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몰락감> 뉴스레터 3호
"나는 이제이!" 

안녕! 나는 이제이.
지난 주 윤비 메일은 받았지?
나는 얼마전에 명왕중에서 전학왔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학교 다니고 싶어서
제일 인기 없을 것 같은 예술인문 동아리를 선택했는데
거기서 현재와 윤비를 만난거야.

왜 조용히 학교 다니려고 했냐고?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규칙과 규율은 날 너무 답답하게 해!
어릴 때 부터 늘 집에서도 이래라 저래라
교회에서도 이래라 저래라...
대체 난 언제쯤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답답할 때면 나는 나만의 아지트로 가거나
교실에서는 그냥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어. 
그 누구도 나한테 뭐라 하지 않고 
오직 나로서 있을 수 있는 느낌이야.
뭔 소린지 알지?
요즘 제일 많이 듣는 건 데스메탈이야. 
데스메탈을 좋아한다고 막 이상한 사람이러거나
악마를 숭배하는 사람이라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건 크게 신경 안 써.
처음에 메탈 음악을 듣고 정신 하나하나가 깨어나고 
속이 뻥 뚫렸던 기분이 들어서 
계속 찾아 듣다 보니 헤비메탈, 데스메탈까지 파게 된거지. 

데스 메탈은 1980년대 중후반에 피어난
메탈 음악의 한 갈래래.
스래쉬 메탈에서 음악적, 주제적으로 발전한
하위 장르라고는 하는데, 
사실 그런건 잘 모르겠고 
그냥 답답할 때 속이 확 뚫리는 느낌이잖아
쉴새 없이 몰아치는 드럼과
어릴 때 부터 안된다고만 들어왔던 말들을
자신있게 내지르는 가사.
날 진짜로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Arch Enemy - War Eternal

They try to change you
그들은 널 바꾸려고 하지
Crush and break you
짓밟고 무너뜨리려 해Try to tell you what to do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려 들어They'd like to have control of you
널 조종하려고 하지Back against the wall
벽에 내몰린 너In danger of losing it all
모든 걸 잃을 위기에서도Search deep inside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찾아내Remember who you are
네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해
나는 타고르의 '기탄잘리'라는 책을 제일 좋아해. 
그래서 최근에 만든 아지트도 '타고르'라고 이름 지었어.

애들한테는 추천해줬는데, 특별히 너희에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을 공유해줄게.
그리고 우리가 조금 더 알아가게 된다면
나중에 너도 '타고르'로 초대해줄게!

"비에 젖은 7월의 깊은 그늘 속에서

님은 은밀한 발걸음으로 밤과 같이 고요히 걷고 계십니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오늘은 아침이 눈을 감고 있습니다.

소란스러운 동풍이 끈질기게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리고 두터운 장막이 언제나 깨어 있는

푸른 하늘 위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숲은 노래를 멈추었고, 집집마다 문이란 문은 모두 닫혀 있습니다.

이 황량한 거리를 지나는 외로운 나그네는 오직 님뿐입니다.

오, 하나뿐인 나의 친구여, 더할 수 없이 사랑하는 님이여,

내 집의 모든 문은 열려 있으니,

한 조각 꿈인 양 그냥 지나쳐 가지 마소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기탄잘리』:옮긴이 장경렬

(이미지 출처: 열린책들)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곧 보자!

안녕!


2024년 9월 28일 토요일

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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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윤슬
Creative Yuns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