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만 너무 올인하면 생기는 일 - ‘내가 없어지고 있어요’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에요’ 주변에서 직장생활을 웬만큼 잘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제게 털어놓는 고민입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장생활에서도 최선을 다하는데요, 그런데 이들은 직장에서 소위 ‘프로’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나를 잃어가는 것 같다고 호소합니다.
회사에서는 맡은 역할에 대해 주어지는 기대치가 있습니다. 영업사원이면 손님에 대한 깍듯한 자세, 마케팅 담당자라면 트렌드에 대한 민감성, 프로그램 매니저라면 일정 관리에 대한 꼼꼼함이 기대됩니다. 거기에 빠른 일 처리 속도, 정확성, 논리적 사고능력까지 일정 수준을 맞춰야 하고, 심지어 역할에 맞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기도 합니다. 선천적으로 이 모든 것이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잘 맞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튀어나온 부분은 깍아 넣고, 부족한 면은 늘려서 규격에 최적화 된 페르소나에 맞는 인간으로 나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맡은 역할에만 너무 오래 몰두하게 되면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15년쯤 한 중년의 남성들이 자기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도,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 ‘아기는 너무 예쁜데 내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삶에서의 각 단계에서 맡게 되는 역할은 의미 있지만 그것 자체가 우리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학생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고, 엄마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없듯, 직장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맡은 일에 너무나 충실하게 해나가면서 내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맥락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전체 흐름을 놓쳐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