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입학’을 필두로 한 학제 개편, 정부는 학생들을 공교육에 빨리 편입시키고 학습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도입 취지만 보면 문제 소지가 없어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과 여러 교원 단체들이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시작은 지난 7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초등학생 입학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깜짝 보고하는데요. 말 그대로 “깜짝 보고”였습니다. 학제개편은 그동안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나, 인수위원회 국정 과제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은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뜬금없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교육계가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만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기사처럼, 내용상의 허점도 함께 지적하는데요.

일부 학부모들은 경쟁 과열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특정 연도에 학생 수가 몰려 입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조기교육과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맞벌이 부부 사이에선 돌봄 공백 우려도 큽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전일제 돌봄을 제공하는 반면 초등학교는 돌봄 교실 신청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 초등 돌봄교실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절반 가까운 학생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시원🌊

학제 개편 논의를 조금 더 넓혀 볼까요. 사실 오래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학제는 1945년 미 군정기에 최초로 도입됐고, 1949년 문교부초안에서 기본 틀이 6-3-3-4(초등-전기중등-후기중등-고등)로 잡힌 이후 큰 변동 없이 이어져 왔으니까요. 한국 사회가 급변해 왔기에 ‘그때는 맞았던’ 시스템이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스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초등교육 과정을 단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적·육체적으로 성장한 아이들에게 초등교육을 6년이나 제공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것. 이 과정을 줄여서 대학이나 중학교로 편입하자는 거죠. 이 외에도 학제 개편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 정책 변경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지원 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 이런 문제의 해결책 없이 개편안만 불쑥 내놓으니 학부모들로서는 당황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오창민, <경향신문>, 대한민국 교육정책은 시민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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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학제를 개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교육을 백년대계로 바라보는 자세입니다. 교육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다니는 16년의 시간은 인생 전체에서 결코 짧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거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 앞서 학제 개편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변화의 여파로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지 살펴야겠죠. 이번 입학 연령 하한이 논란을 일으켰던 이유는 그런 성찰이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에디터 방금🌔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한 순간에 뒤집혔습니다. 한국 교육에 ‘백년대계’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외교 폐지’ 등 혼란스러운 정책을 던지던 교육부 장관은 결국 취임 34일만에 사퇴했습니다. ‘무리수’ 정책들이 등장한 배경으로 전문성 없는 장관의 ‘조급함’이 꼽힙니다. ‘스타 장관’을 바라는 대통령 밑에서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 성과를 보이기 위함이 아니었냐는 거죠.

교육부 장·차관의 전문성 부재는 이미 수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소개드린 기사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기 교육 정책 실패로 지목되는 ‘국정 교과서 논란’도 비전문가 장·차관의 결합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해당 분야를 경험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전문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박 전 장관의 경질로 교육부 수장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교육부에는 반도체 인재 양성, 고교 체제 개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들이 쌓여 있습니다. 촉박한 시일 내에 전문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에디터 바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