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망하지 않은 당신과 나 망하지 않을 우리들 오늘도 서로를 염려하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엔딩 크레디트 - 백온유 작가 💭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소설 속 인물들에게 과몰입 해 본 경험 한번쯤 갖고 계실텐데요. 자신의 인생을 좌충우돌 겪어내는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들을 조력하거나 괴롭히는, 주인공의 그림자처럼 주변을 맴도는 어떤 캐릭터에게 마음을 뺏기신 분들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례로 저의 경우에는, 최근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수록된 단편 중 <시간이 흐른 후에야>에 등장하는 링 저택의 유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가 미치도록 궁금해서 제 상상만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꿈까지 꿨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주인공 중심으로 흘러가는 서사에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작가님들도 알고 계셨던 걸까요? 우리의 아쉬움과 기대에 응답하듯 『두 번째 엔딩』 은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미 소개된 적 있는 책들의 외전 혹은 스핀오프 형식의 글들을, 한 편도 아닌 여러 편을, 그것도 청소년 문학 중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을 모아서 말이죠. 아무래도 외전의 형태이다보니, 이 책을 원작보다 먼저 읽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소개된 책들 중 3권만 읽은 상태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책을 처음 펼칠 때 조금 걱정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수록 단편들은 충분히 재미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책 말미에 작가분들께서 짧게 남겨주신 '엔딩 크레디트' 였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 기획에 참여했는지, 또 유독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는 누구였는지, 나의 경험과 인물들의 경험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지..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한참을 여운에 잠겼어요. 소설 속 인물들, 나와 함께 그들의 두 번째 엔딩을 지켜봤을 독자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들려준 작가님들의 행복과 평온을 빌어주면서 말이에요. 💬 소설이나 이야기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도 '주인공의 삶'처럼 보이는 건 언제나 몇몇 소수의 몫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만의 색과 향이 있다고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대신 우리는 종종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기엔 너무 하찮다고 판단해 버린다. 우리 자신의 삶조차 주인공의 삶이 되기엔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잦다. 그러나 모든 삶에는 기쁨과 눈물, 후회와 자라남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조명받아 마땅한 주인공이다. / 손원평 Curator’s Comment: <인셉션>의 팽이,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빗길 운전, <파리의 연인>의 시나리오까지‥‥. 어떤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에게 강력한 충격을 안겨주며 끝이 납니다. 대중문화는 그렇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우리를 강하게 단련시켜왔고, 반전이 섞인 역대급 결말들은 ‘호불호 투표'라는 별 쓸모없어보이는 이벤트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소설집 <두 번째 엔딩>에서는 원작에서 조연이었던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등장하는 듯 합니다. ‘하는 듯 합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건, 제가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편의 원작을 한 편도 보지 않은 채로 이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 엔딩'을 잘 이해하기 위해 첫 번째 엔딩부터 살펴볼까 싶었지만, 그러려면 공평하게 8권이나 되는 원작 소설을 더 읽어야만 했고, 제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덧 ‘믹스테이프 원고 마감’이라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손원평 작가가 쓴 <아몬드>의 두 번째 엔딩과, 구병모 작가가 쓴 <버드 스트라이크>의 두 번째 엔딩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했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고 들어주세요! 🌹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들불은 불씨들이 아끼는 여성 작가의 문장을 소개해주시면, 이 중 추첨을 통해 굿즈를 증정하는 자그마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정말 훌륭한 문장들을 여럿 공유해주셨어요. 오늘은 그 중 일부를 소개해보려합니다. 📕 앞으로 올 사랑 /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아무튼, 메모』 등을 집필한 정혜윤 피디의 작품입니다. 저자는 『데카메론』 의 형식과 여러 문학 작품의 메시지를 활용하여 디스토피아 시대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문학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게' 도와주고, 그 연쇄작용으로 우리가 삶을 더 잘 '읽어내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요. "어둡고 슬픈 일은 나쁜 일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어둡고 슬픈 그 일이 너무나 아파서, 아픈 나머지 길을 찾기 시작할 수도 있다. 아파해야 한다. 그 아픔을 막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음 또한 아파해야 한다. 가슴 아파함 없는, 안쓰러움 없는, 연민 없는 사람은 없다. 가슴 아파할 수 있음이 앎과 변화를 낳는다." 📕 레 망다랭 / 시몬 드 보부아르 『레 망다랭』 은 우리에게는 『제2의 성』 으로 널리 알려진 시몬 드 보부아르의 대표작입니다. 보부아르는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이 끝난 직후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정치와 이념, 개인의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을 그려냅니다. 여성의 관점을 통해 읽어내는 역사의 진실들을 거침없이 드러낸 이 책은, 보부아르의 정치적 단호함이 잘 드러난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내 마음 속에서 흔들리는 것은 밤거리의 등불이라고. 그리고 그 불빛의 번쩍임이 내 속눈썹 끝에서 짠 물방울로 굳어버린 거라고. 내가 여기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세상이 너무 부유하고 너무 가난하며, 과거가 너무 무겁고 너무 가볍기 때문에, 내가 너무나 아름다운 이 시간을 가지고 행복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내 사랑은 이미 죽었고 나는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에." 💪 들불이 '산들산들' 시즌 2를 진행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들불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전달드릴 예정이에요. 화창한 봄날, 우리 같이 등산 가요! 💫 들불은 전시 독후감 기획자인 '파랑'님과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중이에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이해하는 수동적인 전시 감상이 아닌,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감상을 말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모임의 발제 도서는 들불에서는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던 '동화책'으로 준비했는데요. 멋진 동료와 함께 읽게 될 동화책과 전시에 그 어느 때보다 떨리고 설렌답니다! 이번 주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