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3.7.22 | 625호 | 구독하기 | 지난호

토요일의 미라클레터, 놀라셨죠!


이번 주는 메타의 라마2 공개를 비롯해 애플의 LLM 연구 소식 등 IT 업계 이슈가 상당히 많았어요. 결국 제가 준비했던 내용들을 잠시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침 금요일 오전 예정됐던 업무 미팅이 취소됐고, 잠시 한 숨을 돌리는 상황이 되다보니 아쉬움이 몰려왔어요. 뉴스라는 것이 하루 이틀 지날수록 금방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리니까요. 결국 마음을 가다듬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토요일 자 레터인 만큼 힘을 더욱 풀고, 보다 먼 미래를 그리실 수 있는 내용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당장 모르셔도 되지만, 언젠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바로 주요 과학 학술지에 올라온 연구 성과들이에요.

 

네이처’, ‘사이언스’, ‘등 굵직한 과학 저널에는 매주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올라옵니다. 이 논문의 일부는 수년 뒤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쇼크를 일으켰던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기억하시죠.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대국 역시 네이처에 구글딥마인드의 논문 발표와 함께 사전에 소개된 바 있어요(여기).

 

현재 인류가 이룩해 놓은 과학기술의 최전선이 담겨 있는 학술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자녀가 있으시다면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레터의 내용을 중심으로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주요 학술지가 한국 시간으로 목요일 오전, 금요일 오전에 공개되요. 이 엠바고에 맞춰서 앞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 자에 정리해 보도록 할게요(, 제 무덤 제가 파고 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치매 신약 논문, 네이처에 게재된 플라스틱과 관련 논문, 그리고 인간의 세포 지도 프로젝트 논문, 대형 지진 예측 논문 등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시작해 볼게요.  

   오늘의 에디션  
  1. 치매 신약 도나네맙 임상 발표
  2. 지구를 뒤덮은 플라스
  3. 세포 지도를 그리는 과학자들 
  4. 지진 예측이 가능할까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환자의 뇌(오른쪽)와 일반인의 뇌 비교 사진이에요. 이전 레터에서 가져왔습니다.<사진=알츠하이머협회>

치매신약 '도나네맙' 임상 결과 발표!

 

일전에 레터를 통해서 인류의 치매 신약 역사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레터). 내용이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은 기억이 있어 짧게 몇 줄로 정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1.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은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뭉침
  2. 2000년대 이후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 신약 개발 급물살, 잇단 실패
  3. 2016년 ‘아밀로이드 베타가 원인이 아닌가’라는 의문 확산
  4. 타우를 비롯한 새로운 단백질, 원인으로 급부상
  5. 2021년 아밀로이드 베타 파괴하는 신약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6. 신약 효과는 ‘100 아니지만 ‘50~70’ 정도
  7. 현재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함께 타우를 겨냥한 연구 급물살


현재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신약들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효과를 100점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치매 지연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된 만큼 FDA는 신약을 허가합니다.

 

올해 또 하나의 새로운 신약이 허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레터에서 잠깐 말씀드렸던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입니다. 지난 7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에서 일라이릴리는 173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도나네맙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해당 내용은 학술지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 게재됐습니다(논문).


결과를 먼저 살펴보면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 환자가 복용한 경우 약 47%에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징후가 발견됐어요. 다만 치매가 많이 진행된 환자나 치매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APOE4)가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큰 지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치매의 새로운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타우 단백질수치가 낮은 경우 약물 효과가 더 좋았다고 해요. 타우 단백질의 수치가 낮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76주 동안 인지 기능 저하가 35%나 느리게 진행됐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 발표에서 초기 환자에게서 효과가 좋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초기 단계에서 도나네맙을 복용한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대조군 대비 60%나 느려졌다고 합니다. 또한 뇌에 쌓여있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90%가 제거됐다고 해요.

 

조금 더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이 같은 연구 성과가 쌓인다면 10~20년 뒤에는 50세 이후부터 치매 예방을 위해 비타민과 같이 매일 한 알씩 먹는 약이 출시되지 않을까요. 물론 가격이 문제겠지만요.

 

일단 일라이릴리는 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업계는 올해 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다만 약값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말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이전에 신약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레카누맙, 아두카누맙은 연간 약 26000달러, 우리 돈 3350만원에 달합니다. 

호수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사진=네이처, Veronica Nava>

지구를 뒤덮은 플라스틱

 

네이처 지난 12일 자에 플라스틱과 관련해 미국과 이탈리아 연구진이 작성한 두 편의 논문이 나란히 게재됐습니다(논문1, 논문2). 인류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 또한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번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이미 전 세계 바다와 강, 호수를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먼저 미국 연구진의 논문입니다. 연구진은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을 비롯한 전 세계 84개 지역의 암초에서 플라스틱을 조사했습니다. 77개 지역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어요.

 

이탈리아 연구진은 북반구에 있 23개국 38개 호수와 저수지를 조사했습니다. 조사한 모든 지역에서 250um 크기 이상의 플라스틱이 발견됐어요. 당연히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인간 거주지와 가까운 지역에서 농도가 높았어요.

 

호수, 강 등을 거쳐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파도와 만나고, 자외선의 영향을 받아 잘게 부서집니다. 바다에 사는 미생물도 플라스틱을 어쩔 수 없이 섭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이 다시 바다로 배출돼요.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양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스티로폼이 2.5mm크기로 분해되면 약 70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된다고 합니다.

 

이 플라스틱은 먹이 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유입됩니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동물 실험 결과 성장이 느려지거나 생식능력이 감소하는 등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발표되고 있지만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에요. 우리 몸에 들어온 플라스틱은 자연스럽게 배출이 되지만, 모두 배출되는 것은 아닌 만큼 우리 몸속 어딘가에 남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요. 네이처는 사설을 통해 플라스틱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만큼 국가가 나서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사설).

 

현재 해양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해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UN환경총회는 20223월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한 협약을 제정하기로 하고 2024년까지 구속력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에요.


1차 회의는 지난 20221128일 우루과이에서 열렸는데 160개국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과거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환경 조약이 설립되기까지는 5~15년 정도 걸립니다. 플라스틱 문제는 상당히 시급한 만큼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2024년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협약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어렵지만, 우리 몸의 장, 신장, 태반의 세포 지도라고 해요. 같은 종류의 세포는 같은 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사진=네이처>

세포 지도를 그리는 과학자들

 

혹시 인간세포지도 아틀라스 프로그램(HuBMAP·Human BioMolecular Atlas Program)’이라고 들어보셨나요. 201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시작한 프로젝트인데요, 전 세계 많은 과학자가 모여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에요. 인체 세포의 지도를 그리는 만큼 이를 두고 인체 구글맵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도 해요.

 

인체 세포 지도를 그리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인간게놈프로젝트(HGP)’라고 기억하시죠?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이 작업은 2003년 완성됐습니다. 또한 마지막까지 그리지 못했던 나머지 지도 역시 2022년 완성됐어요(논문).


유전자 지도는 인간,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구성하고 있는 유전자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였을 뿐 아니라 맞춤형 정밀의학의 기반이 되고 있어요(기사).


그런데 말입니다. 과거 우리는 유전자 지도만 완성되면 모든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줄 알았어요.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복잡해서 단지 유전자 몇 개가 인생을 결정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물론 1~2개의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유전병도 많습니다만 키와 몸무게, IQ, , 알츠하이머 등 특정한 형질과 질병들은 단 몇 개의 유전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인류는 겸손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더 찾기 시작하죠.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세포였어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약 37조개에 달하는데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일 뿐 아니라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직에 따라, 기관에 따라 세포는 모두 다른데요, 또한 특정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세포 분포가 달라요.

 

2018, 미국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세포 지도를 그리기 위한 HuBMAP를 시작하기로 합니다(NIH의 설명).


20일, 네이처와 셀에는 HuMAP의 일환으로 9편의 논문이 발표됐어요(여기). 논문에는 장과 신장, 그리고 태반의 세포 지도가 공개돼 있습니다. 

 

이제 상상해볼게요. 일반적으로 간에는 A세포와 B세포가 5050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그런데 간이 좋지 않은 사람은 A세포의 비율이 B보다 높음을 발견합니다. 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면 증상이 나타나고 악화되기 전에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이는 아주 단순한 예에 불과합니다). HuBMAP이 완성되면 인류의 의학은 얼마나 발전해 있을까요.  

과거 기사에 썼던 지진 사진을 가져와 봤습니다. <사진=매경DB>

지진 예측이 가능할까

 

197524일 오전. 중국 허베이성 지역의 지표에서 라돈가스 방출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지하수 수위가 급변하고 겨울잠을 자던 뱀이 깨어나는 등 동물 이상 행동이 발생해요. 중국 정부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대피령을 내립니다. 저녁 7, 규모 7.2의 강진이 허베이성에 들이닥쳐요. 1975년 발생한 허베이성 지진과 대피는 지구상에서 24시간 이내에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측한 유일한 사례로 꼽힙니다.

 

지진 예측은 상당히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땅속 수십 km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진을 예측하려면 땅속에 관측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역시 쉽지 않죠.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작은 지진이 일어납니다. 이를 전진이라고 하는데, 역시 지진이 일어나고 난 뒤 , 그게 전진이었구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가끔 인터넷상에 지진운이 나타났다와 같은 글과 함께 지진 전조 현상이다!”라는 주장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과학적 근거는 희박합니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라돈가스 함량이 늘어난다던가(돌이 깨지면서 안에 있던 가스가 분출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동물의 이상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역시 이를 기반으로 지진이 곧 일어날 것이다” “어디서 지진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지진 인과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는 많이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A가 발생했으니 곧 이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지진학자들끼리는 그래서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고 해요. “과거의 지진은 미래 지진보다 예측하기 쉽다라고요.

 

이번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여기)은 향후 지진 예측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히 높여주고 있어요. 프랑스 연구진의 이번 논문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진도 7.0 이상의 지진 발생 이전, 이후 땅속에 심어 놓은 GPS 센서를 측정했어요. GPS 센서는 수 mm 의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GPS 시그널을 분석했더니 강도 7.0의 지진이 발생하기 2시간 전에 미세한 단층의 운동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 논문을 본 송석구 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논문이라고 해석해 주셨어요.

   

물론 이 같은 논문 한 편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이 같은 인과관계를 찾았으니 향후 보완하고 발전시켜서 실제로도 가능한지 확인해야겠죠.

맺음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그때, 분명 코로나 진단키트에는 양성이 뜨는 데 증상이 없던 분 계신가요? 저는 2021년 초에 코로나에 걸렸는데요, 후각을 잃었던 기억이 납니다. 목도 상당히 아팠고요.

 

19일 자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여기) 코로나 무증상의 원인은 유전자였다고 해요.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의 약 20%는 증상이 없었다고 하는데, HLA 유전자 변이가 영향을 미쳤다 합니다. HLA 유전자 변이가 1개인 사람은 무증상을 유지할 확률이 2배 높았고, 2개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무증상 확률이 8배나 높았다고 해요.

 

과학자들은 이제 HLA 유전자 변이가 우리 몸의 면역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해 나갈 것이라고 해요.


이 연구 성과가 무르익을 때가 되면 인류는 어떤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지 않을까요.


처음으로 써보는 주간 과학이었습니다. 편한 주말 보내세요. 미라클레터는 월요일 아침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도움 주신 분 = 홍상희 남해연구소 책임연구원, 송석구 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연구본부장
오늘 레터를 평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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