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위 태양광 패널로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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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9 | 엔벨롭스 | 윤성 | Oct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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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업 쫌아는기자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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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벨롭스] 농사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까지 가능하다면? 한국 스타트업 7명이 '영농형 태양광'을 들고 피지섬으로 간 이유
태양광 발전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산사태와 무분별한 개발로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했던 것 아닌가요? 기후변화, 식량부족,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태양광을 도입해야 할 이유는 넘치고 있는데 동시에 태양광에는 점점 여러 제약이 따르고 있습니다. 국내 경북 구미시의 경우, 규제 전에 시 전체 면적의 20%에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었지만, 현재 가능 부지는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엔벨롭스는 영농형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농지 위에 태양광 패널 설비를 짓고, 작물 생산과 태양광 발전을 모두 하는 기술이죠. 아직 실증, 연구 단계에 있는 기술이지만 유럽 프랑스 와이너리에서는 이미 수익성을 증명하고 본격적인 상업화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엔벨롭스는 특이하게 피지와 베트남 같은 남반구 시장을 공략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발전소를 짓기 전에지만, 실증 연구에서 성과를 서서히 내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우(How)는 없이, 오로지 미션 만으로 도전한 그들은 7명의 팀이 모였습니다. 지구 반대편 작은 섬에서 영농형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도전한 엔벨롭스의 창업자, 윤성 대표를 만났습니다.

윤성 엔벨롭스 대표 /엔벨롭스
피지의 오발라우섬, 1만명 주민 중 5000명 전력 공급을 책임지면서 작물 생산까지 

"영농형 태양광 솔루션을 하기 위해선 엔벨롭스가 하는 일을 크게 세가지입니다. 이 기술의 과제이자, 회사의 과제인 셈인데요. 첫째는 작물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적절하게 설치해서 태양광 발전이 되면서 작물을 성장하게 하는 것. 두가지 목표를 모두 만드는 시스템이고요. 지역과 환경에 맞는 디자인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높이, 간격, 각도를 조절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작물이 죽거나 생산성이 떨어지거든요. 두 번째는 날씨 대응 시스템이에요. 비가 오거나 서리가 내리는 날, 태양광 판의 각도를 조절해 작물이 보호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죠. 세번째는 해외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죠. 직접 해외로 진출해서 발전을 하고,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피지의 오발라우라는 작은 섬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8년 창업했고요, 현재 4MWp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피지에서 짓고 있습니다. 피지 본섬 근처에 오발라우라는 작은 섬이에요. 원래 이 섬은 100% 디젤 발전으로 돌아가는 섬이었거든요. 그런데 피지 정부에서 이 지역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목표로 했는데, 이 섬에는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농지 뿐이었어요. 문제는 농지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식량 안보 이슈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결국 기후 변화를 늦추려는 이유도 식량 생산량을 우려해서 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태양광을 설치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모순에 빠지는 셈이었어요.  
결국 오발라우섬은 작물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나섰고, 엔벨롭스를 찾게된 것이죠. 오발라우섬과 프로젝트는 국내 개발 사업으로 최초로 녹색기후기금 승인을 받았고, 2020년에 착공해 현재 일부(200kw 정도)가 건설되어 지어 놓은 상태입니다. 이제 나머지 주요시설을 짓는 본착공은 올해 연말 짓기 시작해서, 내년 하반기쯤 준공 계획입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작은 섬이니, 크진 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실증 사업 규모 정도로 너무 작으면 사업성 증명이 안 될텐데요.
“507 헥타아르, 2만평쯤 되는 규모에 짓고요. 일반적으로 축구장이 2000평쯤 되니까, 축구장 10개 정도 규모라고 보면 됩니다. 오발라우섬의 피크 전력이 1.7 메가와트쯤 됩니다. 엔벨롭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이 전력 수요의 절반 정도를 담당할 수 있는. 현지 주민이 대략 1만명쯤 되는데요. 그 중의 절반, 5000명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죠.”
피지 오발라우섬의 엔벨롭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건설 현장 /엔벨롭스
영농형 태양광은 피지 같은 특수한 환경의 지역에서 필요한 것 아닐까요? 가량 땅이 굉장히 넓은 국가에선 영농형 태양광 니즈가 적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시장성도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태양광의 부지 문제를 갖고 있는 나라는 무척 많고요,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농형 태양광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유럽입니다. 이미 유럽은 신규 태양광 설비가 영농형 태양광으로 넘어가는 추세예요. 석탄발전소가 필요로 하는 부지에 광산까지 포함한 면적보다 동일 발전량 기준으로 태양광이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합니다. MWh 당 석탄은 15 제곱미터를 필요로 해요. 하지만 태양광은 이보다 훨씬 넓은 19 제곱미터가 필요합니다. 모든 에너지 발전 중 단위 전력 랑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큰 방식이 태양광이라는 것이죠.”
볕 잘 드는 농지, 태양광에 최적... 그렇다고 농지를 갈아엎고 태양광을 짓는다면?
규제 늘어나자 태양광 가능 부지 20%에서 1% 이하로 

섬이나 반도인 한국처럼 국토의 면적이 아주 제한된 국가는 태양광 설치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빈 토지도 상당합니다. 이런 땅들을 이용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요?
“태양광 발전이 아무 곳에서, 그냥 햇볕 잘 드는 곳에다가 뚝 지어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리드(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네트워크. 송전선, 변전소 등을 포함)가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요, 도로 인프라가 있어야 공사를 하기도 쉽습니다. 땅만 떡하니 있는 곳에 모두 지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보니 태양광도 꽤 제약조건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에 적합한 부지가 많이 남지 않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영농형 태양광 기술을 1.0 버전, 혹은 세대라고 표현한다면 1.0은 단순하게 부지를 태양광 + 농지 목적 모두 사용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2.0 세대 기술부터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른바 기후 적응형 시스템으로 진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유럽이 적극적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려 하고요. 최근 프랑스에서 100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입찰이 있었습니다. 선정된 사업 중 80메가와트가 영농형 태양광이었어요.”

우선 한국의 상황부터요. 태양광 부지가 어느 정도 부족한 겁니까?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산사태, 난개발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을 수 있는 토지에 대한 규제가 여럿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경사가 심한 산지에 지을 경우엔 산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고, 산지 파괴를 막기 위한 규제도 있고요. 예를 들어 경북 구미시의 경우 규제 전 태양광을 설치 가능했던 면적이 시 전체의 면적 중 약 20.28%나 됐습니다. 최근 규제를 기준으로 가능한 부지를 다시 따지면 시 전체 면적의 0.09%로 확 줍니다. 이제 태양광 시설 ‘만’ 짓기엔 정말 까다로워졌단 것이죠. 한국만의 특수 상황도 아닙니다. 해외에선 식량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농지로 쓰기 아까운 땅에 태양광만 지을 순 없다’며 규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오하이오, 아이오와 같은 농업 중심 미국의 주에선 농지에 일반 태양광을 아예 전면 금지했고 영국과 이스라엘도 비슷한 규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생각해보니 작물이 잘 자라는 농지라는 것은, 태양광도 잘 드는 땅이겠군요. 농작물과 태양광은 결국 함께 가는 구조였는데, 현대에 와서야 무엇을 수익화할 것인지 경쟁하는 관계가 됐군요. 
“농지가 태양광을 하기에 좋은 부지입니다. 하지만 농지를 전부 갈아엎고 태양광을 지으면 식량 생산량이 크게 줄게 됩니다. 개별 농민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을 막으려는 규제인 것이죠. 하지만 이것도 규제로만 통제할 수는 없고, 농업과 태양광이 상생할 수 있는 기술적인 구조,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가 산업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농민들에게 태양광 발전을 통해 수익을 더 늘려 농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요. 국내 영농형 태양광 도입 목적에 농가 수입 증대도 있습니다. 지금 오히려 쌀이 남는 상황이고, 벼농사 농민들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요. 부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서 주민 소득을 증대시키고, 생산량도 관리할 수 있으면 어떨까. 여러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 시설 관련 규제 도입 현황. 사진 속 파란점 점이 찍힌 곳이 윤 대표가 예로 든 구미시의 규제 전과 규제 후 태양광 설치 가능 면적의 변화다. /엔벨롭스
피지 시작으로 베트남, 자메키아, 르완다에 도전... 개도국으로 가는 이유 

이 기술의 첫 도입 추진 지역을 왜 꼭 피지로 하셨나요. 한국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 국내 사업이 더 수월하지 않았겠습니까.
“엔벨롭스의 목적 때문입니다. 영농형 태양광 회사로 시작을 한 것이 아닙니다 개도국의 낙후 지역에서의 기후 대응을 돕기 위해 시작했어요. 특히 피지의 오발라우는 기후 피해를 입은 낙후된 지역이기 때문이죠. 피지 정부와 협력하여 신재생에너지 전환 방안을 고민하다가 영농형 태양광이 가장 적합한 기술로 판단되어 이를 도입하게 되었어요. 
피지에선 4 메가와트 사업을 승인 받은 상태고요, 16 메가와트 규모 확장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최근 끝났습니다. 인도네시아 사업도 타당성 조사가 끝났고요, 연말에 착공 예정입니다. 베트남, 자메이카, 르완다 같은 국가는 아직 논의를 하는 수준이지만, 베트남 같은 경우엔 실증 플랜트를 준공했습니다. 그래서 태양광 발전소에서 실제 작물을 제배하고 있어요.”

피지에서 기술 검증, 사업성의 검토가 끝난 것이 아닌가요? 매 국가를 진출할 때마다 실증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엔벨롭스 기술에 대한 불신이 아직 큰 것인지?
“특정 국가에서 지은 태양광 발전소를 똑같이 다른 나라에 짓는다고 같은 효율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지역 환경이 다르고, 작물 특성도 다르니까요. 패널의 각도, 높이, 작물의 종류 등을 기후와 토양 환경에 맞춰 선정하기 위해 실증 사업이 필요하고요. 이 실증을 거쳐서 사업성과 효과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야 기획을 할 수 있어요.”

친환경 발전에 꼭 태양광만 있는 것이 아닐텐데요. 그리고 베트남, 르완다 같은 국가들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있군요.
“개도국 대부분이 아직 화석연료 기반 경제고요,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문제는 이들에게 대안이 태양광 밖에 없어요. 태양광이 가장 심플하고 확실한 대안이죠. 풍력 발전은 지역적인 제한이 굉장히 심합니다.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줘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원자력 같은 발전 방식도 높은 수준의 인프라, 기술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가 여럿 따릅니다. 하지만 태양은 어디든지, 웬만큼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엔벨롭스의 베트남 실증사업 모습. /엔벨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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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 태양광 쓰면 작물 생산량 -20%,
그런데 프랑스 와이너리가 영농형 태양광을 대거 도입하는 이유

엔벨롭스의 기술이 궁금합니다. 결국 태양광 패널은 중국산을 씁니다. 직접 패널을 제조하진 않을테고요. 그렇다면 누가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그러니까 엔벨롭스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지 않나요?


하지만 실증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어느 정도 작물 생산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겠군요. 그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것이고요.

엔벨롭스의 베트남 실증사업 모습. 작물이 자라나고 있다 /엔벨롭스
피지에서 바닐라와 달로를 재배해보니... 해외 영농형 태양광의 수익률은?

엔벨롭스가 피지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남들과 다릅니까. 예를 들어 남반구를 겨냥한 맞춤형 작물이라든지요.

지속가능성, 재생에너지 등 모두 좋은 문제의식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농가 입장에선, 특히 저개발국가나 지역의 농가에선 더더욱 수익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거창한 지구적 문제를 제시했더라도, 당장 농가의 수익을 증가시켜줄 수 없다면. 국가가 강제하지 않는 이상 영농형 태양광의 확산이 요원할뿐더러, 국가가 강제하는 것에 명분이나 실리도 약하지 않을까요. 
미션만 있고 방법은 없었던 창업, 그래도 7명이 모였다
 
대학 전공이 환경공학입니다. 피지에 처음 온 것은 2014년이었다고요. 꽤 오랜 기간 피지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미션만 있고 ‘How(어떻게)’는 없는 상태에서 창업을 했던 셈입니다. 그런데도 팀원이 모였습니다. 

재생에너지와 개도국에 몰린 보조금을 노린 비즈니스 아닌가? 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 타깃이 개도국인데,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 시장을 노리고 선진국 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입증한다면. 보조금 논란도 없을뿐더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엔벨롭스의 팀원들. /엔벨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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