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로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더 유명한 이유?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2주에 한 번 발송하는 첫 소스입니다. 그런데 지각했어요. 😷🙏 기다려주셨을 디핑러들께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오랜만인 사이클에 적응하는 중이려니, 너그러이 보아주시면 감사드려요. .. 민망한 건 민망한 거고, 오늘 할 영화() 이야기가 뭔지 얼른 소개할게요. 최근 속편이 공개되었죠?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정통 추리물, 영화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를 재료로 빌려왔습니다.



🍟 글래스 어니언 아직 못 봤지만; 질문받는다.
이번 소스 주제를 정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에디터 둘🌿🍊이 모여 이야기하다, 쉬는 동안 디핑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어 근질근질했던 영화를 하나씩 고르기로 했었는데요. 당시 속편 <나이브스 아웃글래스 어니언> 공개를 앞두고 있던 때였습니다. 1편을 워낙 재미있게 관람한 터라, 저 꼭 이 영화 하고 싶어요! 라며 컴백의 포부를 다졌던 기억이 나요. 그러나... (불길...) 현생에 치여 소스를 만드는 지금까지도 2편을 보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 😭 그리하여 오늘의 소스는 속편 감상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적어봅니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 포스터 /라이언스게이트, 넷플릭스
'추리물' 하면 떠오르는 양대산맥이 있습니다. 바로 셜록 홈즈 시리즈와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대부분의 디핑러들께서 같은 의견이실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어라, 하나는 주인공 이름이고 하나는 작가 이름이네요. 디핑이 이런 실수를? 😶 사실 실수한 게 아니고, 일부러 이렇게 적어봤어요.
(좌) 드라마 <셜록> 포스터, (우) 드라마 <명탐정 푸아로> 스틸컷
셜록 홈즈 시리즈는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도 유명하지만 그보다도 극중 캐릭터인 탐정 홈즈의 이름이 대중에게 훨씬 더 익숙합니다. 영드 <셜록>의 힘도 있겠고, 작품의 주인공인 홈즈-왓슨의 파트너 구도가 이후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오마주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반면 추리소설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경우, 작품의 유명세에 비해 탐정 에르퀼 푸아로는 상대적으로 조금 덜 알려진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속 탐정여성 캐릭터도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흔히 '미스 마플'이라 불리는 여성 탐정의 이름은 제인 마플!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의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인물으로 꼽았다고 하는데요. 벽난로 앞에 앉아 뜨개질을 하며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만을 듣고 진상을 해결하는 온화한 성품의 할머니로 묘사되는데, 이런 모습 덕에 일명 안락의자형 탐정 캐릭터의 전형이라 불려요.
2018년에는 미스 마플 시리즈의 에피소드들을 드라마화한 <미스 마복수의 여신>이라는 시리즈가 무려 우리나라! SBS에서! 방영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 드라마는 초면인데, 날 잡고 한번 정주행 해야겠어요. (나이브스 아웃부터 봐!!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푸아로라는 주인공 캐릭터보다 그를 만든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 무엇일까요? 디핑🍟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는데요. 추리물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이야기해볼게요.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무엇보다 바로 홈즈라는 탐정의 강렬한 캐릭터성입니다. 처음 본 사람의 인상착의나 사소한 버릇을 가지고 깊은 사생활과 내면까지 서슴없이 추리해내는 무례함. 본인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에만 정통하고, 관심 없는 시사상식이나 천문학 지식 같은 것에는 그야말로 문외한인 괴짜스러움 등등…. 애거서 크리스티의 탐정 캐릭터 에르퀼 푸아로 역시 젠체하는 콧수염 양반(농담입니다)이라는 상류층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둔 채로 범인을 공개하는 쇼맨십을 지녔다든지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일명 '고기능 소시오패스*'처럼 표현되는 홈즈에 비한다면 캐릭터로서 가지는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정확히는 셜록 홈즈 시리즈 원작의 표현은 아니고요, 영드 <셜록>에서 나온 말입니다.

주인공 말고 조연급 캐릭터들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조금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데요. (물론 이 경우에는 작품마다 그 정도가 다릅니다만) 저의 감상으로는 홈즈 시리즈에 비해서 푸아로/마플 시리즈에 용의선상에 오를만한 인물들이 좀 더 여럿 등장하는 편이에요. 또한 그 인물들이 보통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상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추리소설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의 경우 초반부 전개에서 비슷비슷한 외국어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이 잇달아 나오는 데에 약간 당황하기도 해요. 실제로 인물의 이름과 직업 등을 따로 메모하며 감상하는 분들도 종종 봤어요. 반면에 홈즈 시리즈에서는 그보다는 좀 더 좁은 풀에서, 보다 뚜렷한 개성을 가져 독자의 인상에 분명하게 남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용의자를 좁혀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 덕에 아이린 애들러, 모리아티 교수 등 홈즈 시리즈 하면 떠오르는 빌런들도 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홈즈의 영원한 조력자인 왓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감초 캐릭터고요!
<나이브스 아웃>,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스틸컷
<나이브스 아웃> 편이라더니 뭔 추리소설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냐고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명백하게, 요새 밈으로 KTX 타고 가면서 봐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과 유사한 스타일의 고전 추리극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등장인물 한명 한명에게 특유의 사연을 부여하고, 그 사연이 얽히고 섥혀 사건을 둘러싼 비극적인 동기를 만들어내는 서사 구조를 가집니다. 사건의 해결 또한 물증보다는 심증 위주로, 심리적 압박을 통해 범인을 함정에 빠트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요. (눈치껏 파악한 바로는 1편 한정! 2편은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들 해요.) 주역인 탐정 캐릭터 브누아 블랑 역시, 이름도 그렇고 뭔가 시종일관 고급진듯 초연한 바이브를 풍기는 것이... 꼭 회색 탐정 푸아로의 여유로운 모습을 연상케 해요. 물론 현대극인 만큼 홈즈가 가진 괴짜스러운 면도 양념으로 톡톡 뿌려 넣었습니다. 1편 초반부에 경찰이 용의자들을 취조하는 중 쓸데없는 소리가 길어지자 피아노 건반을 튕기며 눈치를(?) 주는 씬은 영락없는 괴짜 홈즈의 오마주였죠. 😉
🔍 이렇게 고전 추리소설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영화를 일컬어 소위 후더닛 무비라고도 부르는데요. 후더닛이란 '누가 저질렀나'라는 뜻의 영어 문장인 "Who done it?"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말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범인을 찾아나가는 추리물의 전형적인 연출 방식을 가지는 영화를 묶는 캐주얼한 장르 용어라고 보시면 돼요.
<오리엔트 특급 살인>, <나일강의 죽음>과 같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들이 현대까지 여러번 리메이크되어 만들어지고 있고, 오리지널 작품으로는 오늘의 주제 영화인 <나이브스 아웃>과 조금 더 오래된 영화 <고스포드 파크> 등이 있습니다.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中 <고스포드 파크> 편 감상하기!
웰메이드 추리물이라는 점 외에,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가 호평을 얻는 까닭이 또 있습니다. 시대적인 흐름을 잘 읽고 적재적소에 녹여낸 위트와 풍자적인 요소들이 그 자체로 훌륭한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1편에 등장하는 요소들 중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념 갈등과 세대별-성별 양극화 양상, 미국 사회에 숨쉬듯이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 문제들, 사업가를 표방하는 인플루언서들의 거품 뿐인 허영심…. 😷.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2편에서도 X론 X스크를^^ 연상케 하는 IT 사업가나 인터넷 방송계의 우파 스트리머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등, 2020년대를 꿰뚫는 위태로운 시대정신들이 고스란히 담긴 일종의 시대극으로서의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고 해요.

일전에 소개했던 <이상청>과 같이 사회 풍자적 요소를 가득 담은 작품들을 사랑하는 디핑이니만큼... 오랜만에 만난 님과 함께 <나이브스 아웃>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 이제 좀 짐작가시죠? 🤗 디핑이 좋아하는 색이 가득 담긴 맥락있는 영화, 게다가 그걸 떠나 장르물 그 자체로도 잘 만들어진 영화! 여러가지를 생각해봄직한 영화로도, 가볍게 맥주 한잔과 즐길 설 연휴 팝콘 무비로도 어느 하나 빠질 데 없이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일단 저부터 빨리 소스 마무리하고 2편을 봐야겠어요! 후다닥... 🏃‍♀️
📖 어쩌면 권하는 자체로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나이브스 아웃> 1편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가운데 특히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추천할게요. 사건의 배경, 서사가 쌓이는 방식, 그리고 결말이 주는 의미에서 각기 비슷한 점을 가지는 작품들입니다. 이미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마도 무슨 뜻인지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고전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지네요... ✨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전해드린 <나이브스 아웃> 편, 어떠셨나요?
다음 소스는, 쉬는 동안 에디터들이 디핑에 보내고 싶어서 근질근질 참을 수 없던 최애영화 혹은 마이붐 영화 이야기: 두 번째 편! 영화 <테넷> 이야기를 준비해 돌아올게요.
오늘 소스를 읽고 느낀 감상과 의견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디핑🍟과 나눠주세요.
한 줄 짧은 생각이어도, 날카로운 비판이어도... 사소한 제안이어도 모두 환영이에요!
보내드린 소스의 시식평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
 
그럼, 다다음 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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