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안보를 담당하는 권혁철 요원에게 물었어.
휘클리: 윤석열 정부가 독립영웅 5명의 흉상을 정말 철거할까?
혁철 요원: 처음 계획대로 하긴 어렵게 된 거 같아. 다만, 홍범도 흉상만큼은 빼겠다는 의지는 확실해. 실제로 그렇게 될 거 같아. 나머지 4명은 공산당과 관련이 없으니 명분도 약하고. 이 4명은 육사 안에 별도의 기념공간을 만들어 전시할 수 있다는 정도로 국방부도 물러섰어.
휘클리: 대신 백선엽, 맥아더, 밴플리트 흉상을 육사에 세우는 건?
혁철 요원: 당장은 쉽지 않을 거 같아. 지금 워낙 반발이 크잖아. 국방부도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단 게 공식 입장이야. 나중에 기회를 봐서 여러 사람의 흉상을 세울 때 이 세 사람도 끼워넣는 방식으로 하지 않을까 싶어.
휘클리: 왜 갑자기 홍 장군을 흔드는 거야? 진짜 이유가 뭐야?
혁철 요원: 육군사관학교총동창회가 지난 29일 이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냈어. “육사는 77년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지닌 호국 안보의 요람이자, 1946년 국방경비대로 개교한 이래 6‧25전쟁, 각종 대침투작전 등에서 1475명의 선배가 공산주의와 맞서 싸우다 전사한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이 대목엔 이들의 의식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휘클리: 그냥 육사가 늘 하던 말 아냐?
혁철 요원: 잘 봐. 육사의 시작을 1946년 미 군정이 만든 국방경비대로 잡았잖아.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광복군이냐 아니면 미 군정 국방경비대냐를 두고 오랜 논란이 있어왔어. 문재인 정부는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광복군에 닿는다고 이야기해왔고. 그래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흉상을 육사에 세운 거야.
휘클리: 그걸 치우겠다는 건?
혁철 요원: 국군의 뿌리를 미 군정 국방경비대로 보겠단 거지. 역사 전쟁을 선언한 거야.
휘클리: 국군의 역사가 오래되면 좋은 거 아냐?
혁철 요원: 독립운동에 다양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해서 그래. 문재인 정부는 일제와 싸운 독립운동에는 자유주의, 반공주의 같은 우익만이 아니라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온갖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거야. 육사 출신 예비역이나 극우 쪽에서 보면 이런 독립운동 역사는 자신들의 역사관과 양립할 수가 없어. 이게 현재 윤석열 정부의 역사관이기도 하고.
휘클리: 그들에게 국군은 뭐야?
혁철 요원: 국군은 한미동맹을 지키고 반공투쟁을 하기 위해 존재해왔을 뿐이란 거지. 자신들의 원죄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하는 거고.
휘클리: 원죄?
혁철 요원: 친일 부역말야. 독립운동의 역사를 인정하면, 친일의 역사도 드러날 수밖에 없어. 백선엽 장군이 대표적이잖아. 백선엽은 제 발로 만주군 장교 양성 학교에 입학했어.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일본군 장교로 5년이나 복무한 거야. 그러다 일제가 망하니 슬쩍 노선을 바꿔서 한국에서 장군도 되고, 전공도 세운 거지. 백선엽만이 아니라 군인을 포함해 사회 각 분야에서 친일부역자들의 행태가 동일해. 해방 후 미국과 반공주의에 올라타서 친일파 청산을 피해 살아남아 주류가 된 거지.
휘클리: 왜 독립운동가 흉상을 육사에 굳이 세웠던 거야? 육사는 반대했을 거 같은데.
혁철 요원: 2018년에 세워졌는데, 문재인 정부 의지였어.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국절’을 밀어붙였잖아. 그러니 군에서도 육사나 군역사에서 독립군·광복군 내용을 많이 뺐어. 문 정부는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며 육사 교육과정에 독립군·광복군 전통을 보강하고, 동상도 세운 거지.
휘클리: 백선엽은 그래도 한국전쟁 때 공이 있는 거 아니야?
혁철 요원: 사실 백선엽 장군의 공과를 따지는 건 매우 어려워. 지금 정부는 백선엽이 나라를 구했다고 하지만, 당장 같이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부터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휘클리: 왜?
혁철 요원: 백선엽이 한국전쟁 당시 1사단장이었어. 1사단이 당시엔 남한인 개성에 있었단 말야. 북한군이 개성부터 치고 내려왔을 때, 1사단은 아무 저항을 못했어. 백선엽은 전날 서울서 열린 육군회관 파티에 가서 술 마시고 자다가 부대로 복귀도 못했단 주장도 있고. 부대가 싸워서 지고 물러나는 데 사단장은 부대를 못 지킨 거야. 직무유기 수준의 실책인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거지.