 퍼포먼스
○ 행진코스 : SC제일은행 출발 → 세종대로 4거리 → 광화문 교차로 → 안국동 사거리 → SC제일은행
○ 드레스코드 : 검정(포인트 컬러 보라)
※ 수어통역이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성폭력 재판 위증죄 엄벌 탄원에 동참해주세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성추행 및 부당해고 관련 모든 재판(민사·형사·행정소송)이 피해자들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 굳건히 싸웠고, 많은 이들이 연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관련 사건 자세한 읽기

아직 남은 문제가 있습니다. 당시 성추행 사실을 보고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에게 바로 그 사실을 알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급자 윤○○이 형사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성추행 사실 보고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정하는 진술을 하고, 피해자가 거짓 미투 선동자인 것처럼 위증했습니다. 이에 기소되어 현재 위증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검찰로부터 징역 1년 구형을 받은 상태이고, 11월 2일 선고 예정입니다. 피고인 윤○○은 재판 중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윤○○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10월 21일에 재판부에 제출하고자 합니다. 많은 연명 부탁드립니다. ✏️탄원서 연명하기

라이더유니온과 노회찬재단, 서울노동권익센터 주최로 열린 <배달플랫폼 인공지능 알고리즘 검증실험 결과 토론회>에 토론자로 함께 했습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개발이 마치 대단한 변화를 불러올 것처럼 이야기하는 시대이지만, 자본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기술 잔치의 본질은 노동을 감추고, 비용 절감과 노동강도를 통한 노동지옥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 시절에 음식배달 라이더들이 플랫폼 기업이 만든 알고리즘의 노동규율과 기준에 순응하는 게 아니라, 그 기준을 직접 검증하고 자신의 노동에 대해 통제하려는 시도는 매우 뜻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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