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가 강화되는 한편 반대편에서는 북중러의 진영화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모드는 어느덧 사라지고 싸늘한 냉전의 기운만이 감돕니다.
일본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키워드는 바로 일본의 '지정학'입니다. 지정학은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창안해 일본 군국주의의 밑그림이 된 대외전략입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식민지배가 불법이었다는 원칙적 입장을 봉인한 이면에서 그 동안 봉인되었던 일본의 ‘지정학’이 부활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에 등장한 '새로운 지정학' 그룹은 '극동 1905년 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1905년은 러일전쟁이 일어난 해입니다. 일본이 러시아에 승리하면서 한반도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권을 인정받았던 그 전쟁 말입니다. 남 교수는 그들이 "한미일 동맹의 기원을 러일전쟁 결과로 체결된 포츠머스조약에서 찾는다"며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일본의 이런 의도를 읽고나면 우리 정부의 외교행보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남 교수는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가치외교’에서 전사로 나서려 하고 있지만 현재 국제정치의 실체는 가치-이익 복합외교 또는 실리외교"라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일본은 북한을 상대로 광폭외교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상대방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라고 폄하했습니다. 남 교수는 윤 정부의 대일외교를 "일본의 선의에 기댄 가짜 화해"라고 평가합니다.
"일본이 남북한 사이에서 벌인 등거리 외교를 통해 한반도 관리를 주도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극동 1905년 체제의 부활이다. 대전환의 입구에 서 있던 한일관계를 거꾸로 돌려 세운 힘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역사적 연원을 두고 작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번 주 인사이트에서는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한일관계의 본질을 깊이있게 파헤칩니다. 바쁘시더라도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