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으로 사람이 되다?! 🐻➡🧄🌿➡😀, 🐻➡👨👨👧👦👩👩👧👦➡😀
노동조합은 정말 나쁜 곳이예요. 회계장부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건설노조는 조폭까지 동원해서 금품까지 갈취하고 아주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게 밝혀지는 걸 보니 이제서야 세상이 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이런 일이 왜 드러나지 않았을까요. 왜냐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죠.
최근 노동조합을 둘러싼 많은 논란들은 알고보면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요.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동조합은 조합원이면 몰라도 정부에는 회계장부를 제출할 의무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회계장부를 공개하고 있어요.
“기득권 강성노조가 금품을 요구하더라”며 비판받고 있는 월례비는 더 빠른 일처리를 요구하며 쥐어준 웃돈으로, 사실상의 임금입니다. 건설노조는 안전한 노동을 위해 월례비를 거부하고 있어요.
한국 사회 노조 조직률은 2021년을 기준으로 14.2%입니다. 바꿔말하면 85.8%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죠. 매일 아침 9시 출근준비를 위해 바쁘게 나서는 사람들의 10명 중 1.4명 정도가 노동조합 경험이 있을 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적이 없어요. 노동조합을 잘 모르니, 노동조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미디어에서만 드러나는 불법파업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뿐입니다.
계모임보다 노동조합이 더 낫지
노동조합이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함께 만드는 조합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계모임을 만드는 것처럼, 같은 사업장 혹은 같은 산업 내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끼리 함께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요.
친구들과 함께 모임을 만드는 이유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면 노동조합을 만드는 이유는 근로조건의 향상, 더 나은 회사 생활을 만들기 위해서겠죠. 심지어, 헌법으로도 보장되어있는 권리예요.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이 일터를 위해 쓰이죠. 일터가 괴로울 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일터로 떠나는 것을 선택하곤 합니다. 하지만 더 큰 회사, 더 좋은 회사로 옮기는 것만이 답일까요. 새로운 곳도 또 똑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직도 늘 쉬운 일은 아닙니다.
몸값을 올리며 이직하는 노동자가 능력있는 노동자인 것처럼 추앙받고 있지만, 극소수의 경우입니다. 정년 보장이 확실한 공무원 시험 열풍이 쉽게 사그러지지 않는 이유는 누구나 평생직장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훌쩍 떠나는 것도 멋진 일이겠지만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을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멋진 일이겠죠. 물론 어렵습니다. 그래도 노동조합으로 함께하면 좀 더 쉬워집니다.
실제로 노동조합 가입률은 공기업과 공무원들이 민간기업에 비해 더 높고,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높습니다. 공기업과 공무원들이, 대기업 직원들이 빨갱이라서 그런걸까요. 아니죠. 회사에 오래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더 나은 직장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인의식이 있는거죠. 그래서 알고보면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회사를 지속가능한 곳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예요.
기껏 뽑아서 키워놨더니 다 나간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중견기업들이 많아요.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노동자들이 회사와 더 이상 함께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회사 없이는 노동자도 없고, 노동자 없이는 회사도 없어요. 어울더울의 시작은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노동조합이 있으면 좋습니다. 저도 3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임원을 제외하고 열댓명이 함께 모여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노동조합이 있으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겨요.
모이면 회사의 부조리에 대한 푸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노동조합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거든요. 노동조합으로 모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뿐인데 사람이 된 것 같았어”
제 친구는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그 친구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7년동안 한 회사에 다녔는데, 이곳이 ‘내 회사’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 그런데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조합원들을 만났잖아. 같이 밥도 먹고. 갑자기 회사에서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거야. 그냥 아무렇게나 스쳐지나가던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다음 날부터 서로 인사를 하더라.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뿐인데, 이제야 회사 사람이 된 것 같았어. 사람이 된 것 같았어”
노동조합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나 자신이예요. 당당한 노동의 주체로서 바로 서는 경험, 비로소 내 일의 주인이 되는 경험은 노동조합 활동만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촛불 하나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됐을 때 어둠을 물리칠 수 있어요. 노동조합은 촛불입니다. 어울더울 함께하는 누군가를 확인하는 일, 그렇게 일터에서의 내 존재를 확인하는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인가요. 늘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회사의 변하지 않는 부조리가 지겨우신가요. 노동조합이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이 노동조합, 만들어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