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경매 시장을 뒤흔드는 키워드, 3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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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핫이슈]

미술 경매 시장을 뒤흔드는 키워드, 3D !

미술시장에는 ‘3D’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술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세 가지 경우를 일컫는 말인데요. 바로 Death, Debt, Divorce(죽음, 빚, 이혼)입니다. 슈퍼 컬렉터가 죽거나, 빚을 많이 져서 파산하거나,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컬렉션이 경매에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지난 11월 16일, 경매 회사인 소더비 역사 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경매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매클로우(Macklowe) 컬렉션’이었는데요. 이 컬렉션이 경매에 나오게 된 이유도 3D 중 하나인 이혼 때문이었습니다.

뉴욕의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 해리 매클로우와 미술관의 이사였던 아내 린다 매클로우가 2018년 이혼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부부가 무려 50년 동안 모아온 작품 65점을 매각한 뒤 수익금을 나눠 가지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죠. 이번 소더비 이브닝 세일즈에서는 그 절반인 35점이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매클로우 컬렉션의 면면을 살펴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알베르토 자코메티, 앤디 워홀, 싸이 톰블리, 윌렘 데 쿠닝, 아그네스 마틴,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거장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컬렉션이라면 미술관을 하나 차려도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컬렉션은 과연 얼마에, 그리고 누구에게 팔렸을까요? 경매에 나온 35점은 유찰된 작품 하나 없이 모두 완판되었습니다. 낙찰 총액은 무려 6억7천600만 달러(약 7천986억 원)이었습니다. 5천만 달러(약 590억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팔린 작품은 총 4점이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팔린 5천만 달러 이상의 작품이 단 2개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성과입니다. 35개 작품의 평균 낙찰가는 1천930만 달러(약 228억 원) 정도였습니다. 매우 성공적인 판매 결과입니다.

35점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작품은 마크 로스코의 ‘No.7’’입니다. 8천250만 달러(약 974억 원)에 아시아의 한 컬렉터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자코메티의 ‘Le Nez'는 7천840만 달러(약 926억 원)에 암호화폐 플랫폼인 트론(Tron)을 개발한 31살의 중국 출신 백만장자에게 팔렸습니다. 이날 경매에서 제일 비싼 값에 팔린 두 작품을 모두 아시안 컬렉터가 가져갔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이 밖에도 잭슨 폴록의 'Number 17' 은 6천100만 달러(약 720억 원)에, 앤디 워홀의 'Nine Marilyns'는 4천730만 달러(약 558억 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이날 경매장에는 이혼한 매클로우 부부도 참석했습니다. 매클로우 컬렉션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온 아내 린다 매클로우는 작품의 경매행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반면 남편인 해리 매클로우는 아주 기쁘고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하네요. 두 사람의 상반된 반응이 참 흥미롭습니다. 매클로우 컬렉션의 나머지 30개 작품은 내년 5월, 봄 이브닝 세일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때 또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0분 미술사]

15세기 – 북유럽의 미술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꽃피우고 있을 때, 다른 나라의 미술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었을까요? 건축의 경우,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은 15세기에도 그 전의 고딕 양식을 계속 발전시켜 갔습니다. 하지만 취향은 계속 바뀌어 왔기 때문에 기존보다 장식적인 경향이 점점 강해졌다고 합니다.

회화와 조각 분야도 건축과 마찬가지로 고딕 양식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탈리아 화가들이 원근법, 해부학적인 신체 연구 등 혁신적 발견을 통해 근대로 넘어간 반면, 북유럽 화가들은 아직 중세에 머물렀던 것이죠. 그래도 이들 역시 대상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담으려는 노력을 해나갑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얀 반 에이크입니다.

얀 반 에이크는 대상의 모습을 매우 세밀하고 꼼꼼하게 화폭 위에 재현했습니다. 북유럽의 화가들의 그림 주제는 아직까지 중세풍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상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고자 하는 이런 얀 반 에이크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종교화 같은 전통적인 그림을 그리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미술의 새로움을 잘 융합하고자 한 것이죠. 그래서 중세 시대의 작품보다는 더 이해하기 쉽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가진 그림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15세기 중엽, 독일에서 아주 중요한 미술 기법이 발명됩니다. 바로 그림을 인쇄하는 기술인 목판화술입니다. 그림 인쇄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목판화에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다 파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위에 잉크를 바른 후 종이를 올려서 누르면 파내지 않은 부분에만 잉크가 묻어 종이에 찍히게 되는 것이죠. 잉크를 한 번 바르면 그 잉크가 더 이상 종이에 찍히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인쇄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었고, 덕분에 목판화와 목판인쇄본들이 유행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술을 개발하게 됩니다. 활판인쇄술은 틀 속에 활자를 맞춰 넣어서 인쇄하는 방식이라 목판화술보다 훨씬 쉽고 빨랐습니다. 활자를 사용한 본문과 목판화를 사용한 그림을 결합하는 방식이 탄생하면서 15세기 후반에는 많은 책에 목판화를 활용한 삽화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술가들은 목판화에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무판을 파내는 것이다 보니 투박한 느낌이 들어 세밀한 표현을 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무 대신 동판을 사용한 동판화가 탄생하게 됩니다. 목판화가 표현하고 싶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파내는 양각이라면, 동판화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선을 긁어내는 음각입니다. 동판화 위에 선을 긁으면 흠집이 나는데, 잉크를 묻히면 선 안으로 잉크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 후 판을 깨끗이 닦아내고 종이를 덮어서 세게 누르면 선 안에 들어가 있던 잉크가 종이에 묻게 되면서 선이 표현됩니다. 동판화를 종이 삼아 조각칼로 그림을 그리듯이 작업하기 때문에 섬세한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빠르고 쉽게 그림을 찍어낼 수 있었던 목판화와 동판화는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유럽 각 지역의 미술이 서로에게 전해졌는데요. 자연히 유럽의 미술가들은 이탈리아에서 온 르네상스 미술을 접하게 되었고, 그 결과 르네상스 미술이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북유럽 화가들도 중세 미술에 안녕을 고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죠.

[예술적 책읽기]

예술이 기업가 정신을 만날 때 – 「예술과 앙트러프러너십」

연구와 학습: 수집하는 화상, 나탕 윌당스탱(Nathan Wildenstein)

윌당스탱 가는 4대에 걸친 화상 집안으로 다른 대화상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재력, 영업, 역할, 공적이라는 면에서 뛰어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방대한 컬렉션을 지니고 있다는 유례없는 특징이 있다. 화상이 어떻게 매매와 수집이란 면에서 양립할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나탕 윌당스탱은 해냈다.

일반적으로 화상은 좋은 작품을 팔고 뛰어난 작품은 지니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바로 나탕 윌당스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금액으로 윌당스탱이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 가치 총액은 약 1,300만 달러였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의 값어치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화상이 어떻게 그런 대형 수집 품목을 지닐 수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탕 윌당스탱은 19세가 되던 1870년, 프랑스 샹파뉴에 정착하여 옷장사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리앙쿠르 백작과 친해지면서 회화에 매료되었으며, 결국 장사보다는 그림이나 가구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 책을 읽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행 중 우연히 알게 된 한 여성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반 다이크의 그림을 팔아줄 것을 부탁했는데, 나탕은 이 미션을 위해 그림을 가지고 처음으로 파리에 가게 된다. 이것이 그가 미술품 거래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사회는 신흥 부르주아지의 발전기였다. 그들은 경제, 정치, 문화로 관심을 돌리면서 사회적인 실력자 계층이 되었으나, 그들의 문화적 식견은 일천하여 동시대의 인상파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나탕은 부르주아지의 문화적 역행성을 간파했다. 지금의 회화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며, 전통적인 부모 세대에 길들여져 있는 이들에게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프랑스 작품들을 찾아주는 일이 최선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파리에서 최초의 인상파 전시가 개최된 바로 다음 해인 1875년, 나탕은 라피트 대로에 작은 화랑을 열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둔 나탕은 1890년 화랑을 다시 화려한 패션 거리로 옮겼다. 화랑이 한 곳도 없는 곳으로 이전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1890년 초는 인상파가 시장에서 간신히 안정되던 시기로 부르주아지가 문화에 대한 흥미와 지식이 높아졌을 때이다. 그들은 신분에 맞게 뒷골목 보다는 패션 거리 한가운데에 나와 있는 윌당스탱에 가기를 즐겨 했으므로 그의 화랑은 부르주아지의 집합 장소가 되었다.

아울러 나탕은 잇달아 몰락하는 귀족들로부터 나오는 미술품들을 염가로 입수했다. 당시는 미술품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학습과 연구를 지속해온 나탕은 옛 것을 그리워하는 보수성과 회귀성이 인간에게 있으므로 몰락한 귀족들의 수집품이란 단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을 간파했다. 나탕의 대성공 이면에는 확실한 학습과 연구가 있었던 것이다.

나탕이 아들 조르주를 낳은 것은 1891년이다. 나탕은 조르주의 방에 램브란트의 ‘아들 티투스의 초상’과 로코코 미술의 거장 프라고나르의 ‘연애편지’를 걸어주었다. 고전미술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아이를 성장시킨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그림 앞에서 예쁜지 아닌지 묻고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파리의 경매장 드루오에도 자주 데리고 갔다. 이에 따라 아이의 미술을 보는 눈은 높아져갔다.

파리의 5대 화상 중 하나로 발돋움한 윌당스탱 화랑은 드디어 미국으로 눈을 돌린다. 1898년이었다. 1903년에는 자신이 직접 뉴욕에 지점을 열었다. 미국에서는 배치, 포드, 로빈슨, 하버마이어, 록펠러 등 대부호 수집가들이 출현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 조상의 땅인 유럽을 동경하고 있었지만 유럽의 부르주아지보다 더 못한 지식을 가졌다. 나탕은 그러한 이들을 고객으로 삼아 다가갔고 또 다른 대성공을 거두었다.

나탕은 아들에게 말했다. “대담하게 사라. 천천히 팔아라. 서두르지 마라.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그의 신조였다. 걸작들이 연이어 윌당스탱에게 모인 것도 이러한 원칙 때문이었다. 구스타브 드레퓌스, 베이스테귀, 굴벵키언, 로스차일드 등 역사에 남을 대수집가들이 이러한 이유로 나탕에게 모여들었다.

대공황의 어려운 시기에 수많은 화상들이 도산했으나 오히려 윌당스탱 화랑은 은밀하게 인상파 회화 수백 점을 쉽게 매입할 수 있었다. 인상파 외에 초현실주의까지 손을 넓혔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파리로 돌아와 다시 문을 열었다. 전쟁 후 각국에서는 새로운 미술관들이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누구나 당연하다는 듯이 윌당스탱 화랑을 찾았다. 윌당스탱은 세계 최대의 화상이 되었고 조셉 듀빈과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4대에 걸친 윌당스탱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연구와 학습, 이것이 윌당스탱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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