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심두보 CCO
2022년 9월 10일(토)

안녕하세요😁


머니네버슬립 심두보 에디터입니다. 드라이한 정보가 가득한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 여러분을 만나뵀는데요, 앞으로 자주 에디터가 등판해 보려 해요. 제가 첫 타자고요. 아침 뉴스레터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 [Editor's Letter]를 통해 전해보려 하고요.


오늘의 이야기는 영화 <타짜>의 명장면에서 시작해요.



아귀와 고니가 도박을 합니다. 그러다가 아귀는 드디어 고니가 속임수를 썼다고 확신하죠. 아귀는 고니의 손모가지를 잡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는 나한테 구땡을 줬을 것이여. 그리고 정 마담한테 줄려는 거. 이거 이거. 이거 장짜리 아니여? 자 모두 보쇼! 정 마담한테 장짜리를 줘서 이 판을 끝내겠다 이거 아니여?!"


그러나 고니가 비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귀는 자신의 오랜 경험에 비춰 고니가 속임수를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시나리오를 쓴 거죠. 그런데 고니의 시나리오에는 아귀의 이런 행동조차 담겨 있었습니다. 고니의 시나리오가 더 완벽했던 겁니다.

그런데요. 이 시나리오를 아귀나 고니만 썼을까요? 아닙니다. 머니네버슬립 에디터인 만큼 우리 투자의 세계에 빗대어 표현해 보겠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금리를 올렸을 때의 시나리오를 짭니다. 금리 인상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달성할지, 또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면 기존 제품 판매량은 얼마나 줄어들지, 그리고 경쟁사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씁니다.


이제 주식 투자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판에는 일명 '시나리오 매매 기법'이란 것이 있습니다. 주요 변수의 결괏값에 따라 각본대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거죠. 이 변수에는 주요 지수와 외국인의 현물 및 선물 포지션, 환율, 프로그램 매매 동향 등이 포함됩니다. 장기보다는 단기에 수익 실현을 추구하고요.


꼭 이런 기법에만 시나리오가 있는 건 아니겠죠. 가령 미국 나스닥 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TQQQ의 투자자들은 "결국 시장은 오르게 되어 있다"라는 시나리오를 따릅니다. 아이온큐나 조비에비에이션처럼 특정 기술을 파는 기술 기업의 투자자들은 "이 사업은 거대해질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를 반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매우 긴 시계열을 둔 전망이기 때문이죠.


미래를 상상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는 일은 투자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각 기업의 미래에 베팅을 걸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딱 하나 유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하나가 시나리오의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바로 '디테일(detail)'입니다. 수많은 미래학자가 있습니다만, 이들은 두 분류로 나뉩니다. 현실주의자와 공상주의자죠. 전자는 실제 기술의 내용과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합니다. 후자는 다양한 사실을 엮어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당연히 적중률은 전자가 앞섭니다. 후자의 전망은 흥미롭긴 하지만 신뢰하기는 어렵겠죠.


투자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기술주는 결국 살아날 것이다', '에어택시의 시대는 온다', '양자컴퓨터는 고전컴퓨터를 결국 대체한다'라는 시나리오는 흥미롭지만 약합니다. 약한 뼈대의 시나리오는 의심을 만들어내죠. 확신이 없다면 장기 투자는 어렵고요. 그런데 앞서 기술한 투자 시나리오는 모두 초장기 투자를 전제 조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좋은 작가의 조건은 명확합니다. 풍부한 표현력, 깊이 있는 자료 조사,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입니다. 이것들이 조합되면서 훌륭한 시나리오가 탄생하는 거죠. 이걸 좋은 투자자에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습니다. 다방면의 지식(표현력), 기업 재무제표와 전략에 대한 공부(자료 조사), 그리고 경제·금융 트렌드에 대한 이해(공감 능력)가 있어야만 더욱 확률 높은 시나리오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처럼 시나리오가 잘 짜인 콘텐츠의 생명력은 무척 깁니다. 우리도 결국 이처럼 완성도 높은 투자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야 하는 거죠. 쉽지 않은 길입니다만, 평생 투자를 하려면 걸어가야 하는 길이지 않을까요?



오늘 좀 뻔한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하지만 어려운 장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따분한 거고요.


머니네버슬립 구독자 여러분,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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