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를 준비하다가 난황액을 모르고 한 팩 더 사버렸습니다. 집에서 요리할 땐 당최 쓸 일이 없어서 실제로 구매한 적은 처음이었는데요, 살 땐 생각보다 가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깔끔하게 노른자만 분리되어 있고, 살균되어 있어서 한 번에 다 안 써도 안전하고(물론 개봉하면 빠른 시일 내에 소비해야겠지만요) 사용성이 편리해서 역시 좋다! 식품공학 최고!의 마음가짐이 되어버렸지 뭐예요.
님은 달걀 중 노른자를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흰자?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결같이 노른자였어요. 달걀의 핵심은 역시 노른자 아니겠나요. 예전에 읽었던 동화책에서 달걀을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콤하다고 표현한 순간부터 달걀은 언제나 서니 사이드 업(Sunny Side Up)의 톡 터지는 노른자의 이미지였습니다.
좀 더 커서는 노른자를 파스타 위에 올려 먹는 걸 좋아했어요. 물론 지금도 너무나 좋아하는 조합인데요, 살짝 한 김 식은 따뜻한 파스타에 봉긋한 노른자를 터지지 않게 살짝 올리고, 식기 전에 노른자를 터뜨려 면에 보드라운 노른자 코팅을 해서 먹는거죠. 신선한 노른자는 한 번 누른다고 터지지 않는 탄력이 있는데, 그런 노른자를 포크로 톡 터트리면 마치 이제 식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 같았어요. 그런데 노른자만 쏙쏙 빼먹으니까 흰자가 너무 많이 남는 거죠. 집에서 베이킹을 하지도 않고, 흰자로만 달걀찜이나 지단을 해 먹기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깝고… 그러다 보니 점점 달걀노른자를 파스타 위에 얹어 먹는 횟수가 줄더라고요.
그러니 이 난황액을 실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당연히 파스타였는데요. 전에는 노른자 달랑 하나 올린 게 다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마음껏 노른자를 부어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말 그대로, 콸콸 부어서요.
채소 파스타에 노른자를 부어 샛노란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이게 바로 어른의 사치구나 하는 하찮고 귀여운 생각을 했습니다. 파스타를 위해서 난황액을 구매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고요. 파스타를 직접 반죽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원하는 파스타를 소소하고 확실하게 즐길 수 있다니 이정도면 꽤 행복한 일상을 즐기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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