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인터뷰 #와디즈#신혜성 대표

안녕하세요, 님! ‘목요 팩플’ 인터뷰입니다.


요즘 식품 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 전 크라우드펀딩을 해보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홍보도 되고, 시장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라는데요. 초창기에는 소규모 창작자들이 자금을 모으려고 크라우드펀딩을 주로 이용했는데, 요즘에는 대기업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 크라우드 펀딩의 미래는 어떨까요? 권유진 기자가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대표 주자인 와디즈의 신혜성(43) 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단어도 다시 정의할 때가 됐다”고 했다는데요. 이게 무슨 얘기일까요? 오늘 인터뷰에서 확인해보세요! 감사합니다. 

2022.4.28 #230
Today's Interview
물꼬를 트는 일, 크라우드펀딩

편의점 품절 대란을 불러온 ‘곰표 맥주’, 2017년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 쓰인 ‘강서 맥주’의 공통점은?


모두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에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5배 가까이 뛰었다. 


지금은 1500억원 규모로 커진 수제 맥주도 한때는 ‘듣보잡’ 취급을 받았다. 라거식 맥주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맛도, 기업 이름도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 인지도와 투자금 모두가 필요했던 세븐브로이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택했다. 2016년 부터 와디즈에서 총 6회의 펀딩을 진행해 25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다.


세상에 없던 시장의 물꼬를 트는 것. 2012년 설립된 와디즈는 세븐브로이 같은 니치마켓 개척자들의 성장 발판을 자처했다. 핏펫(반려동물 헬스케어), 설로인(한우 유통)도 와디즈에서 성장한 개척자들이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와디즈 사무실에서 신혜성(43) 대표를 만나 크라우드펀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KDB산업은행에 재직하다 나와 와디즈를 창업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국책 은행에서 나와 창업을 했다. 시작은 뭐였나.

“와디즈를 창업할 때 내가 서른세살이었다. 그 전에 직장을 두 번 이직했다. 증권사에서는 스몰캡(중소형주) 코스 분야를 맡았고, 산업은행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했다. 그런데 전통적인 금융 시장의 문제점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의 기회가 제한되는 건 금융업이 제 역할을 못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이 역할을 잘하지 못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은행의 기업 대출은 돈을 ‘누구에게’ 빌려주느냐가 핵심이다. 은행에서는 기업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담보가 확실한지', '상환 가능성이 높은지'로 수렴하더라. 다른 기준은 구조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 무렵 ‘회사는 왜 다 비슷하기만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는데, 결국 돈의 주인(은행)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에서 보수적인 경영 평가 요소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으니 기업이 새로운 경영을 시도하기 어려울 수밖에. 은행은 남의 돈을 집행하는 대리인인데, 중간에서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가장 보수적인 집단의 손에서 자금 조달 받는 게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개념인 크라우드펀딩을 아이템으로 정한 이유는?

‘돈의 주인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면?’ 이런 상상에서 출발했다. 중간에 은행이라는 대리인이 낀 것 보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올 수 있을테니까. ‘다이렉트 파이낸스’라는 키워드 위주로 고민했다. 때마침 2010년대 초반은 SNS가 거대한 물결로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SNS가 한국 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생각해보다가, 금융에 소셜네트워크를 접목하는 크라우드펀딩을 창업하게 됐다.”

  

와디즈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와디즈가 변화시킨 건 무엇인가.

“기존 투자 시장에서 외면받던 창업가들에게 도전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스타트업 투자에 돈이 몰린다지만, IT 플랫폼 위주라 수혜 대상은 제한적이다. 창업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야 한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못 받았다고 해서 그 사업이 시장 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 않나. 과거에는 시장 평가가 보수적인 집단(투자자, 은행)의 손에서만 이뤄졌다면, 이제는 얼리 어답터인 와디즈 서포터(펀딩에 참여하는 개인)로 넓어졌다. 자칫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던 창업가가 집단지성을 통해 빛을 보는 일이 와디즈에서 일어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일단 창업가들이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드는 비용이 줄었다. 기존에는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최소 주문 수량을 맞춰서 생산해야 했다. 손해에 대한 위험을 창업자가 다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와디즈에서는 시장 반응을 보고 수량에 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도전에 대한 기회비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사람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플랫폼이 와디즈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크라우드 펀딩 성공이 일종의 ‘스펙’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다. 제조 메이커들은 투자를 받기도 힘들고, 본인들을 증명할 기회가 적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와디즈에서의 펀딩 성공 경험이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창업진흥원 등 외부 지원 기관에서는 와디즈 펀딩 기록을 중요한 요소로 판단한다고 한다.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한 기업들의 후속 투자 유치 금액도 점점 늘고 있다. 최근 벤처 투자 시장에 돈이 몰리는 영향도 있겠지만, 2020년에는 와디즈 펀딩 성공기업의 후속투자 유치 규모가 678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월까지 벌써 6000억원을 넘었다."


  

대중(crowd)으로부터 자금 조달(funding)을 받는다는 뜻의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투자자에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기부형·보상(리워드)형과 수익이 발생하는 대출형·증권형.


모든 유형의 펀딩을 한 바구니에 담았던 와디즈는 지난해 금융과 비금융 법인으로 사업 영역을 나눴다. 모회사인 와디즈 주식회사리워드형 펀딩과 커머스 등 비금융 사업을, 자회사인 와디즈파이낸스와 와디즈파트너스 증권·투자·대출금융 사업을 한다.


와디즈 펀딩 기업에 투자를 하는 ‘와디즈파트너스’와 대출을 해주는 ‘와디즈파이낸스’를 따로 분리한 이유는 뭔가.

“일단 와디즈라는 기업 안에 유통과 금융이 모두 있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한 회사가 모두 받고 있었다. 이 둘의 영향을 모두 받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었다. 아무래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크다는 생각에 분사를 하게 됐다.”


앞서 은행의 대출 문제를 지적했는데, 그럼 와디즈파이낸스는 뭘 기준으로 대출 자격을 평가하나.

“와디즈파이낸스의 대출은 와디즈 펀딩과 스토어를 거친 메이커를 대상으로 한다. 평가 기준은 자체 개발한 ‘메이커 신뢰지수’다. 그동안 펀딩 기업들의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이를 시장에서 쓰이는 신용 데이터와 결합해 대출을 결정한다. 금리는 5~9.95% 수준이다. 제품력이 검증됐어도 금융 기관의 대출을 받지 못해 성장 타이밍을 놓치는 메이커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이 와디즈를 만나면 끝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메이커 신뢰지수는 어떻게 측정되나.

“펀딩 프로젝트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평판', 메이커의 고객 응대 현황을 보여주는 '소통', 서포터에게 받는 지지를 의미하는 '인기' 등의 지표로 구성된다.”

와디즈가 하고 있는 금융과 비금융 사업들. [와디즈]  
와디즈의 팬들이 인정한 인기 펀딩 제품을 모아놓고 파는 '팬집샵'. [와디즈]  
와디즈의 보상형(리워드형) 펀딩은 메이커에 후원금을 투자하면 추후 제품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주로 아이디어 상품이나 팬덤을 겨냥한 굿즈 등에 활용된다. 와디즈에 따르면 리워드형 펀딩 액수는 2017년 부터 연 평균 211%씩 늘고 있다.

리워드형 펀딩은 꾸준히 늘고 있다. 사람들이 왜 호응하는 걸까.

“최근의 소비 트렌드는 ‘나 다움’‘차별화’에 있다고 본다. 대량 생산 시대의 소비자들과는 취향도 가치관도 달라졌다. 이런 사회적 흐름이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성장과 맞물렸다. 초창기에는 자금과 판로 개척이 필요한 소규모 메이커 위주였다. 현재는 신제품 출시 전 테스트베드가 필요한 대기업들도 메이커로 참여한다. 친환경, 비건 등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식품 회사들도 와디즈에서 시제품을 내보는 사례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스토어인 ‘와디즈 스토어’를 오픈했다. 기존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무엇이 다른가.

와디즈 펀딩에 성공한 제품만 판다. 반응이 좋았던 펀딩 제품을 상시 판매하기 위해 만들었다. 사실 이전까지 와디즈는 '데뷔 무대'였다. 세상에 없던 제품들이 펀딩으로 데뷔해도, 그후가 문제였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커지고 나면 메이커들이 제품을 팔기 위해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가야했다. 이건 와디즈 뿐 아니라 메이커들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방식이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와디즈에서 쌓은 레퍼런스가 반영되지 않기도 해서다. 그래서 우리가 펀딩만 할 게 아니라 판매까지 연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커머스 플랫폼에서는 ‘검증 능력’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단순한 중개를 넘어 제품에 대한 검증까지가 플랫폼의 몫이 되고 있는 것. 와디즈도 2020년 한 유튜버가 ‘와디즈 펀딩 제품이 복제품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겪었다.


카피 논란 이후 심사 정책을 강화했다. 이유는

“2020년 전후로 와디즈 내부의 방향성도 많이 변했다. 해당 유튜버 때문만은 아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의 '넥스트'에 대해 와디즈가 결정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원해 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 위험은 항상 안고 가야한다. 펀딩한 제품에 예상치 못한 하자가 생기는 등의 문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위험 부담을 누가 질 것인지 판단해야 했다. 펀딩에 참여하는 서포터가 질 것인지, 아니면 이를 와디즈가 대신 질 것인지."


그래서 하자가 인정된 펀딩 제품은 '직접 개입해서' 반환하기로 한건가.

"이전에는 우리가 맞딱뜨릴 실패를 최소화 하자는 방향이었다. 와디즈가 직접 제품을 반환한다는 건, 서포터들이 나눠 지던 리스크를 떠안기로 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은 그 부담을 지지 않는다. 물건을 팔고난 뒤 환불 금액은 제외하고 판매자에게 입금하기 때문. 하지만 와디즈는 판매자들이 물건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자금을 선입금한다. 만약 문제가 생겨서 와디즈가 환불을 해주게 되면, 업체에게 와디즈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담보도 없이 무이자로 돈을 빌려 주는 셈이 된다."


환불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나. 모니터링을 하나?

“일단은 메이커에 대한 심사 정책을 강화했다. 잠재 위험이 큰 프로젝트들이 상당히 사라졌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대응 속도다. 제품에 문제가 확인되면 펀딩 시작 당일에 바로 프로젝트를 중단하도록 했다.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도 일부 유해 콘텐트를 차단하고 있지 않나. 메이커와 서포터를 모두 고객으로 삼는 양면시장 플랫폼 기업이라면 갖춰야할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와디즈도 초창기에는 사람이 직접 찾아냈지만 현재는 인공지능(AI)이 잡아낸다. 펀딩 비즈니스에서는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크라우드펀딩,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사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단어가 이제 조금은 철지난 단어처럼 느껴진다. 모든 산업은 단어가 바뀌면서 성숙해 가지 않나. 초창기와 달리 이제 펀딩 유형별로 갈 길이 달라졌다. 대출형과 증권형은 금융, 기부형과 리워드형은 유통에 가까워졌다. 영역은 분화됐지만, 문턱이 낮은 만큼 ‘항상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본질은 그대로다. 결국 높은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메이커와 서포터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모두의 숙제가 될 것이다.”


지난해 부터 올해 IPO를 한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계획은.

“상장을 위한 실무 준비는 끝났지만 일단 올해는 시도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시리즈D(10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사업에 좀 더 집중하기로 논의했다. 지금은 시장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내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계획은?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도 중요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일단 해외 프로젝트를 유치해 상품을 공급해 보려고 한다. 내부에서 팀을 꾸려 준비 중이다. 원래 하던 펀딩 서비스와 스토어의 중간 지점에 ‘프리 오더(pre order)’를 두는 방식이 될 것 같다. 먼저 주문을 받고 그 후에 제작하는 ‘선주문 사전예약’ 방식이라, 재고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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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시간 2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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