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듣는 사람이며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주위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스승들이 전해준 이야기를 다시 전하는 것은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살아 있는 존재라고 한다. 이야기는 성장하고 발달하고 기억하며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겉모습은 이따금 변한다. 땅과 문화와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공유하고 다듬기에 한 이야기가 널리 전파되고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이따금 한 대목만 공유되어 목적에 따라서는 여러 면을 가진 이야기의 한 면만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식물학을 공부한 과학자 로빈 윌 키머러가 쓴 <향모를 땋으며>의 시작 부분을 발췌하는 것으로 팩토리의 이번 레터는 시작합니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모습을 유연하게 바꾸는 이야기는 존중의 마음을 담은 이들의 타래를 따라 저마다의 생명성을 이어갑니다. 긴 숙련의 시간을 함께 해온 예술의 언어로 이야기성을 살피는 한 작가의 생애 첫 개인전 <공허의 기억>, 팩토리의 본업인 전시 기획을 앞두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나름의 이완이기도 했던 <한적한 숍>, 출발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지만 사회로 연결하며 열려 있는 공공성을 보여준 <돌고 돌고 돌고>에 관한 이야기까지. 지금 이 레터를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한 이야기를 주변과 나누고 싶으신가요.
  

✉️ 전시   공허의 기억: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파편, 사금파리

기획의 글(부분)
본 전시는 사기그릇이 깨져 생긴 작은 조각을 칭하는 사금파리에서 출발한다. 통상적인 쓰임에서 멀어진 불규칙한 형태와 파편 도자 오브제에 시간과 우연성이 결합했을 때 만들어지는 이야기성을 주의 깊게 살피고자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의 반복과 실험을 통해 우연성을 최소화하여 ‘완성된’ 혹은 ‘완벽한’ 형태를 생산하도록 훈련받아온 송지현 공예작가의 숙련(practice) 위에 공간과 시간, 우연과 상상이라는 새로운 층위가 겹친다. 이로써 개별의 완성된 오브제라는 ‘사실의 세계’는 작가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의미의 세계’로 변화한다.
근대 이전의 연금술사가 철, 허브와 같은 여러 물질을 섞어 진귀한 금속을 만들고자 시도했듯이, 이번 전시 속 하나의 공예 오브제는 여러 공간과 시간의 요소를 만나고, 전시라는 하나의 무대 안에서 오브제 간의 임의의 관계를 만들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편집하고 해석하는 관람객이라는 요소까지 흡수한다. 이리하여 전시는 비로소 그저 오브제의 나열을 넘어 서사성을 가진 문학적인 위치를 획득하며, 종국에는 하나의 세계까지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허의 기억: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파편, 사금파리>라는 사건 또한 만들어진 개별적인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지며 또 하나의 문학적인 서사의 세계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작가소개 
송지현은 2021년 영국의 왕립예술대학에서 도자 유리를 전공하고 졸업했다. 영국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과 크롬웰플레이스에서 단체전, 판햄의 뉴애쉬게이트 갤러리에서 라이징 스타 파이널 리스트에 오르는 등 영국과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2022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네덜란드의 ‘유러피안 세라믹 워크 센터’ 레지던스에서 작업을 이어갔으며, MnJ 문화복지재단의 지원으로 2023년 팩토리2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박물관에 전시된 사금파리 한 조각, 고려의 청자는 그렇게 유리 진열장 안에 고요한 정적으로 놓여있다. 청자 그릇의 깨진 조각은 쓸모를 잃었지만, 시간과 기억을 담은 상징적인 조각으로 존재한다. 그릇이 음식을 담아내듯 인류는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소유물을 담기 위한 그릇을 만들어 왔다. 긴 시간을 함께하는 집 또한 그렇다. 집이란 공간은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기도 하고 몸을 보호해주기도 하며, 시간을 품고 기록하는 사물로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어떤 낡은 건물은 붕괴의 순간을 맞이하며 마치 깨진 청자 파편과 같이 그 안의 내부 구조를 드러낸다.” - ‘작가노트’ 중에서
전시 개요 
전시명  공허의 기억: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파편, 사금파리
작가  송지현
기간  2023.2.21.(화)~2023.3.12.(일)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오프닝  2023.2.22.(수) 오후 6시
관람 시간  화~일요일, 11~19시 (월요일 휴관)

기획  팩토리2 (factory2)
진행  김다인, 김보경, 신상효 
그래픽 디자인  신상효
설치도움  손정민
주최  팩토리2 (factory2)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MnJ 문화복지재단
SNS  @factory2.seoul  / 홈페이지 factory2.kr
  

✉️ 숍 리뷰    한적한 숍, Mindful Shop

팩토리2는 올해 예정된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약 열흘간의 <한적한 숍, Mindful Shop>을 선보이고 잘 마무리했습니다. 오랜만에 팩토리 콜렉티브가 머리를 모아 기획의 첫술을 뜨고, 팩토리2의 김보경, 김다인, 신상효가 공동으로 운영을 맡았지요. 피부로 느껴질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자하문로에서 잠시라도 한적한 순간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하며 ‘한적한 숍’으로 이름 붙이고, 그 마음을 담은 팩토리2의 디자인 브랜드 팩토리에디션을 중심으로 이웃과 동료들의 작업 및 프로그램으로 숍은 한적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 출판   도는 방법 Turning book

일상 속 새로운 순환, 혹은 익숙한 순환을 새로이 보길 원하는 이에게 제안하는 지침서, <도는 방법 Turning book>의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이 책은 삶의 관성을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거나, 좀 더 활기 있는 순환이 필요한 이에게 그 방법을 제안하는 매뉴얼이자 지침서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먹거나 사용하는 것의 시작과 끝을 마주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쉽게 지나쳐버리는 순간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우리 삶의 구성 요소를 다시 한번 배열해봅니다.
땅을 배우고, 스쳐 지나쳤던 순간에서 본능을 깨우고, 씨앗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만들며, 음식의 순환을 알아봅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테이블을 만들거나 고치고, 자기만의 온실을 세워 모두에게 잠재된 순환의 고리를 찾아 나갑니다. 일상에서 심고 가꾸고 만들고 고치는 과정을 거쳐 ‘자기만의 돌고 도는 방법’을 터득하고 주변과 관계하는 것을 탐험하는 데 좋은 친구가 될 것입니다.
제목  Turning book 도는 방법
함께 만든 사람  김수, 김송수, 하미현, 강은경, 김다움, 노윤희, 여혜진, 김보람, 크리스티나 킴, 홍보라, 김보경, 이경희, 이지연
기획  이지연, 홍보라
편집  이경희
디자인  김보경, 이지연
발행  팩토리 / 초판 1쇄 2022년 12월 11일

구매처  팩토리2 오프라인 및 온라인 숍 [바로가기
Feat.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돌고 돌고 돌고》 (2021-2022)

✉️ 리뷰   돌고 돌고 돌고 -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2021~2022년, 약 2년에 걸친 팩토리의 본 퍼블릭아트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지원의 일환으로 추진 및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공공의 지원을 받은 만큼, 본 프로젝트가 갖는 의의에 대한 위원회의 꼼꼼한 리뷰를 최근 전달 받으며, 자체 프로젝트의 객관적인 피드백을 팩토리 구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아래와 같이 일부를 소개합니다.
개별적이면서 공공성을 지닌, 열려있는 예술
기획자는 이 프로젝트가 지닌 공공성, 공공예술로서의 특징과 의미로서 열어놓고 시작함으로써 협업자들이 각자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꼽는다. 열어놓음은 모두 참여하거나 발언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동시에 각자의 다름이 확인되고, 이러한 차이를 손쉽게 조율하지 않음으로써 함께 대화해야만 하는 필요가 서로에게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길을 잃은 것 같거나 뭔가 제대로 되는가 하는 의구심 속에서 자기의 것을 만들어 가는 힘을 불러내는 고단함을 의도하는 태도를 엿보게 된다. 나아가 예술의 태도로서 돌고돌고돌고의 대상이 물질(사물, 재료, 자연 등)만이 아니라 예술다움, 즉 문제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주관적인 경험과 순간의 문제로 확장한다. 개인의 개별적인 공공성이 사회적 공공성을 논할 때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함을 말한다.
개인적 의미에서 시작하여 사회적으로 연결
어떤 작업을 해야겠다는 시작의 단서가 기획자나 예술가의 일상, 일상적 관계에서 비롯될 때 프로젝트의 과정이 다정하고 섬세하다. 크리스티나 킴과의 소소한 대화를 통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개인의 삶과 경험이라는 것을 예술적 의미,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차원에서 들여다봄으로써 존재로서 호명할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기억이나 경험이 얼마나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여운이 많은 프로젝트이다.
숍이라는 또 하나의 짧은 페이지를 쓰고 넘기며, 우리는 강렬하게 즐겁고 흐릿하게 고단했던 기억을 안은 채 본업인 ‘전시 만들기’로 돌아갑니다. 앞서 소개한 송지현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코앞으로 다가온 3~4월에는 덴마크 아티스트 듀오 란디와 카트린(Randi & Katrine)의 전시와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들과 만들어가는 팩토리의 더 넓고 깊은 이야기 타래를 다음 레터에서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다음의 ‘한적한 숍’은 따뜻한 어느 봄날 그 강렬한 고단함이 잊힐 무렵, 불쑥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다인, 김보경, 신상효
디자인 신상효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