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28호 - 2023/9/26 
이의철의 직업환경의학과 일터건강관리 4편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기사에서 고지혈증의 치료는 생활습관개선이 먼저인가? 약물치료가 먼저인가?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결론이 궁금하시다구요? 그렇다면 지난 기사 다시 읽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식단의 영향에 대해 좀 더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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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의학 역량1-지식

콜레스테롤, 얼마나 알고 있나?


고콜레스테롤 혈증은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입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콜레스테롤 관리를 권고받습니다. 의료전문가들도 콜레스테롤 검사를 중요하게 참고하지만, 정작 콜레스테롤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저도 자신에게 순식물성 식단을 적용해보고 환자들에게 순식물성 식단을 중재해보기 전까지는, 이 콜레스테롤이라는 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에 대한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논문이나 지침은 혼란스러웠고,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애매한 정보들이 난무했습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저의 경험과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지혈증은 유전인가?


일반인이든 의료전문가든 고지혈증이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가족력이 있고, 한번 악화된 검사수치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약을 복용할 때만 호전되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악화되는 현상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전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덜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자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면, 내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운명을 받아들이고 약만 열심히 잘 복용하면 되니까요. 의사도 환자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도 되고, 유전, 운명이라고 설명하며 약을 권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지혈증은 유전이 아닙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인의 평균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는 190~200mg/dl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960년대 만성질환이 없는 한국인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는 평균 139mg/dl였습니다. 불과 40여 년 만에 국민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50%가까이 증가했다면, 이는 유전자가 아닌 환경적, 생활습관적 요인이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참고로 1960년대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고혈압 환자들은 154mg/dl였고, 신장질환 환자들은 218mg/dl였습니다. 1960년대 한국인 콜레스테롤 수준을 참고할 때 현대 한국인의 고혈압, 신장질환 유병률 증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논문] 1960년대 한국인의 혈청지질에 관한 3편의 시리즈 논문 (송세엽)

1편 정상한국인의 혈청지질연구

2편 고혈압환자의 혈청지질연구

3편 신장질환자의 혈청지질연구



한 끼 식사가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


저는 혈청 콜레스테롤이 먹는 음식에 의해 매우 신속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저는 2011년 1월부터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았습니다. 저의 혈청 콜레스테롤은 190mg/dl 수준에서 150mg/dl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결과가 동물성 식품의 영향 때문인지 궁금하여, 저녁에 중식 코스요리 1인분을 먹을 때 콜레스테롤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해보기도 했습니다. 식사 당일 아침과 다음 날 아침에 공복 상태에서 콜레스테롤 검사를 했는데, 혈청콜레스테롤이 30mg/dl 가량 증가했습니다. 단 한 끼 동물성 식품이 포함된 ‘일반적’ 식사의 효과 치고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해석할 때 채혈 직전 며칠간 평소와 다른 식사를 했는지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혈청 콜레스테롤에 대한 음식의 영향


사실 음식이 혈청 콜레스테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50여 년 전에 확인됐습니다.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3주간 동물성 단백질콩 단백질 및 저지방 식단으로 변경한 후 효과를 비교한 교차연구(Cross-over study)였습니다.  저지방 식단은 지방을 총 칼로리의 20% 수준으로 줄이고, 불포화 지방을 늘린 식단이었습니다.


<실험1> 동물성 단백질을 콩단백질로 대체했을 때

총콜레스테롤: 59.5~77.4mg/dl 감소

LDL콜레스테롤: 36.5~56mg/dl 감소

중성지방: 27.9~36.8mg/dl 감소  


<실험2> 콩단백질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 + 저지방 식단으로 바꿨을 때

총콜레스테롤: 22.9mg/dl 증가 

LDL콜레스테롤: 12.6mg/dl 증가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확인된 콩단백 식단에 달걀가루로 콜레스테롤을 500mg씩 첨가한 추가 실험에서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한 합리적 해석은 식단의 총 지방량, 고도불포화지방 비율, 콜레스테롤 함량보다 동물성 단백질 함량이 혈청 콜레스테롤 수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논문] 고지혈증 치료에서 콩단백질 식이의 효과 (Lancet, 1977)



신증후군 고지혈증에 대한 식단의 영향


심각한 고지혈증 하면 떠오르는 질환으로는 신증후군이 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콩단백으로 대체했을 때의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확인된 후 조직검사로 확진된 신증후군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유사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8주간 식단의 콜레스테롤이 0mg이 되도록 고기, 생선, 달걀, 우유, 치즈 등 동물성 단백질을 콩 단백질로 대체하고, 버터, 크림을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한 결과,


총콜레스테롤: 336mg/dl에서 252.9mg/dl 로 감소

LDL콜레스테롤: 229.7mg/dl에서 161.6mg/dl로 감소

24시간 단백뇨: 5.9g에서 4.1g으로 감소


그리고 이전의 식단으로 되돌아 갔을 때, 고지혈증과 단백뇨는 다시 악화됐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할 경우 단 8주만에 신증후군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고지혈증이 현저히 개선되고, 단백뇨도 호전되는 현상을 감안하면, 신장질환의 원인으로 동물성 식품(단백질과 지방 포함)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논문] 신증후군에서 고지혈증에 대한 식물성 식단의 효과 (Lancet, 1992)



콜레스테롤이 정상인 사람에서의 효과


그렇다면, 콜레스테롤이 200mg/dl 미만인 사람들이 동물성 단백질 대신 콩단백질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5주간 콜레스테롤은 300mg 가량 섭취하면서, 동물성 단백질을 전체 단백질의 25% 미만으로 줄이고, 대신 콩단백질을 먹은 결과


총콜레스테롤: 170.2mg/dl 에서 155.1mg/dl로 감소

LDL콜레스테롤: 111mg/dl 에서 97.8mg/dl로 감소


[논문] 정상인과 고지혈증환자에서 콩단백질이 콜레스테롤 저하에 미치는 영향 (Am J Clin Nutr. 1998)


각 연구별로 중재 전 혈청 콜레스테롤 수준, 동물성 단백질을 포함한 정도,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동물성 단백질을 콩 단백질로 대표되는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경우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관찰될까요? 그 이유는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겠습니다.



글쓴이: 이의철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

이의철 선생님은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국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DipIBLM/KCLM)를 취득하셨고, 대한생활습관의학회 총부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생활습관의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서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기후미식>이 있고, 공역서로는 <자연식물식 솔루션>, <청소년 생활습관의학 안내서>가 있습니다


대한생활습관의학회 학술대회 

일시: 11월 30일 - 12월 2일

장소: 서울 드래곤힐 랏지 호텔

미국, 영국, 호주의 생활습관의학 최고 전문가들의 생활습관의학 관련 최신 트렌드에 대해 발표하고, 국내 의료진들의 생활습관의학 관련 발표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대한생활습관의학회 웹페이지의 안내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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