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흡족하여 만족스럽다. 연남동 바 <하뭇>의 이름에 담긴 의미이다. 순우리말을 사용한 상호에 걸맞게, 하뭇에서는 전통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주력 메뉴로 취급하고 있다. 요즘 2030 사이에서 바 문화가 유행하고 있지만, 전통주를 메인으로 판매하는 바는 아직 많지 않다. 메뉴 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아직은 전통주 하면 ‘막걸리', ‘안동 소주'처럼 안주와 페어링 해서 단독으로 마시는 술을 많이 떠올리기 때문일 것.

하지만 하뭇의 사장님은 개성 있고 독특한 우리술을 어떻게 대중화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국내에 전통주 유행이 불기 전부터 새로 나온 전통주는 꼭 시음해 보고, 주류 박람회를 섭렵하는 것은 기본.  F&B 분야에 오래 종사한 경험을 토대로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 메뉴를 하나하나 개발하다 보니 오늘의 <하뭇>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술을 누구나 쉽고 편하게 마실때까지' 라는 가게 컨셉에 맞게, 메뉴에도 가게 곳곳에도 사장님의 세심함이 묻어있었다.

연남동 끝자락에 위치한 하뭇은 건물의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있다는 것은 그만큼 찾아갈 가치가 있는 특별한 ‘킥'이 있다는 뜻인데, 하뭇의 ‘킥'은 연남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석이다. 요즘같이 맑고 쾌적한 날, 조용한 연남동 골목길을 발아래 두고 칵테일을 마신다면 평일 내내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르르 사라지는 느낌이다.

반면 친구, 연인과 조용한 공간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실내의 바 테이블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낮에는 카페로도 운영되지만 칵테일바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뚜렷한 곳이다 보니, 대화와 소통을 위해 가게 벽면을 둘러싸고 쭈욱 바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다. 2인 손님에 최적화된 공간이라 소음 정도도 심하지 않고, 밤이 되면 조도가 낮아져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뭇의 주력 메뉴는 역시 전통주 칵테일이다. 에디터가 방문했던 5월 기준으로, 총 8종의 주류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우리말과 지명을 활용한 메뉴명이다. 문경선셋, 백일홍, 녹산유채 등 이름만 들어도 특별한 서사와 스토리가 존재할 것만 같다.

사장님이 모든 칵테일을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메뉴가 오직 하뭇에서만 마실 수 있는 시그니처 칵테일로만 구성된 것도 공간의 매력을 더한다. 술 취향에 따라, 주량에 따라 논알콜 메뉴로 변경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하이볼 메뉴의 경우,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토닉워터를 탄산수로 바꾸어 조주도 가능하다고 하니 달지않은 술을 좋아한다면 참고해 주시길.

에디터들의 눈길을 제일 먼저 끌었던 건 탁주인 우곡생주*를 활용하여 전통주의 특색을 한껏 살린 ‘인당수’였다. 피나콜라다의 전통주 버전이라는 설명만큼 파인애플의 달달한 맛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이번 방문에서는 논알콜 버전을 주문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목 넘김이 가벼웠다. 해질녘 테라스석에 앉아서 마시기에 잘 어울리는 푸릇푸릇한 색감까지 더해져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웠다.

하지만 알콜을 좋아하는 에디터는 취재 후 일행과 따로 방문을 해서 생주가 들어간 인당수도 마셔 보았는데, 생주의 걸쭉하고 약간은 탁한 맛이 코코넛 향과 의외로 잘 어우러져서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는 후일담도 함께 전한다.

*우곡생주: 오로지 쌀과 물로 만들어진 탁주이다. 발효 원액에 물을 거의 타지 않고 만들어 진한 밀도감이 특징이며, 바디감에 더해진 깊은 단맛이 특징인 술

직관적인 이름과 비주얼 때문에 더욱 궁금했던 칵테일이다. 어둑어둑해진 마포의 밤과 가장 잘 어울릴 듯한 칵테일로, 한마디로 맛을 설명하자면 '어른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라 할 수 있겠다.

위스키 원두가 들어가서 첫 향에서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이 느껴진다. 문경바람 오크 40도* 증류주를 메인으로 사용하여 문경바람 특유의 오크 향과 스모키한 풍미가 끝 맛을 장식한다. 단 맛이 없기에 짠 음식과의 궁합도 좋고, 단 맛을 원한다면 잔 위에 얹힌 발로나 초콜릿을 곁들이면 달고 쌉싸름한 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문경바람 오크: 사과즙을 발효해서 만든 과실주를 증류하고, 원액을 유럽에서 온 오크통에 300일간 숙성해서 만들어진 술이다. 숙성 과정에서 오크통 특유의 향이 술에 입혀진다.

3대째 이어온 양조장 배혜정도가에서 만든 증류주 로아가 들어간 하이볼이다. 로아의 레드 버전*은 사과를 보조재료로 발효시켜 증류한 프리미엄 증류주로, 상큼하면서도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하뭇에서는 로아 레드의 상큼한 향을 강조하기 위해 오미자를 가니시로 사용했다.

특이한 점은, 하이볼 중 가장 도수가 낮은 술을 사용하지만 가장 술의 맛이 진하게 나는 하이볼이라는 것. 토닉워터가 들어가서 한 모금 들이켰을 때 ‘한라 토닉'의 익숙한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술의 맛이 진하다고 느껴졌던 걸까? 사과와 오미자의 향이 뒤이어 따라오며 풍성한 끝마무리를 장식한다. 계속해 마시다 보면 시원한 목 넘김과 부드러운 향미가 음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로아 레드: 독일 인근 지역의 전통 증류주 슈냅스를 한국화 한 술. 단독으로 마셨을 때 드라이하고 가벼운 바디감이 느껴지며, 사과의 상큼하면서도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칵테일을 마실 땐 핑거푸드를 곁들이는 게 제격이다. 하뭇에서도 플래터, 올리브 등 간단한 곁들임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사장님이 직접 만든 메뉴라고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신 ‘김자반 크림치즈와 크래커'를 맛보았다.

구성은 단촐한 편이지만, 잘게 부서진 김자반과 크림치즈의 조화가 단짠단짠의 무한 굴레를 이루며 숟가락을 계속 움직이게 했다. 특히 탄산감이 강했던 로아 하이볼, 오크향이 느껴졌던 마포의 밤과의 페어링이 좋았다.

커피와 디저트류를 함께 판매하고 있던 하뭇에서는 술과 디저트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이름부터 다소 생소했던 치즈 테린느*도 안주로 곁들였다. 치즈케이크와 비슷한 외관에, 딸기잼과 허브를 올려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맛도 치즈케이크와 비슷한 듯 달랐다. 테린느의 경우 반죽이 기포를 거의 포함하지 않아서 꾸덕꾸덕하고 쫀득한 식감인데, 조금 더 농축된 맛과 식감의 치즈케이크를 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달달한 인당수 칵테일과 함께 먹으면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의 조화가 좋다.

*테린느: 프랑스에서 ‘테린'으로 일컫는 직사각형 모양의 도구를 일컫는 말. 직사각형 모양의 테린에 만들어진 음식을 테린느라고 불리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뭇에서는 오늘날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맑고 더운 이 날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테라스석의 여유로움과 청량한 칵테일의 조화. 만약 아직 초보 드링커라면, 친절한 사장님이 여러분의 술 취향에 따라 추천해주는 칵테일을 마셔보는 것도 좋다. 우리술의 맛을 극대화 한 시그니처 칵테일을 한 잔 마시다 보면 전통주가 더이상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뭇

ᑯ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길 29-9 3층
ᑯ 영업시간
   월,수,목 13:00 - 22:00
   금,토,일 13:00 -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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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타코

: 하뭇에서 걸어서 1분

연남동에서 즐길 수 있는 타코야끼 맛집이다. 연남동을 거닐다 중간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오코노미야끼와 맥주를 함께 곁들여 먹으면 다시 연남동 모험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스도 반반으로 주문이 가능하니 여러가지 소스를 맛보자.

ⓒ 열정타코

올루 에스프레소바

: 하뭇에서 걸어서 2분

스노우플랫, 카카오플랫, 카페꼰빠냐까지 다양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바다. 한 잔으로는 부족해서 두 잔을 마셨는데 두 잔으로도 부족하다는 리뷰가 많을 정도이다. 다양한 커피를 맛보기에 좋은 카페다.

ⓒ 올루 에스프레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