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오르면서 이사 대신 기존 집에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고 있어요. 그런데 재계약도 만만치 않아요. 서울에서 전세를 연장한 10건 중 9건은 보증금이 올랐거든요.
이사 안 가도 보증금은 올라요
올해 6~8월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1만3,580건 가운데 89.6%은 보증금이 올랐어요. 10% 넘게 인상된 계약도
전체의 12.6%였고요.
관악구 신림동 힐스테이트뉴포레 전용 59㎡에서는 보증금을 1억7,500만원 올려 7억원에 재계약한 사례도 나왔어요. 무려 33.3% 오른 거예요.
그런데도 이사보다 재계약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른 전셋집을 구하려면 돈이 더 들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서울 전세 거래에서 재계약 비중은 지난해 42.1%에서 올해 1~8월 50.7%로 늘었어요. 6~8월에는 53.8%까지 높아졌고요.
전용 84㎡ 아파트의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 평균 보증금 차이도 지난해 5,517만원에서 올해 9,154만원으로 벌어졌어요.
강남보다 노원·도봉·성북이 더 부담스러워
전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지역에서도 커지고 있어요. 재계약 한 건당 평균 보증금 인상액을 보면,
노원구는 지난해 1,542만원에서 올해 1,884만원,
도봉구는 1,436만원에서 1,915만원으로 늘었어요.
성북구도 2,279만원에서 3,016만원으로 높아졌고요.
반면 강남구는 5,474만원에서 4,867만원,
서초구는 5,439만원에서 4,795만원으로 줄었어요.
보증금이 부담돼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사람도 늘었어요. 올해 1~8월 전세에서 반전세로 바뀐 계약은 3,0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증가했어요.
집주인이 직접 산다며 나가라고 한다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보증금 6억6,000만원으로 살던 세입자가 계약 종료 4개월 전 연장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집주인은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거절했고, 세입자는 결국 이사했어요.
그런데 집주인은 1년 2개월만 살고 다른 세입자에게 보증금 8억2,000만원을 받고 다시 전세를 줬어요. 결국 이전 세입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죠.
여기서 등장하는 게 '계약갱신요구권'이에요. 세입자가 기존 임대차계약을 한 차례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예요. 집주인이 직접 살려는 경우에는 거절할 수 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임대하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집주인에게 사정이 있어도 배상해야 할까?
집주인도 이유가 있었어요. 다른 부동산에 살던 세입자 6명에게 보증금 총 6억9,028만원을 돌려줘야 해서 다시 전세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1심은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달랐어요. 기존 세입자에게 3,07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이를 유지했어요.
이유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을 거절할 당시에도 다른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다시 전세를 놓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요.
즉 집주인이 실제로 얼마나 살았느냐만 따지는 게 아니에요. 재계약을 거절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이 생겼는지, 그 때문에 다시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했는지가 중요해요.
다만 집주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실제로 1년 2개월을 거주했고, 다른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사정까지 있었는데 3,079만원을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정당한 자금 사정에 따른 재임대까지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따져볼 문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