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주의) 없는 후방주의 콘텐츠
웹툰 <오선생을 향해>
여러분이 놀라서 뒤로가기를 누르기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부담없는 통계로 시작하겠습니다. 2020년 여성 웰니스 전문기업 렛허가 대한민국 20~4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성생활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했는데요. 이 조사에 따르면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이 76.5%라고 합니다. 오르가슴을 경험한 적 없다고 답변한 사람에게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89.1%가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잘 몰라서'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전 좀 충격받았습니다. 4년 전이라 수치에 차이가 많이 생겼을 것 같지만 그래도 과반수 이상이 오르가즘을 느껴봤다니. 여러분은 느껴보셨나요? 참고로 전 24.5%의 사람 입니다(...) 저 이유를 묻는 항목도 잔인합니다. 당연히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모르죠. 우리는 느껴보질 못했다고요! 저같은 사람에게 오르가슴은 유니콘 같은거라고요.
오르가슴을 느껴본 76.5%의 분들 중 대부분이 '파트너와의 섹스 혹은 스킨십을 통해서'라고 답변 했는데 정말 재미없지 않나요. 통계를 보면서도 '거짓말...'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사실 아직도 이분들 중 대부분이 잠재적 24.5%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여러분은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다고요!) 그렇다면 오르가슴에 도달한 방법 2위는 뭘까요. '자위를 통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 미친 웹툰을 그린 개슬이 작가도 자위를 통해 전설의 존재, 오르가슴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웹툰을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사실 '생활툰 작가는 소재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게 이 분은 원래 가족, 친지들이 모두 아는 생활툰을 몇 년 째 그려왔고, 다음 시즌도 준비중인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위 얘기를..? 오르가슴 탐구기를 그린다고..? 보통의 유교걸로써는 따라갈 수 없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걸 해내더라고요.
무엇보다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진지합니다.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데이터(성적 환타지, 도구, 방법)를 탐구, 수집하고 실습(밧줄묵기, 바이브레이터 비교 체험 등)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과학자같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결과값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번에야말로..!'라는 마음으로 저까지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작가가 표면적으로 오르가슴 탐구에 나선 이유(소재 헌팅)는 인생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제대로 먹고, 자기만도 바쁘다보니 일상의 모든 것이 피곤하고 무감각해진 자신을 발견하죠. 그러다 예전처럼 작은 것에도 불타오르던 뜨거운 열정과 호기심, 활력을 찾고싶어집니다. 그리고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그런 열정을 품었었지 기억을 되짚어 보니 자신이 가장 왕성하게 탐구했던 성(性)이라는 결론에 도달한겁니다. 그리고 이 미친 작품을 그리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화에 가서는 사실은 자신도 "30년 간 환상의 존재처럼 여겨왔던 오르가슴을 느껴보기 위해 생활툰이라는 파렴치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게 됐다"고 고백하죠. 연재를 끝내고 나니 남은 세월동안 자신과 더 잘 지낼 수 있게 된 느낌을 받았다는 작가의 후기를 보면서 저의 성생활에 대해 되짚어봤습니다. 나는 앞으로 남은 세월 나와 잘 지낼 준비가 됐는지 말이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준비 되셨나요?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면, 더 잘지내고 싶다면, 작가가 정말 오선생을 만났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감상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